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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Aug 24. 2022

발전시키고 싶은 역량에 맞게 음미하며 연습하기

더 발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매일 시행하고, 평가하기

해봤어?


현대 그룹을 세운 정주영 회장이 자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자주 하던 말이다.


'해봤냐'는 이 말 안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우선은 '해보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미리 안된다고 어렵다고 규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담겨 있다.

이 세상에는 해보지 않고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보지 않고, 즉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된다 안된다 이야기한다.

행정가들이 이렇게 하면 이걸 탁상 행정이라고 부른다.


다음은 '해보면 방법이 보이고, 해보면 길이 보이고, 해보면 어떻게 해결할지가 보이게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세상에는 해봐야 알게 되는 일들이 많다. 거의 전부가 그렇다.

공부? 해봐야 공부의 길을 터득할 수 있다.

요리? 해봐야 요리의 길을 터득할 수 있다.

영상 편집? 해봐야 방법을 알 수 있다.

데이터 분석? 해봐야 방법을 알 수 있다.

글쓰기? 해봐야 방법을 알 수 있다.

운동? 해봐야 방법을 알 수 있다.


사람들 중에는 방법을 잘 배우고, 그다음에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학원에 간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봤는가?

학원을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영어 학원?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컴퓨터 학원? 언제까지 다닐 건가?

입시 학원? 언제까지 다니려고 하는가?

미술 학원?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학원에서 배우는 것들이 진짜 공부의 길을 터득하게 하고,

학원을 나온 뒤에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들인가?

아니다. 사실 학원은 결국 자격증과 같은 특정 시험에서 정답 찍는 법을 알려주는 곳일 뿐이다.

심지어 미술 학원도 정답 찍기를 가르쳐준다. 정말 대단하다.

정답 찍기는 자기 주도적 학습과 전혀 관계가 없다.

심지어 정답 찍기를 배우는 것은 자기 주도적 학습을 방해하고, 후퇴시킨다.


진짜 공부는 결국 내가 해봐야 하고, 진정한 지식과 기술의 개발은 내가 해봐야 그 맛과 그 길을

알게 되는 것이지,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른으로서 미안한 것은 사실 이런 진짜 자기 주도적 공부 방법을 학교에서 가르쳐줘야 하는데,

학교가 그런 것을 무시하고, 정답 찍기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학교의 의미가 없어지고, 아이들은 학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고? 학원이 정답 찍기를 훨씬 더 잘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글을 써봐야,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걸 찾아서 공부하게 된다.

영상을 찍고 편집해봐야,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되고, 그걸 찾아서 공부하게 된다.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이다.

그냥 시작해보는 것.

그냥 시도해보는 것.

일단 한 번 써보고, 만들어 보고, 읽어 보고, 편집해보고, 생각해보고, 가보는 것.

이것이 모든 공부의 시작이고, 진정한 자기 주도적 학습의 시작이다.


이렇게 시작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뭘 더 배워야 하는지,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어떤 배경지식이 있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이런 것을 가리켜 메타인지적 사고라 부르는 것이다.

실력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이런 식이라고 보면 된다.

메타인지라는 말을 몰랐더라도, 그들은 메타인지적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메타인지적 사고를 통해 공부의 두 번째 단계를 시작할 수 있다.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하여 매일매일 음미하며 연습하는 것이다.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미국 건국에 기여한 사람이자, 작가로서도 유명한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년 1월 17일 ~ 1790년 4월 17일)을 예로 들어보겠다.


이 사람이 작가라는 것에 나타나 있듯이 벤저민은 글을 기가 막히게 잘 쓰는 사람이다.

그럼 이 사람은 글쓰기 능력을 타고났을까? 글 쓰는 방법을 알고 태어난 걸까?

휴우...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다.

김이나 작사가는 그럼 작사가가 되기로 작정하고 태어났다는 말인가?

아니다. 벤저민의 글 쓰는 실력은 그냥 매일 글을 쓰기 때문에 길러진 것이다.

김이나 작사가의 작사 실력은 그냥 매일 작사를 하기 때문에 길러진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당연히 다른 것이 추가된다.

벤저민이 매일 글을 쓰는 것으로 만족했다면, 그냥 그저 그런 작가로 끝났을 것이다.

