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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Sep 21. 2022

성공하는 사람은 무너질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그놈의 마시멜로 테스트,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강해야 한다?


성공에 대해 말하다 보면, 노력이 나오고,

노력을 말하다 보면, 인내심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인내심 타령을 한다.


인내심이 강해야 한다.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견뎌야 한다.

절제하라.

이를 악물어라.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


그럼 실제로 꾸준히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의 인내심과 참을성,

자제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전부는 아니겠지만, 굉장히 높은 비율의 사람들이

-나는 참을성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자제력이 보통 수준입니다.

-저는 특별한 인내심이 없습니다.

-저는 이를 악물지 않습니다.

라고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일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참을성이 높다고, 인내심이 강하다고 칭송받는 사람들에게

정작 물어보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이런 역설.

그냥 이 사람들이 겸손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정말 평균적인 사람들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참을성을 가진 걸까?


마시멜로 테스트를 신봉하는 사람이라면,

어마어마한 인내심을 타고난 사람들이 겸손하게 자신을 낮춰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특별한 인내심을 타고나서 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달콤한 향이 솔솔 나는 마시멜로를 눈앞에 두고 15분간 먹지 않고 참아내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너무 당연하게 매일 노력하여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마시멜로를 눈앞에 두고 15분간 참아내는 독종이라고 결론짓는다.

이렇게 인내심을 타고난 사람들이 15년 뒤에 대학 입시 시험에서 월등히 높은 성적을 거둘 뿐 아니라,

20년 뒤에는 연봉이 더 높은 직업까지 얻게 된다고 하니 의심할 바 없지 않은가?


아쉽게도 마시멜로 테스트는 사람들에게 인내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동기 부여하기는커녕

사람들에게 자신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주는 수단이 되어 버렸다.

나는 노력을 지속할 만한 인내심을 타고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에는 과학적 문제가 있다.

일단 이 질문을 생각해보자. 타고난 인내심의 소유자들이 전 인류에서 몇 % 나 될까?

현대의 뇌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이런 특별한 인내심을 타고나는 사람들은

전 인류의 0.002%에 불과하다.


더 문제는 우리가 마시멜로 테스트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시멜로 테스트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인내심 테스트가 아니다.

마시멜로 테스트에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조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나는 마시멜로를 눈에 보이는 위치에 두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마시멜로를 15분간 먹지 않고 참는 법을 알려주느냐 아니냐는 것이다.


Photo by Magnet.me on Unsplash


마시멜로를 눈에 보이는 위치에 두는 조건의 경우는 여러분이 아는 것처럼

마시멜로가 책상 위에 있는 접시에 올려져 있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조건의 경우에는 마시멜로가 책상 위에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박스 안에 있거나, 사물함 안에 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마시멜로가 어디에 있는 줄은 알지만,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에 큰 유혹을 받지 않았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조건에서는

아이들이 알아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아야 했다.

그러나 마시멜로를 먹지 않는 참는 법을 알려주는 조건에서는

아이들에게 눈을 감을 것, 고개를 돌릴 것, 하늘을 보고 노래를 부를 것, 딴생각을 할 것,

뒤를 돌아볼 것 등을 알려주었다.


정리하면, 총 4가지 조건이다.

1) 마시멜로를 눈으로 보면서, 참는 법 모름

2) 마시멜로를 눈으로 보지 않으면서, 참는 법 모름

3) 마시멜로를 눈으로 보면서, 참는 법 배움

4) 마시멜로를 눈으로 보지 않으면서, 참는 법 배움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마시멜로 테스트는 오직 마시멜로를 눈으로 보면서,

참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은 1번 조건일 뿐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타고난 인내심의 강자들만 참을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인내심의 소유자들이라도 잘 참아내는 조건들이 존재했다.

여러분 생각을 먼저 물어보고 싶다.

1번에서 4번의 조건들 중, 어느 조건의 평범한 인내심을 가진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오래 참을 수 있었을까?


답은 2번과 4번 조건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 두 조건의 아이들은 평균 10분 정도를 참아낼 뿐 아니라,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15분을 견뎌냈다.

