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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Aug 31. 2022

선택하고, 주의를 유지하라

상상하고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상상력이다.

인간을 가리키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말 자체가 그렇다.

상상하는 인간, 창조하는 인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상력과 창조력을 발휘하는 일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주의(attention)를 기울이는 과정, 쉽게 말해 노력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노력이라고 말하는 과정은 정신 에너지인 주의력을 쓴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주의력을 써야 상상이 가능하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주의력을 써야 창조가 가능하고,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주의가 다 상상과 창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의의 세 가지 유형 중 두 가지 합쳐졌을 때에만 상상력과 창조력, 생산력으로 이어진다.


먼저 주의의 첫 번째 유형부터 살펴보자. 바로 경계(alert)로서의 주의다.

조용하고 고요한 공간에 앉아 있었는데,

어디 선가 '쿵쿵쿵'하는 소음이 들려온다. 그럼 우리 뇌는 바로 경계태세에 들어간다.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는 것처럼 어디에 위험이 있는지 감지하려고 애쓴다.


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불빛이 '번쩍'한다. 그럼 우리의 주의는 바로 그곳을 향한다.

경계로서의 주의가 발동되기 때문이다.

군인들은 경계라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고요한 밤에 경계 초소에서 근무를 서다가

뭔가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바로 총을 겨누고, 암호를 대라고 한다. 그날 암호가 화랑-담배라면,

'화랑'이라고 외친 후, 상대방에게 '담배'라는 말이 돌아오길 초조하게 기다린다.


현대인들은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경계로서의 주의를 매우 자주 경험하고 있다.

한 가지 물건 덕분(?)이다. 뭐냐고? 스마트폰이라는 경계 유발 물건이다.

수시로 진동이 오고, 메시지가 오고, 이메일이 이고, 알림이 울려댄다.

계속 인간의 경계태세를 발동시키는 물체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느끼셨겠지만, 이런 경계태세 발동은 인간의 상상력 발휘와 창조적 생산성 발휘와 무관하다.

경계적 주의는 인간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긴장을 유발하지, 절대 좋은 걸 유발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적어도 나는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는 사람들 치고, 뭔가 상상력을 발휘하고,

창조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상상하고, 생산하고, 창조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멀리한다.


Photo by Jonathan Borba on Unsplash


이제 주의의 두 번째 유형을 살펴볼 차례다.

정향(selective attention)이라고 불리는 주의다.

정향이란,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 것인지를 정한다는 의미다.

주의를 기울일 대상, 사건, 물체,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정향이다. 그래서 선택적 주의라고도 불린다.

인간은 한꺼번에 여러 개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다.

가끔 그런 게 가능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은 그냥 빠르게 이것저것에 주의를 전환하고 있을 뿐이지,

동시에 여러 가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메일 봤다가, 과제 좀 했다가, 페이스북 봤다가, 인스타 갔다가, 카톡 봤다가, TV 좀 봤다가,

게임도 좀 하다가, 웹툰도 좀 보는 식은 멀티가 아니다. 그냥 어텐션 스위치(attention switch)를 하면서

정신없이 떠돌아다닐 뿐이며, 아무런 생산성이 발생하지 않는다.


간혹 어떤 일이 자동화되거나 숙련된 사람들이 멀티를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운전하면서 라디오도 듣고, 자전거 타면서 음악 감상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건 한 가지 일이 완전하게 숙련되었기에 더 이상 노력하지 않고,

주의력을 쓰지 않기에 가능한 것이다.

운전하면서 라디오 듣는 것은 그냥 라디오만 듣는 것이고, 자전거 타면서 음악 감상하는 것은

그냥 음악만 듣는 것이라는 말이다.


운전하면서 노력이 필요한 수학 문제를 손을 떼고 풀 수 있는가?

자전거 타면서 노력이 필요한 논술 문제를 손을 떼고 쓸 수 있는가?

이런 게 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멀티인데, 인간은 이런 걸 할 수 없다.

한 가지로 방향을 좁혀서, 딱 하나를 정해서 주의를 기울이고, 인지적 에너지를 써야 한다.


주의의 마지막 유형은 집행(executive)으로서의 주의다.

집행이란 주의를 장시한 유지한다는 뜻이다.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선택했다면, 그다음에 할 일은 그 주의를 장시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성이 나오고, 상상력이 발휘되며, 창조가 이루어진다.


소위 몰입(flow)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향과 집행이 장시간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더하여 심리학적 노력은 정향과 집행이 장시간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노력이라고 다 똑같은 노력이 아니다.

심리학적 노력이 되려면, 한 가지 할 일을 정해야 하고,

그것에 대한 주의를 장시간 유지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할 때, 창조가 이루어지고, 상상력이 발현되는 것이다.


여러분의 삶에서 경계태세가 발동될 만한 상황은 줄여라.

그리고 방향을 정하라. 이어서 주의력을 지속하라.


그것이 호모 사피엔스다.

호모 사피엔스는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한

선택과 집행을 하는 인간, 

창조력을 발휘하기 위해 선택과 집행을 하는 인간,

즉 노력하는 인간이다.


*참고문헌

Dehaene, S. (2021). How we learn: Why brains learn better than any machine... for now. Penguin.


Dehaene, S. (2014). Consciousness and the brain: Deciphering how the brain codes our thoughts. Penguin.


Dehaene, S. (2011). The number sense: How the mind creates mathematics (Rev. and updated ed.). Oxford University Press.


Dehaene, S. (2010). Reading in the brain: The new science of how we read. Penguin Group USA.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Nicolò Canu on Unsplash


*인지심리학자 이국희 교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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