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하고 싶은 당신에게
몰입의 원리: 나도 몰입하고 싶죠!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인간은 예로부터 마법과 같은 힘을 동경해 왔다.
뿅! 하면, 노력하지 않아도 금덩어리가 생기고,
짠! 하면, 노력하지 않아도 미래의 모든 걸 알게 되고,
얍! 하면, 노력하지 않아도 힘이 세진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마법 같던가.
죽어라 노력해도 금덩어리는 생길까 말까 하고,
죽어라 노력해도 미래에 대한 예측은 빗나가기 마련이며,
죽어라 노력해도 초인적인 힘을 가지기 어렵다.
잘 살펴보면, 마법사의 이야기를 다른 현대적 이야기들도 이런 현실성을 담고 있다.
『해리 포터(Harry Potter)』의 주인공 해리 포터.
요즘식으로 말하면, 흙수저다. 마법사들끼리의 결혼으로 태어난 순혈 마법사가 아니다.
인간과 마법사의 결혼으로 태어난 혼혈 마법사다.
하지만, 해리 포터는 연습하고, 노력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동료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이게 인생이다.
아이들이 해리 포터에 열광하고, 어른들도 열광한 이유는 이것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 중에 『쿠베라』라는 웹툰에도 마법사들이 나온다.
이 만화에서 나름 현실을 반영한 설정으로 보인 것이 있는데,
마법을 시전 하기 위한 수학적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학적 계산 속도가 마법 실력을 좌우하고, 마법 정확도를 높인다.
그리고 이건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
이런 계산을 못하거나, 이런 계산을 방해하면, 마법이 발동되지 않거나 엉뚱하게 발동된다.
또한 마법이 발동되기까지 주문을 외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마법 주문을 방해하거나, 외치지 못하게 하면, 마법은 발동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무언 마법을 연습하기도 하는데,
무언 마법을 많이 쓸수록 인간성을 잃어가고, 사이코패스처럼 되어 간다는 부작용이 있다.
이런 게 인생이다.
노력해서 얻은 것은 부작용이 없는데, 노력하지 않고 얻은 것은 부작용이 있다.
노력을 쉽게 해준다는 알약 같은 것들이 있다.
이 약을 먹으면, 주의력을 높여주고, 몰입하게 도와준다고 한다.
본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처방하던 것인데,
일부 의사들이 학부모들과 결탁하여 정상적인 아이들에게도 처방하여 판매한다.
돈만 내면 가능한 일종의 과잉진료이자, 과잉처방이다.
좋다. 돈 자랑하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치자.
이런 돈 자랑의 결말이 슬프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과연 이런 알약의 부작용이 없을까?
일단 이렇게 한 번 약에 손을 대면, 약 없이는 더이상 집중이 불가능한 사람이 된다.
집중하고 싶을 때마다 약을 먹어야 하는 불쌍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약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무기력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우울증에 걸린다는 소리다.
휴식을 취해야 하는 순간에도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서 뇌를 피로하게 만든다.
정보처리 담당하는 해마에 무리를 주어서 늙어서 치매에 걸릴 확률을 증가시키고,
전두엽에 무리를 주어서 자기통제, 감정조절, 절제 등을 못하게 만든다.
여러분들 중에는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 계신 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길게 말하지 않겠다.
오히려 궁금한 질문은 이런 것일 수 있다.
"나도 노력하고 싶죠! 그런데 집중이 잘 안 돼요!"
"나도 노력해야 하는 것 알죠! 그런데 어떤 일에 몰입이 안되고, 동기부여가 안 됩니다!"
이런 질문들 혹은 푸념들에는 한 가지 공통적 오해가 있다.
노력할 수 있게 되는 것 자체를 뭔가 타고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노력할 수 있게 되는 것은 타고나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노력이 발휘되지 않는 것은 타고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학적 사실일까?
아니다! 잘 생각해보라. 이 세상에 있던 것 중에 자연스럽게 노력하게 된 것이 몇 개나 되던가?
내 인생에 도움이 되고, 돈을 벌어다 주는 일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노력하게 되지 않는다.