이 두 조건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렇다. 마시멜로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3등은 마시멜로를 눈으로 보면서, 참는 법을 아는 조건이었다.

이 아이들은 평균 7분 정도를 참았고, 40% 정도의 아이들이 15분을 참았다.

이는 참는 법을 안다고 해도, 마시멜로가 눈에 보이면, 참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가장 성적이 저조한 집단이 바로 여러분이 알고 있던,

1번 조건이다. 마시멜로가 눈에 보이는데, 참는 법도 모를 때 아이들은

평균 6분 정도를 참았고, 25%의 아이들만 15분을 참았다.


지금 설명한 마시멜로 테스트가 마시멜로 테스트의 진짜 이야기다.

마시멜로 테스트는 타고난 인내심의 강자들이 승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시멜로 테스트는 인내심을 타고나지 않았어도

마시멜로와 같은 유혹거리를 눈앞에서 치우면, 참을 수 있으며,

이렇게 유혹거리를 치우는 것이 참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임을 증명한 연구인 것이다.


꾸준히 노력하여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인내심은 보통 수준이라고 한 말은

겸손해서 한 말이 아니라, 진실이다.

이들의 인내심은 보통 수준인 것이 맞다. 그런데 어떻게 매일 노력할 수 있냐고?

간단하다. 이들은 유혹에 빠질 만한 일을 만들지 않고,

유혹에 빠질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고,

유혹 자체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마시멜로를 눈으로 보면서 참기란 힘들기에

마시멜로라는 유혹거리를 눈에서 치운다.


인내심을 발휘하기 때문에 매일 꾸준히 노력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인내심을 발휘할 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기에 그냥 매일 툭툭 노력할 수 있었고,

참을성과 절제력을 발휘할 만한 일을 하지 않고, 그런 장소와 사람을 만나지 않기에

매일 툭툭 노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마시멜로 테스트를 자제력 테스트라 부르지 않는다.

마시멜로 테스트는 상황 제어 테스트다.


매일 노력하기 위해서는

유혹에 빠질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의 중요하다.

집중 잘 되게 만들어 놓고, 공부하고 일해야 된다는 뜻이다.

마시멜로를 눈으로 보면서 참는 건 실패의 지름길이자,

실패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마시멜로를 눈에 잔뜩 보이게 해놓고, 공부에 집중이 안된다고 핑계를 대는 것은

심리학자들이 자기 불구화(self handicapping)라고 부르는 것과도 연관된다.

자기 불구화(셀프 핸드 캐핑)란, 평소 노력하지 않아 나쁜 결과가 예상될 때,

일부러 더 유혹에 빠져(술을 잔뜩 먹는다거나) 나쁜 결과의 핑계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 핸디캡을 만든다고나 할까?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눈앞에 초콜릿 케이크를 놓고, 참는다면 바보다.

공부하겠다는 사람이 스마트폰에 게임을 잔뜩 깔아 놓고, 참는다면 바보다.

일하겠다는 사람이 스마트폰에 구독한 영상 알림을 잔뜩 울리게 해 놓고, 참는다면 바보다.

이렇게 해놓고 나서 인내심 타령을 하지 말라.

실패하기로 작정한 사람들의 자기 불구화의 함정에 빠진 것에 불과하다.


꾸준 노력하고 싶다면, 먼저 상황을 제어하자.

초콜릿 케이크를 치우고,

게임을 지우고,

구독을 취소하고,

자동 로그인을 해제하라.


마시멜로를 눈에 보이지 않게 치워라.

그것이 나를 꾸준한 노력과 성공으로 인도할지니.



*참고문헌

Shoda, Y., Mischel, W., & Peake, P. K. (1990). Predicting adolescent cognitive and self-regulatory competencies from preschool delay of gratification: Identifying diagnostic conditions. Developmental Psychology, 26(6), 978–986.


Wood, W., & Rünger, D. (2016). Psychology of habit. Annual Review of Psychology67, 289-314.


Wood, W. (2019). Good habits, bad habits: The science of making positive changes that stick. Pan Macmillan.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Surface on Unsplash


*인지심리학자 이국희 교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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