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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Aug 10. 2022

부분을 음미하여 전체를 완전하게

무작정 노력하지 말고! 각 파트를 음미하는 제대로 된 노력을 하라!

성공.


정말 좋은 말이다.

성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마음으로는 다 성공하고 싶다.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 문제지.


그럼 마음먹은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과

마음만 먹는 사람들은 뭐가 다른 걸까?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분석해 본 연구자들은

이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해왔다.


바로

일만 시간의 법칙.

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1만 시간을 달성하기 위해서

매일 3시간씩 공부(노력)한다면, 10년이 걸리고

매일 6시간씩 공부(노력)한다면, 5년이 걸리는 시간이다.

매일 9시간씩 공부(노력)한다면? 3년이면 충분하다.


와우! 좋네. 이렇게 단순하다니,

그럼 나는 3년 코스를 택해볼까? 하루 9시간씩!

아니지. 그래도 밥 먹을 시간도 좀 있어야 하니까.

5년 코스를 선택해보자. 하루 6시간씩.


이렇게 마음먹은

한 사람이 무작정 공부를 시작하고, 무작정 노력을 시작한다.

자. 이제 5년이 지났다!

이 사람은 과연 성공했을까?


수십 년간의 심리학적 연구결과는 다소 단호한 결론을 얻었다.

이런 식으로 무작정 노력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무작정 공부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노력해야 하고, 제대로 된 방법으로 공부해야 한다.


무작정 공부하면서 버티고 또 버틴다고 성공하면,

모두가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보라. 세상을 보라.

그렇지 않다. 그럼 뭐가 문제냐고? 1만 시간의 법칙이 틀린 거냐고?


1만 시간의 법칙이 틀린 것이 아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너무 단순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하지 않았던가.

과학은 단순한 것이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단순해선 안 된다고 말이다.

그럼 우리는 1만 시간 법칙에서 무엇을 잘못 파악한 걸까?

무엇을 너무 단순화시킨 것일까?


바로 노력의 질이다. 양질의 노력을 하면서 1만 시간의 공부와 노력을 해야지.

그냥 덮어 놓고, 무턱대고 덤벼들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공부 혹은 노력이라고 하면, 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는 방법을 쓰는데,

이런 식의 노력은 결코 양질의 노력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1만 시간을 해봤자. 헛수고다.


진짜 노력, 양질의 노력은 따로 있다!


프로 피아니스트들을 살펴보자.

40분짜리, 심지어 1시간짜리 곡을 외워서 연주를 한다.

우와. 저 많은 마디들을 어떻게 외우고 있지? 놀랍다.

이 피아노 연주자들이 그냥 무작정 연습하면

장시간의 연주곡을 외워서 연주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또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또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하는 것처럼

연주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고,

또 처음부터 끝까지 치고

또 처음부터 끝까지 치면 다 외워지고, 뛰어난 실력을 가지게 될까?


No-!

프로 피아니스트들은 절대로 그런 식으로 연습하지 않는다.

사실 피아니스트뿐 아니라,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


일단 이 분들은 곡 전체를 잘게 쪼갠다.

5분 단위로 쪼개는 것이다.

50분짜리 곡 1개가 아니라, 5분짜리 10개를 만든다.

그리고 단위별 연습에 돌입한다.


잘 되는 부분, 쉽게 외워지는 부분은 넘어가고,

잘 되지 않는 부분은 집중적으로 연습해서 기어코 잘 되게 만든다.

변주가 급하게 이루어지거나, 빠른 속도로 여러 음을 타고 내려와야 할 때,

손을 어긋나게 해야 할 때 등등의 어려운 구간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작은 부분 부분을 천천히 음미해가면서 공부한다고 할까.


Photo by Charanjeet Dhiman on Unsplash


그리고 5분 단위로 쪼갰던 것들을 10분 단위로 합친다.

5분짜리 10개를 10분짜리 5개로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앞부분과 뒷부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연습되고,

실제로 그렇게 연습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10분짜리 5개의 순서를 배열하여

50분짜리 한 곡을 만든다.


즉 뛰어난 연주자들은 긴 곡을 결코 한 번에 쭉~ 연주하고,

또 연주하는 방식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작은 부분은 나눠서 전략적으로 공략한다.

그리고 천천히 큰 틀로 만들어 간다.


작은 단위로 나눠서 점점 큰 단위로 만들어가는 방법,

심리학자들이 청킹(Chunking)이라고 부르는 전략이다.

작은 청크에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크게 만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점진적 청킹이라고 부르는 것도 좋겠다.


이런 전략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다.

먼저 전체를 한 번에 다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여준다.

큰 단위를 한 번에 공략하려고 하는 것은 늘 부담이다.

그러나 작은 단위를 하나씩 공략하는 것은 부담이 덜하다.


곡 전체를 다 외우려고 하면, 항상 이런 마음이 들기 쉽다.

'아. 언제 다해.'

그런데 곡을 쪼개서 작은 것을 하나 공략하려고 하면, 마음 가짐이 달라진다.

'이 정도는 해볼 수 있겠는데.'


우리는 항상 '언제 다하냐. 짜증나'가 아니라,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는데'라는 마음 상태를 만들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전문 연주자들처럼 공부할 단위, 노력할 단위를 작게 쪼갤 필요가 있다.


둘째, 부분별 이해를 완전하게 함으로써 전체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사실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많다.


큰 그림을 보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그 그림이 너무 커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또한 개념적으로 너무 거대한 개념이라서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일단 부분들을 살펴본 다음에 우리의 마음 안에서 합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쪼개기와 점진적 합치기다.

적절히 쪼개서 부분별로 이해도를 높이면,

부분들의 합이 이루어졌을 때, 그 전체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셋째, 전체에 대한 이해를 통해 다시 부분을 보면, 부분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진다.

순서가 이렇게 된다.

부분 -> 전체 -> 다시 부분


부분별로 접근한 후, 전체를 깨닫고, 전체를 통해 다시 부분으로 돌아가면,

어떤 것이든 그 이해가 더욱 심화된다. 그렇게 안 되는 것이 이상하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제대로 된 지식과 기술에 대한 음미하기다.

부분을 음미하고,

전체를 음미하고,

더 깊어진 깨달음으로 다시 부분을 음미한다.


부분이 전체가 되고, 전체가 다시 부분이 되며,

그렇게 알게 된 것들은 처음에 이해했던 수준을 넘어서는 것들로 변해 있다.

이런 음미하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지식과 기술이야 말로

우리 삶에 필요한 역량과 전문성, 생산성을 높여주는 진짜 지식, 진짜 기술이라 할 것이다.


무작정 노력하지 말라.

부분에서 전체로, 다시 전체에서 부분으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라.


당신은 이런 공부,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가?



*참고문헌

Duckworth, A. (2016). Grit: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verance. Scribner/Simon & Schuster.


Ericsson, K. A. (2002). Attaining excellence through deliberate practice: Insights from the study of expert performance. In M. Ferrari (Ed.), The pursuit of excellence through education (pp. 21–55). Lawrence Erlbaum Associates Publishers.


Ericsson, K. A. (2006). The Influence of Experience and Deliberate Practice on the Development of Superior Expert Performance. In K. A. Ericsson, N. Charness, P. J. Feltovich, & R. R. Hoffman (Eds.), The Cambridge handbook of expertise and expert performance (pp. 683–703). Cambridge University Press.


Macnamara, B. N., Hambrick, D. Z., & Oswald, F. L. (2014). Deliberate practice and performance in music, games, sports, education, and professions: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Science, 25(8), 1608-1618.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Ashley Byrd on Unsplash


*인지심리학자 이국희 교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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