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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Feb 22. 2023

점진적 변화를 포착하라

조금씩 변하는 것을 놓치지 말고 강화하기, 한 방에 바뀌는 것은 없다!

인간은 인내심이 부족하다.

참을성이 없고, 지루함을 못견뎌한다.

인내심의 '인'자도 없다.


오죽하면,

"지루하게 인내하며 기다릴래? 아니면 (약한) 전기충격을 받을래? 둘 중에 하나로만 골라!"

라고 하자. 60%가 넘는 사람들이 '지루하게 기다리느니! 전기충격을 달라!'는

선택을 하겠는가!


정말 놀라운 족속이 아닐 수 없다.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면,

길게 줄을 선 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라.

그냥 가만히 서서 혹은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던가?

버스 정류장, 전철 승강장, 맛집 대기줄, 놀이공원 인기 놀이기구 대기줄 등등

어떤 줄이든 좋다. 다 똑같다.

뭐가 똑같냐고? 다들 지루함이 너무 싫어서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이 똑같다.

어떻게해서는 재미 있게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절대 지루해서는 안된다는 듯이 스마트폰에 얼굴을 들이밀고, 뭔가를 열심히 검색하고 보고 있다.

뉴스, 유튜브,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 등등

지루함을 사라지게 해줄 콘텐츠를 찾아서 보고 또 보고 또 본다.

나같은 심리학자도 마찬가지다. 물론 스마트폰 대신 사람 구경을 하는 것은 좀 다르지만 말이다.


요즘 10대들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3분에서 5분 정도 기다리는 그 시간도 참지 못한다.

뜨거운 물과 라면의 면발이 상호작용하면서 서서히, 점진적으로 익는 과정을 도저히 못기다리겠다고 한다.

그래서 컵라면의 커버를 완전히 뜯어버린 후, 전자레인지로 들고 간다.

그리고 이미 뜨거운 물에 익고 있는 컵라면을 전자레인지로 가열하기 시작한다.

전자레인지 부스터샷이라고나 할까?

효과는 분명히 있다. 3분 기다려야 할 것을 1분만 기다려서 먹을 수 있다!


점진적 변화? 서서히 변하는 것?

그런 것은 현대인의 머릿 속에서 지워진지 오래인 것 같다.

모두 급속한 변화, 즉각적인 효과, 한 방에 이루어지는 것을 원하고 찾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아등바등한다.


심지어 공부의 효과, 학습의 효과, 자기계발의 효과도 급속한 것을 원한다.

한 번 읽기만 하면 다 기억나길 원하고,

한 번 연습만 하면 완벽한 기술이 되어 있길 원하고,

한 번 따라만 하면 완전히 변화된 내가 되어 있길 원한다.


비법과 꿀팁이 아니면, 들으려하지 않고,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 그런 걸 원하는 건 자유다. 그런 것만 찾아다니고, 보려고 하고, 들으려고 하는 것도 자유다.

그런데 이건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것만 찾아다니는 인생의 결말은 무척 허무할 것이고, 절망적일 것이고, 빈털털이일 것임을.

갑자기 저주의 말을 퍼풋는다고 생각하지 말라. 저주가 아니라. 그냥 사실을 말한 것이다.


비법과 꿀팁은 없다.

없는 걸 쫓아다니는 인생은 허무할 수 밖에 없고, 절망할 수 밖에 없고, 빈손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세상의 모든 변화, 인간에게 이루어지는 모든 변화는 극적이지 않다.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고, 천천히, 조금씩 바뀌어 간다.


지식?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고, 천천히, 조금씩 쌓여간다.

기술?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고, 천천히, 조금씩 쌓여간다.

돈?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고, 천천히, 조금씩 쌓여간다.

능력?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고, 천천히, 조금씩 쌓여간다.

우정?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고, 천천히, 조금씩 쌓여간다.

신뢰?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고, 천천히, 조금씩 쌓여간다.

기회?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고, 천천히, 조금씩 쌓여간다.


세상의 모든 것은 현대인이 싫어하는 인내심을 필요로하고,

참을성을 필요로 한다.

