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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Jul 13. 2022

경기장을 여러 개 만들면 된다

성공의 비결은 다양한 가능성을 붙잡고 함께 추구해 가는 것

사람들은 둘 중에 하나로 고르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걸 꼭 골라야 하나?

그냥 둘 다 좋아!


TV에 나오는 밸런스 게임도 마찬가지다.

짜장이 좋아~? 짬뽕이 좋아~?

양념이 좋아~? 후라이드가 좋아~?

A연예인이 좋아~? B연예인이 좋아~?


마치 인생에서는 이런 선택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반드시 둘 중 하나로 선택해야만 한다고 강요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런 밸런스 게임이 우리 인생을 보여주는 게 맞을까?

인생에 다양한 선택이 있는 것 자체는 맞는 말이다.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인생의 선택이 이렇게 둘 중 하나, 아니면 셋 중 하나,

그리고 마치 객관식 시험문제처럼, 사지선다, 오지선다 중에서 하나를 고르면 되는

그런 문제가 맞느냐는 것이다.


아쉽게도 인생은 밸런스 게임처럼 둘 중 하나 고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객관식 시험문제에서 정답 찍기처럼 사지선다, 오지선다 중에 하나만 정답인 그런 경우는 드물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밸런스 게임은 우리 인생의 축소라기보다는 우리 인생을 왜곡시킨다.


실제 선택을 할 때, 한 개인의 앞에 있는 선택지는 가능성의 형태로 존재한다.

모든 것이 가능성일 뿐이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볼 수 없다.

그러니까 고민하는 것이다.

개인이 고민하지 않는 문제는 선택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건 그냥 의사결정이나 판단을 한 것이고,

내 태도나 선호, 혹은 신념을 표현한 것이지 선택이 아니다.


고민하는 선택지들은 항상 가능성이기에 고민이 되는 것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명확하지 않기에 고민이 된다.


Photo by Miikka Luotio on Unsplash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지도하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과

그에 대한 나의 답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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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경영학과 OO군의 고민 사연

"교수님. 제가 좋아하는 것과 제 전공이 다릅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쓸 넣을 때, 좋아하는 분야로 넣어야 할까요?

아니면, 전공을 살려야 할까요? 둘 중 하나 골라야 할 텐데 고민입니다."


A1: 이 교수의 대답

"이 친구야. 둘 다 해야지! 그리고 그 이상을 해야지!

내가 원하는 것, 전공, 전공을 활용할 수 있어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해

가능성을 끈을 붙잡고, 같이 준비해야 하네.

어떤 것은 사업으로 준비하고, 어떤 것은 회사 생활로 준비하고,

다른 것은 프리랜서로 돈 벌 준비를 해야지.

어떤 것에서 인생이 풀릴 줄 알고, 한 가지로 압축하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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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컴퓨터공학과 OO양의 고민 사연

"교수님. 제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부모님은 그것을 반대하십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과 부모님이 원하시는 것 중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요?"


A2: 이국희 대답

"이 친구야. 둘 다 해야지! 그리고 그 이상을 해야지!

내가 원하는 것, 부모님이 원하는 것, 그 두 가지를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가능성을 끈을 붙잡고, 같이 준비해야 하네.

어떤 것은 사업으로 준비하고, 어떤 것은 회사 생활로 준비하고,

다른 것은 프리랜서로 돈 벌 준비를 해야지.

어떤 것에서 인생이 풀릴 줄 알고, 한 가지로 압축하려고 하는가?

특히 부모님이 원하시는 것은 잠깐이라도 하면서 안심시켜드리는 것이 중요하네.

그래야 자네가 하고 싶은 걸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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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성격이 조금 달라 보이지만, 이국희 교수의 대답은 한결같다.

이것이 현실이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 즉 심리학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모 아니면, 도식으로 인생이 풀리는 일이 있을 것 같은가?

다양한 가능성을 바라보면서, 준비하고, 추구해나가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인생이 풀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찾기만 하면 되는 개구리 왕자가 내 앞에서 알짱알짱거릴 것 같은가?

찾기만 하면, 개구리 왕자에서 백마 탄 왕자가 될 사람이 내 근처에 있어서 잘 고르기만 하면 될까?

미안한데,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현실은 모든 개구리에게 키스를 해봐야 그중에 하나가 백마 탄 왕자로 바뀌는 스토리다.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인생이 풀려갈지 모른다.


그래서 모든 가능성을 붙잡고 준비해서 나아가야 한다.

특별한 것 한 가지를 정해 올인하는 것은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목표 추구 방식이 아니다.


다양한 과녁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다양한 과녁에 다양한 화살을 준비하여 조준한 후, 쏴야 한다.


하나의 축구장에 하나의 축구 골대와 하나의 공만 준비해선 안된다.

다양한 축구 경기장에 여러 골대와 여러 공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사업을 하고 싶다고? 사업 자금은 어디서 나오는가? 대출이 점점 어려워지는데..

회사 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면서,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연소득을 올리면서, 대출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사업과 회사 생활을 일정 기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안정적이 되기 전까지 말이다.

사업하겠다고, 회사 확 그만두고, 사업에만 올인을 하겠다고?

그러니까 망하는 거다.


이런 걸 심리학자들은 위험 포트폴리오 관리(risk portfolio management)라고 부른다.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붙잡고 가는 것이 진정한 목표 추구다.

경기장을 하나만 만들지 말라.

다양한 경기장에서 플레이하라.

어디서 어떻게 골이 들어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참고문헌

Coombs, C. H., & Huang, L. (1970). Tests of a portfolio theory of risk preferenc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85(1), 23-29.


Raffiee, J., & Feng, J. (2014). Should I quit my day job?: A hybrid path to entrepreneurship.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7(4), 936-963.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Riho Kroll on Unsplash


*인지심리학자 이국희 교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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