김이나도 매일 그냥 작사하는 것으로 만족했다면, 그냥 그런 작사가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부족한 역량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보완하고, 그 부족한 역량을 향상하기 위한 구체적인 연습들을 음미하듯 진행하기 시작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글을 계속 쓰다 보니, 표현력의 한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연습을 시작한다.

당시 최고의 글들이 실리는 잡지 중 하나인

『스펙테이터』에 나온 글의 형식, 문단의 형식이나 표현 방법들을 빌려서

내가 쓰고 싶은 문장을 써보는 연습을 한 것이다.

벤저민은 좋은 표현이나, 글을 본 후, 그걸 단순히 메모해두거나, '좋은 글이네'하고 끝나지 않았다.

그런 표현 방식이나 문단 구성 형식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쓰고 싶은 말들을

좋은 형식과 표현을 빌려 써보는 것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들을 음미하고,

자신이 그동안 썼던 표현과 비교하면서 다시 한번 음미하고,

새로운 표현 방식을 적용하여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으면서 수정하면서 또 음미하는

과정이 이루어졌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벤저민은 자신에게 논리력 향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질적으로 다른 연습을 시작한다.

일단 평소 신문이나 잡지, 소설을 읽으면서 좋은 글을 발견하거나,

길을 걷다 좋은 글귀가 떠오르면,

늘 포켓에 넣고 다니는 메모지를 꺼내어 메모를 해두었다.

그리고 이런 메모들을 한 장씩 낱개로 만들어서 책상 서랍에 한 가득 모아두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포스트잇 메모를 잔뜩 모아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그 메모들을 꺼내 한 가지 작업을 수행하였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아무 메모나 손에 잡히는 대로 한 장을 집는다.

자. 이제 시작이다. 그 메모를 시작점으로 해서 그 메모 다음에 왔을 때 어색하지 않은 메모를 고른다.

그리고 그다음에 오기에 어색하지 않은 메모를 또 고른다.

이 과정은 그럴듯한 문단들이 만들어져 하나의 주제를 담은 글이 될 때까지 반복된다.

끝말잇기가 아닌, 메모 잇기라고 할까?


생각해보시라.

이 메모들은 서로 다른 시점에서 서로 다른 주제들에 대해 작성해놓은 메모들이다.

그런데 이런 메모들을 말이 되게 이어서 글을 쓴 것이다.

논리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이런 메모 잇기 과정에서 자신이 썼던 메모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음미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덤이다.

이렇게 음미하는 정보처리 과정을 거쳐 서로 다른 메모들이

하나의 일관성 있는 주제의 글로 재탄생한다.


벤저민이 수행한 질적으로 다른 연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벤저민의 자신의 사고력 자체를 발달시키기 위한 연습도 진행한다.

이것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하나는 짧은 글을 길게 늘이는 연습이고,

다른 하나는 긴 글을 짧게 줄이는 연습이다.

짧은 시를 긴 소설로 만들거나,

긴 소설을 짧은 열 개의 문장으로 요약한다.

긴 수필을 짧은 시로 만들거나,

역사책에 있는 짧은 글에 상상력을 붙여 길게 풀어낸다.


우리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일단 무엇이든 시작하자.

글을 보지 말고, 글을 써라. 영상을 보지 말고, 영상을 만들어라.

음악을 듣지 말고, 음악을 만들어라.

웹툰을 보지 말고, 웹툰을 만들어라.

게임을 하지 말고, 게임을 만들어라.

요리를 먹기만 하지 말고, 요리를 연구하고, 만들어라.

『해리포터』는 롤링이 글을 매일 썼기 때문에 탄생한 것임을 기억하라.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부족한 점들을 어떻게 개선할지 정하고,

양질의 연습을 시작하라.


끝으로 매일 이 과정을 반복하라.


이렇게 만들어진 여러분의 지식과 기술을

실력이라 부른다.


*참고문헌

Kellogg, R. T., & Whiteford, A. P. (2009). Training advanced writing skills: The case for deliberate practice. Educational Psychologist44(4), 250-266.


Duckworth, A. (2016). Grit: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verance. Scribner/Simon & Schuster.


Currey, M. (Ed.). (2013). Daily rituals: How artists work. Knopf.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Hannah Olinger on Unsplash


*인지심리학자 이국희 교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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