전기충격이라도 달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느린 것을 견뎌야 하고,

아무것도 달라져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뎌야 하고,

미세하게 쌓여가는 그 시간을 이겨내야 뭔가 얻을 수 있다.


Photo by Kindred Hues Photography on Unsplash


구약성경에 엘리야라는 선지자가 가뭄이 든 이스라엘을 구원하고자

하나님께 기도했을 때, 손 바닥만한 구름이 떠오르는 것부터 기도 응답이 시작하지 않았던가.

세상 만사가 이런 식이다.

손 바닥 만한 구름이 아주 느리게, 천천히, 점진적으로 변화되고,

커져가는 것을 인내해야 하고, 기다려야 한다.


누가 이런 것이 가능하겠냐고?

당연히 인간의 타고난 본질대로만 산다면, 이런 것이 가능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 연습해야 하고, 훈련해야 한다.

인내심은 연습하는 만큼 늘고, 훈련하는 만큼 느는 법이다.

참을성 없는 우리 뇌를 훈련시키고, 연단하고, 두들겨서

참을성 넘치는 뇌로 재조직화해야 한다.

결국 이 세상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뇌를 참을성 있는 뇌로 재조직화한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무작정 참으라는 말은 아니다. 인내심 연습에는 전략이 필요하다.

작은 변화를 크게 여기고,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작은 변화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인내심의 시간을 늘려가야 한다.


손 바닥만한 구름에서 거대한 비구름과 거대한 태풍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라는 뜻이다.

상상력을 인내심으로 바꾸는 연습이 요구된다.

아마 처음 듣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인지심리학적 사실이다.

인내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있는 인간이 인내심이라는 것을 가지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인내심과 만족지연 능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상력을 통해 인내심과 만족지연 능력에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


공부를 5분 하는 것도 어려운 사람은

공부를 10분 했을 때, 그것을 놓치지 말고, 10분이 20분이 되고, 30분이 되는 나를 상상해야 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통해 또 5분 정도를 늘려나간다.

5분이 10분 되고, 10분이 15분이 되는 이러한 미세한 변화에 대해 나를 칭찬하고,

나에게 상을 주고, 나 자신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을 지속해야 한다.


연습을 10분 하는 것도 어려운 사람은

연습을 15분 했을 때, 그것을 놓치지 말고, 15분이 30분이 되고 1시간이 되는 나를 상상해야 한다.

조금씩 늘어가는 나를 놓치지 않고, 칭찬하고, 보상하고, 강화해나갈 때,

자신감은 배가 되고, 나에 대한 자신감과 이를 통한 연습의 실천은 나의 인내심과 만족지연 능력을

키워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게임을 2시간 하던 것을 1시간 30분으로 줄였다면,

이것을 놓치지 말고, 칭찬하고, 게임을 1시간 정도만 가볍게 즐기면서 만족해 하는 나를 상상해야 한다.

나쁜 습관을 조금씩 줄이는 나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나, 천천히, 느리게 변화하는 나를 제대로 바라봄으로써

소폭의 변화를 대폭의 변화로 느껴지게 만들어야 한다.

인내심은 바로 이러한 나에 대한 긍정적 상상력에서 자라나간다.


이렇게 인내심과 만족지연 능력을 키워가는 훈련을

전문용어로 저율차별강화(differential reinforcement of low rates)라 부른다.

작은 비율의 변화도 놓치지 말고 강화하라는 뜻이다.


점진성과 느림을 인정하는

인내하는 뇌로의 변화!

성공하고 싶다면, 이것부터 시행하라!


*참고문헌

Austin, J. L., & Bevan, D. (2011). Using differential reinforcement of low rates to reduce children's requests for teacher attention. Journal of Applied Behavior Analysis44(3), 451-461.


Shaw, R., & Simms, T. (2009). Reducing attention‐maintained behavior through the use of positive punishment, differential reinforcement of low rates, and response marking. Behavioral Interventions: Theory & Practice in Residential & Community‐Based Clinical Programs24(4), 249-263.


Turner, J. M., Green, G., & Braunling‐McMorrow, D. (1990). Differential reinforcement of low rates of responding (DRL) to reduce dysfunctional social behaviors of a head injured man. Behavioral Interventions5(1), 15-27.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Jonathan Borb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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