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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Mar 01. 2023

이직하면 평범해지는 최고 실력자

높은 성취는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다

조직에서 높은 성취를 보이는 사람들은 자주 착각을 한다.

내가 잘해서 이렇게 된거야.

너희가 먹고 사는 건 다 내 덕분이야.

나는 아쉬울 것이 없지만,

내가 다른 곳으로 가면 너희는 다 아쉬울 거야.


그런 교만과 오만이 싹트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친절해지고, 팀원들을 무시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대우 받으려고 하고, 대우해주지 않으면, 속으로 욕한다.


주는대로 받는다고, 이렇게 불친절해진 최고 실력자를

팀원들도 불친절하게 대하기 시작한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시간을 끌거나, 대충해준다.

최고 실력자가 점점 꼴도 보기 싫어지면서, 슬슬 피한다.


최고 실력자는 이렇게 비협조적이된 팀원들을 원망한다.

자신의 불친절이나 무시는 생각하지 않고, 모든 화살을 팀원들에게 돌린다.

그 팀의 성취는 떨어지고, 최고 실력자도 점점 실력 발휘가 어렵게 된다.

사실상 최고 실력자가 아니게 된다.


최고 실력자는 또 자신의 팀원들을 원망하고, 자신을 몰라주는 조직을 박차고 나온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이직한다.

이직할 때 자신의 최근 실적이 아니라,

팀원들과 분위기가 좋았을 때의 높은 실적을 마치 자신이 혼자 한 것처럼 자랑해서

연봉도 좀 높인다.

거기서 새로운 팀과 일을 시작한다.


과연 예전처럼 높은 성취가 나올까?

아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과거의 최고 실력자는 새로운 팀에 적응하지 못했고,

새로운 팀도 최고 실력자에게 적응하지 못했기에 실수가 많고,

의사소통의 문제가 많아 성과가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다.

그냥 펑범해진다.

과거의 최고 실력자는 이것을 멍청한 팀원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직한 회사의 간부들은 높은 연봉을 주는데 왜 성과가 안 나온다고 재촉한다.


결국 견디지 못한 과거의 실력자는 또 다른 회사로 간다.

소규모 회사다. 그리고 거기에는 팀원들이 없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 말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자기 혼자 해야 한다.

과거의 실력자는 수많은 일들에 치여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과거의 영광을 반도 되살리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평가한다. 그 사람 예전에는 일 잘하더니 요즘은 영 시원치 않아.

실력이 후퇴했어. 실력이 다 죽었다. 감이 다 떨어졌어.


Photo by Matteo Vistocco on Unsplash


이 이야기는 그냥 소설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높은 성취를 자기 혼자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최고의 외과 수술 전문의 세계에서 유명한 일화들이 있다.

한 병원에서 최고의 수술 실력을 발휘하던 의사가 다른 병원에 초청받아서

그 병원의 수술팀과 같이 수술실에 들어가면, 의료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소위 출장 수술을 가면 수술 받는 환자가 위험해진다.

최고의 수술 전문의였는데, 돌팔이 의사처럼 변한 것이다.


그럼 한 병원 최고의 외과 전문의가  출장 수술을 가더라도

환자가 위험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 출장을 가면 안 된다. 원래 그 의사와 수술을 같이 했던 팀 전체가 출장을 가야 한다.

이렇게 팀 전체가 같이 이동하면, 최고의 수술 실력이 유지된다.


여기서 뭔가 깨닫게 되는 것이 없는가?

그렇다. 최고의 수술 실력은 혼자 발휘했던 것이 아니다.

마취과 의사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퍼스트(조력자) 의사라는 스탭진이

집도의와 함께 호흡을 맞췄을 때 최고의 실력이 나오는 것이지,

의사 혼자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없는 것이다.


투자 전문가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한 투자 전문 회사에서 최고의 수익율을 올리던 전문가가

높은 연봉으로 혼자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어떻게 될까?

그냥 평범한 수익율을 올리는 전문가로 전락한다.

왜냐고? 거기에는 이전 회사의 스탭들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최고의 투자 전문가는 그 팀의 스탭들이 양질의 자료를 조사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이직한 회사의 스탭들은 양질의 자료를 조사해주는 실력이 없었다.

그래서 자료조사부터 분석까지 전문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던 그 전문가는 결국 업무 성과를 내지 못한다.


그런데 최고의 투자 전문가가 이직하고서도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게 되는 사례도 있다.

뭐냐고?

자신과 함께 일하던 스탭들 전체가 연봉을 높여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다.

혼자만의 헤드 헌팅, 혼자만의 이직이 아닌 팀 전체 헤드 헌팅, 팀 전체 이직이다.

그럼 그 최고의 팀이 최고의 투자 전문가를 보좌하면서 최고의 수익을 유지한다.


스포츠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올림픽 메달 리스트는 절대 혼자 만들어질 수 없다.

코치진, 의료진, 영양사, 스탭, 가족, 친구, 시설(환경) 등등이 합쳐져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높은 성취라는 것은 항상 이런 식이다.

혼자 성취를 이루고, 혼자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가족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 동료가 있었고, 환경이 있었고, 시스템이 있었고,

선배가 있었고, 후배가 있었다.


최고의 팀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성공과 성취는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다.


*참고문헌

Huckman, R. S., & Pisano, G. P. (2006). The firm specificity of individual performance: Evidence from cardiac surgery. Management Science, 52(4), 473-488.


Groysberg, B., Lee, L. E., & Nanda, A. (2008). Can they take it with them? The portability of star knowledge workers' performance. Management Science, 54(7), 1213-1230.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Cherrydeck on Unsplash


*인지심리학자 이국희 교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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