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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Sep 07. 2022

어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할 일을 선택하고, 주의를 지속하는 것의 효과: 몰입할 때 생기는 일

할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지속하고,

할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지속하고,

우리의 삶은 이 두 가지의 반복 인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안 하기로 선택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지속하는 것도 포함이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할 일을 선택하는 것은 정향, 선택적 주의라고 부르는 것이며,

그 선택을 지속하고, 그 선택에 대한 주의를 일정 시간 이상(보통 1시간 이상) 유지하는 것을

집행, 수행으로서의 주의라고 부른다.


정향과 집행.

이 두 과정을 합쳐서 심리학자들은 정보처리를 하고 있다,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혹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력, 즉 정보처리를 하고 있다는 것은 배우고 있다는 것이자,

창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움과 창조는 별도로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은 창조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창조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몰입이라는 현상을 줄곧 경험한다.

배움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고,

창조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는 현상 말이다.


몰입을 경험할 때 나타나는 일을 더 자세히 말해보겠다.


첫째, 인간은 배움과 창조에 몰입할 때,

시간 지각의 왜곡을 경험한다.

시간이 무척 빨리 갔다고 느끼는 시간 압축을 경험하거나,

시간이 무척 천천히 갔다고 느끼는 시간 확장을 경험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 압축이다.

과제를 수행하는데, 시간이 빨리 갔다고 느끼고,

글을 쓰는데, 음악을 만드는데, 작품을 그리는데 시간이 빨리 갔다고 느낀다.


Photo by Anthony Da Cruz on Unsplash


그러나 스포츠 선수들은 시간 확장도 곧 잘 경험한다.

야구를 하는 타자에게 투수의 150km짜리 공이 느리게 보이거나, 크게 보이는 현상.

탁구나 배구와 같이 공이 자기 진영과 상대 진영을 오가며, 랠리가 이어질 때,

상대방과 공의 움직임이 슬로비디오처럼 보이면서 경기장의 모든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는 현상.

권투 선수가 상대방과 잽과 훅의 공방전을 벌이는데, 상대방의 움직임이 너무 느려 보이면서

상대방의 모든 주먹을 다 피하는 현상 등이 바로 그 증거다.


둘째, 인간은 배움과 창조에 몰입할 때,

공간감이 다소 둔화된다.

어디에 있는지를 잠시 잊거나, 어디에 가고 있었는지를 잠시 잊는다.

버스에서 책을 읽던 사람들이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지나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셋째, 인간은 배움과 창조에 몰입할 때,

자기 감시 기능이 약해진다.

인간은 항상 자기 자신을 감시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한다.

후회하고, 걱정하고, 근심하고, 두려워하고, 긴장한다.

물론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오면,

자기 감시 기능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자기 감시 기능이 기질적으로 더욱 강한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예민한 사람, 민감한 사람, 완벽주의자 등으로 부른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라도 뭔가 몰입할 때는 다르다.

자기 감시 기능이 약해지면서, 걱정하던 것, 근심하던 것, 두려워하던 것, 긴장하던 것을 잊고,

즐거움을 느낀다.


창조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창조하는 것에 몰입한 결과도 훌륭하다.

인간은 몰입했을 때,

생산성 증가이 증가하고, 창의적 작품이 나오며,

실력 향상(역량 향상)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고,

세상 사는 것에 대한 보람과 가치, 의미를 경험한다.

결과적으로 행복해지고, 또 다른 일에 몰입을 쉽게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몰입하지 못한 사람의 훌륭하지 못한 결과는 이 모든 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창조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창조하는

정보처리 과정에 푹 빠져보자.

즐거움과 의미라는 행복의 두 가지 차원을 모두 만족시키는 삶이 펼쳐질 것이다.


*참고문헌

Csikszentmihalyi, M. (1990). Flow: the psychology of optimal experience. Harper Perennial Modern Classics.


Jackson, S. A., & Csikszentmihalyi, M. (1999). Flow in sports. Human Kinetics.


Engeser, S. (Ed.). (2012). Advances in flow research. Springer Science + Business Media.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Nirmal Rajendharkumar on Unsplash


*인지심리학자 이국희 교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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