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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Feb 08. 2023

혼내는 부모 vs 대안을 주는 부모

들어는 봤나? 대안행동 강화!

세상에는 두 종류의 부모가 있다.


혼내는 부모와 대안을 주는 부모.


혼내는 부모는 늘 예민하다.

자식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기를 기다렸다가

잘못이 일어나면, 즉각 공격이 이루어진다.


야! 너! 뭐해!

왜 그래! 누가 그러래!

내가 그렇게 하지 말랬지!


결론은 뭔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혼내는 부모 입에서 뭔가를 하라는 말을 거의 듣기가 어렵다.

'밥 먹어'와 '자' 정도가 거의 전부이려나?


뛰지마. 떠들지마. 말하지마.

욕하지마. 올라가지마. 건드리지마.

들어가지마. 나오지마. 잡지마.

당기지마. 놀지마. 보지마.

흘리지마. 묻히지마. 던지지마.

마시지마. 키지마. 열지마.

닫지마. 만지지마. 거짓말하지마.


하나님도 모세에게 계명을 10개 주셨고,

10개의 계명을 돌판에 새겨주시는데 40일이 걸리셨는데(구약성경 출애굽기 24장 12-18절),

혼내는 부모의 입에서는 한 시간만에 20계명도 더 나온다.


이런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명확하게 한 가지를 배운다.


"이 세상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아. 약간 응용하면 이런 것도 배울 수 있긴 하겠다.


"이 세상일은 그냥 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먹게 될 수도 있겠다.


"부모가 시키는 일이나 잘하자."


그런데 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마음가짐이나 말을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아는가?


우울증이라고 부른다. 불안이라고도 부른다.

상처라고도 한다. 무기력이라는 이름도 있다.

낮은 자존감이라고도 하고, 자신감의 결여라고도 부른다.


Photo by Leo Rivas on Unsplash


이런 사람이 성인이 되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진다.

명확하게 틀이 주어진 일이 곧 잘할 수도 있겠지만,

틀을 깨야 하는 일이나 예외 상황이 발생하면, 대응하지 못한다.

온갖 하지 말아야 한다의 홍수에서 자란 사람들은 결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기가 어렵다.


죄책감을 달고 사는 것도 문제다.

툭하면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세상 탓도 좀 하고, 화도 좀 내고, 남 탓도 좀 하면 좋으련만,

뭔가 일이 안 되기 시작하면, 무조건 자기 탓이다.

자기가 온통 나쁜 사람이고, 모든 것이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자기반성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사람에게는 제발 자기반성 좀 그만하라고 말리고 싶다.


그러나 대안을 주는 부모는 다르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것을 하게 한다.


컴퓨터 게임을 못하게 하는 대신

같이 축구공을 들고, 나가서 축구를 한다.


비디오 게임을 못하게 하는 대신

같이 농구공을 들고, 농구를 한다.


유튜브를 못 보게 하는 대신

같이 배드민턴 공을 들고, 배드민턴을 치러 간다.


틱톡을 못 보게 하는 대신

같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고르고, 같이 읽는 시간을 가진다.


하지마가 아니라, '같이 할래'라고 한다.

게임을 하는 대신에 다른 대안이 있음을 알려준다.

유튜브를 보는 대신 다른 대안이 있음을 가르친다.

틱톡에 빠지는 대신 다른 대안이 있음을 소개한다.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자전거를 탈 수도 있고, 악기를 연주할 수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요리를 할 수 있고, 영상을 보는게 아니라 영상을 만들 수 있고 등등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안내한다.

이런 걸 전문용어로 대안 행동 강화(differential reinforcement of alternative behavior)라고 한다.


이렇게 대안을 주는 부모에게 자란 사람은

늘 자신감이 넘친다.

한 가지 길이 막혀도 다른 길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다시 도전하고, 나아간다.

자존감이 높다.

때로는 자기반성과 성찰을 하지만, 자신을 파괴하지는 않는다.

할 수 있다. 배웠다. 해보자. 도전 하자. 나아가자.

이런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쓴다.

예상에서 벗어난 일이 벌어져도 잠시 생각한 후, 다시 나아간다.

인생의 모든 길이 자기 뜻대로만 되지 않음을 이해하고, 사회에 잘 적응해나간다.


여러분은 어떤 부모와 살아왔는가?

그리고 당신은 지금 어떤 부모인가?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우리는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이 건강하지 않으면,

건강하지 않은 어른들이 양산되고,

건강하지 않은 어른들이 있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이 말을 반대로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내 소원이다.


*참고문헌

Petscher, E. S., Rey, C., & Bailey, J. S. (2009). A review of empirical support for differential reinforcement of alternative behavior. Research in Developmental Disabilities30(3), 409-425.


Vollmer, T. R., Peters, K. P., Kronfli, F. R., Lloveras, L. A., & Ibañez, V. F. (2020). On the definition of differential reinforcement of alternative behavior. Journal of Applied Behavior Analysis53(3), 1299-1303.


LeGray, M. W., Dufrene, B. A., Mercer, S., Olmi, D. J., & Sterling, H. (2013). Differential reinforcement of alternative behavior in center-based classrooms: Evaluation of pre-teaching the alternative behavior. Journal of Behavioral Education22(2), 85-102.


Flynn, S. D., & Lo, Y. Y. (2016). Teacher implementation of trial-based functional analysis and differential reinforcement of alternative behavior for students with challenging behavior. Journal of Behavioral Education25(1), 1-31.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Brooke Lar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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