자연스럽지 않아도 일단 시작해야 하고, 시동 걸어야 하고, 발동 걸어야 하는 일들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
어떤 역량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과 몰입,
어떤 과업에 대한 노력과 몰입은 그냥 하는 것이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때도 그냥 하는 것이고,
타고난 것이 없어도, 재미가 없어도 그냥 하는 것이고,
뭔가 느낌이 오지 않아도 그냥 하는 것이다.
Photo by Jerry Wang on Unsplash어떻게 보면, 반대의 생각들이 심리학적, 과학적 정답이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니까, 노력하고 몰입해야 한다. (노력한 다음에야 동기부여가 되니까)
타고난 것이 없으니까, 노력하고 몰입해야 한다. (노력해야 타고난 것처럼 잘하게 되니까)
재미가 없으니까, 노력하고 몰입해야 한다. (노력해야 재미를 알게 되니까)
뭔가 느낌이 안 오니까, 노력하고 몰입해야 한다. (노력해야 느낌 오니까)
어떤 일을 시작하기 어렵다고?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시작해야 한다.
한 문장 쓰기 시작해야 하고,
한 글자 보기 시작해야 하고,
한 동작 하기 시작해야 하고,
생각을 시작해야 한다.
과학적으로 보면, 약간 짜증 나지만, 일단 시작하는 것이
몰입이라는 마법이 발동되는 일종의 주문이다.
할 일을 한 가지 정해서, 아주 의도적으로 그 일에 대한 집중을 유지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적어도 15분은 이렇게 의도적으로 초집중해야
글이 써지고, 정보들이 내 머릿속에서 연결되고,
동작들이 융합되고, 몸이 풀리고,
글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하고,
내 머릿속에서 다양한 이미지들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일에 몰입하게 된다.
이런 15분 간의 초집중을 하이퍼 포커스라고 부른다.
이런 마법이 풀리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해두고, 환경적 설정을 해두고,
수학적 계산을 해두는 것도 잊지 말라.
손자병법에도 지리를 살피라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 동양 문화에서도 풍수지리를 살피지 않는가.
노력하기 좋은 곳을 만들어 가야 하고,
노력하기 좋은 곳을 찾아가야 한다.
어떤 곳이냐고?
몰입이라는 마법이 다른 방해로 인해서 깨지지 않을 만한 곳이다.
내가 외우고 있는 몰입의 주문, 하이퍼 포커스가 깨지지 않을 만한 곳에 가시라.
갑자기 내 주의를 빼앗는 자극들이 많은 장소,
경계적 주의가 발동되는 장소를 피하고,
경계가 발동하지 않는 장소, 맥락, 환경을 만들어야 하이퍼 포커스 할 수 있다.
스마트폰 같이 내 주의를 빼앗는 물체를 멀리하고,
최소한 무음으로 하거나, 방해금지 모드로 하자.
이에 더해 경계적 주의가 발동되지 않도록 상황을 조성하라.
때로는 친구나 부모가 내 주의를 방해할 수 있다면, 그런 상황을 피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통화 소리를 듣게 될만한 장소는 최악이다.
인간은 전화 통화가 아닌, 양방향 대화는 그냥 소음으로 무시할 수 있다.
통화처럼 같은 공간에 있는 한 사람의 목소리만 들리면서
수화기 너머에 있는 상대방의 말이 계속 공백상태가 될 때,
우리 뇌는 그 공백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집중을 방해받는다.
한쪽 이야기만 들리면서 상대방의 반응이 들리지 않을 때,
우리 뇌는 이런 공백에 호기심을 가지며,
이렇게 주의를 빼앗기에 되면, 우리 뇌가 상대방의 말을 추론하게 되는 작업에 들어가면서
내가 정작 해야 할 일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제 노력과 몰입이라는 마법을 나에게 걸어볼 시간이다.
무엇이든 그냥 시작하라. 그리고 하이퍼 포커스라는 주문을 외우자.
그럼 이루어질 것이니.
*참고문헌
Ashinoff, B. K., & Abu-Akel, A. (2019). Hyperfocus: the forgotten frontier of attention. Psychological Research, 85(1), 1-19.
Bailey, C. (2018). Hyperfocus: How to manage your attention in a world of distraction. Penguin.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Joel Muniz on Unsplash
*인지심리학자 이국희 교수 유튜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