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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Oct 12. 2022

집중 안 되는 날이라고 '0'을 만들진 말라

성공하는 사람들은 집중 안 되는 날에도 늘 하던 걸 조금은 합니다

슬럼프(slump).


야구나 농구 경기 중계방송을 즐겨보시는 분들은

좋은 기량을 보이던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질 때(타율이 떨어지거나, 제구가 안 되거나),

스포츠 캐스터가 이런 말을 쓰는 걸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물론 스포츠 선수들에게만 쓰는 말은 아니다.

일상에서

일을 계속 잘하던 누군가의 생산성이 떨어질 때,

성취가 좋던 누군가의 뭔가 성취가 낮아질 때,

잘하던 사람이 갑자기 침체를 보일 때,

그것을 보던 타인들은 그 사람에게 슬럼프가 왔다고 한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잘하던 누군가의 성과가

하루 이틀 나빠졌다고 슬럼프라고 부르긴 어렵다는 것이다.


진짜 슬럼프에 빠진 사람은

깊은 계곡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과 같아서

일주일 이상, 더 길게는 몇 주일, 몇 달도 간다.


안타까운 일이다.

계속 잘했다면, 더 높은 곳에 더 뛰어난 경지에 올랐을 텐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핵심은 뭔가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있다.


아무리 매일매일 생산적인 일을 해내고,

매일매일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던

프로(professional)에게도 힘든 순간이 온다.


피곤할 때도 있고, 짜증 날 때도 있으며,

삶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때도 있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함에 대해 공포를 느낄 때도 있다.


집중이 잘 안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때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일을 손에서 놓고 싶고, 푹 쉬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하던 일을 중단하고, 여행이라도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당신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선택의 갈림길에서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어려운 선택이기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겠다.

유튜브에서 관련된 강의를 검색해서 강의를 들어볼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신은 아마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쉬세요."

"하루 이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세요."

"원래 하던 일, 생산적인 일, 고난도의 연습, 다 쉬고 다른 것을 하세요."

이런 말들 말이다.


그리고 당신은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쉴 것이다.

하루도 쉬고, 이틀도 쉰다.


자. 이틀 후다. 이제 쉬지 말고 뭔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어떤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다시 기량을 회복하고, 역량을 끌어올리고, 감을 잡고 늘 하던 대로 잘할 수 있을까?


Photo by set.sj on Unsplash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이틀 푹 쉬는 순간 감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

끌어올리고 싶은 그것을 끌어올리는 법을 잃어버린다는 것.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틀 정도 쉬면, 마음도 다시 찾고, 동기 부여도 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라는 것.

침제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침제가 깊어지고, 더 깊어지기만 한다는 것.


그래서 이틀 정도 푹 쉬기 전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고,

일을 더 못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흐음... 인터넷에서 우쭈쭈 해주는 사람들 말을 듣고 나서 잠시 기분은 좋았지만,

최종적인 결과는 매우 좋지 않아 졌다.

일의 감의 잡기 위해 몇 년을 노력했는데,

이틀 놀아버리는 사이에 그 감이 사라진 것이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침체 되었을 때, 집중 안될 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완전히 쉬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늘 하던 대로 하는 것이다.

늘 하던 대로 일하고, 늘 하던 정도만 쉰다.


정 힘들다면,

일을 좀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제로를 만들진 않는다.

공부량을 좀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제로를 만들지 않는다.

속도를 좀 늦추더라도, 제로를 만들지 않는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때, 힘들 때, 뭔가 내려놓고 싶을 때도

어느 정도 하는 선택, 심지어 늘 하던 대로 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하루 이틀이 지난다.

잠깐 침체되었던 마음이 좋아진다.

약간 일을 줄였을 뿐인데, 많이 쉰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일을 전혀 하지 않은 건 아니기에 감도 잃지 않았다.

일을 천천히 하면서 내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내가 하는 일의 새로운 의미와 가치도 발견하게 되었다.

일을 아예 손에서 놔버렸다면 할 수 없었던 경험,

할 수 없었던 발견을 한 것이다.


스포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길고 긴 슬럼프에 빠지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하루 이틀 침체를 보이지만, 금방 다시 일어나는 선수들이 있다.

이 두 부류의 선수들의 차이는 뭘까?

길고 긴 슬럼프에 빠지는 선수들은

그 기간 동안 그냥 방황하면서 원래 하던 루틴들을 손에서 놔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 이틀 침체되었다가 금방 회복하는 선수들은?

연습을 평소보다 좀 덜할 순 있겠지만,

그냥 완전히 손에서 놔버려서 '0'을 만드는 날은 없다.

잠시 바람도 쐴 수 있고,

산책도 할 수 있고,

딴짓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0'을 만들진 않는다.


성공하는 작가들?

아무리 힘든 날에도, 집중이 안 되는 날에도 글쓰기를 '0'을 만들지 않는다.

정말 집중 안 되는 날도 뭐라도 좀 쓴다.


성공하는 작사가들?

아무리 힘든 날도, 집중이 안 되는 날에도 작사를 완전 '0'으로 만들지 않는다.


성공하는 작곡가들?

정말 동기부여 안 되는 날에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날에도 작곡을 완전 '0'으로 만들지 않는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는 분들인가?

혹시 힘든 날이라고 완전 놔버리는 선택을 해왔다면, 이제 다른 선택을 해보자.

성공하는 사람들이 하는 선택을 해보자.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우쭈쭈 해주는 말에 속지 말자.

그들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서 여러분에게 그렇게 살라고 하는 것은

여러분의 성공을 방해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음모설?).


성공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힘들고, 동기부여 안 되는 날에도

집중이 어렵고, 일이 손에 잡히던 날에도

늘 하던 대로 하려고 해보자.


그 어떤 날에도

최소한 '0'을 만들진 말자.


*참고문헌

Schegloff, E. A. (1986). The routine as achievement. Human Studies9(2-3), 111-151.


Currey, M. (Ed.). (2013). Daily rituals: How artists work. Knopf.


Clear, J. (2018). Atomic Habits. Random House.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Christopher Campbell on Unsplash


*인지심리학자 이국희 교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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