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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Nov 22. 2023

당신을 결정하는 과거 10년, 지금부터 10년

최근 10년이 지금의 당신이라면, 지금부터 10년은 미래의 당신이 된다

지금의 당신은 어떻게 그곳에 있는가?

지금의 당신은 왜 그곳에 있는가?


어떻게와 왜는 다르지만,

'지금의 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합쳐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과거의 내가 걸어온 여정인데,

그 여정이 곧 어떻게에 대한 답이기도 하고, 왜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우주에 대해서도 비슷한 설명이 적용된다.

우주가 왜 지금 이 모습인가에 대한 답은

우주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가에 대한 답으로 대체된다.


물론 인간의 근원, 우주의 근원에 대한 더 심오한 질문이야 말로

진짜 '왜'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인 나는 그러한 심각한 문제, 종교적 문제, 영적 문제에 답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다.


과학이 줄 수 있는 왜에 대한 답은 많은 경우 어떻게로 대체되고,

그렇게 대체 되기에 과학인 것이다.

현대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년 2월 15일 ~ 1642년 1월 8일)가 말하지 않았던가.

"과학은 측정할 수 있는 것들을 측정하고,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을 측정할 수 있게 만들어서 측정하는 것"

이라고 말이다.


과학적 사고를 토대로한 심리학이 당신의 인생에 대해 줄 수 있는 답도 마찬가지다.

측정할 수 있는 것, 관찰할 수 있는 것을 토대로

당신이 왜 지금 그러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답을 구한다.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은 측정할 수 있는 당신의 발자취, 관찰할 수 있는 당신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심리학자가 하는 일은 당신이 어떤 길을 걸어 왔고, 어떤 자취를 남겼는지를 살펴보면서

지금의 당신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하는 이러한 활동은 의사들이 하는 활동을 연상시킨다.

의사들은 당신의 과거 행적과 병원에 오기 전까지 경험한 증상,

그리고 각종 장비를 통해 측정한 당신 몸의 상태를 통해 병을 진단한다.

심리학자들도 똑같다.

당신이 심리학자를 만나러 오기 전까지 걸어온 길을 다양한 조사 활동을 통해 측정한 후,

당신의 현재 상태를 진단한다.

의사는 병을 진단하지만,

심리학자는 당신의 성격, 당신의 의사결정 패턴, 당신의 기억력, 당신의 지능,

당신의 행동 경향성, 당신의 고정관념과 편향 등을 진단한다.


물론 의사와 심리학자의 진단법에는 기간 상의 차이점도 있다.

의사는 그 사람의 최근 행적, 단기적 과거의 행적과 증상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심리학자는 상대적으로 더 긴 과거에 관심을 가진다.

최근 5년, 최근 10년, 그 이상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많다.

20대 대학생들에게 5살 때 있었던 일을 말해보라는 경우도 있고,

40대 직장인들에게 20년도 더 된 중학생 때의 일, 고등학생 때의 일을 말해보라는 경우도 있다.


의사들은 최근 한 달 사이에 건강이 어땠는지를 묻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최근 5년 혹은 최근 1년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정신건강을 평가해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간 상의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진단하는 의사와 심리학자는 결국 그 사람의 과거를 통해 현재를 진단한다.


Photo by Hadija Saidi on Unsplash


그럼 다시 우리의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지금의 당신은 왜 그곳에 있는가?

즉 당신은 어떻게 그곳에 이르게 되었는가?

이 질문은 심리학적이다. 그래서 장기적인 과거를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심리학에서 말하는 장기적인 과거는 주로 10년 단위로 나누어진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이런 식의 구분은 우연이 아니다.

당신의 10대가 당신의 20대를 만들었고,

당신의 20대가 당신의 30대를 만들었으며,

당신의 30대가 당신의 40대를,

그리고 계속 같은 방식으로 당신의 과거 10년이 당신의 현재를 결정해 나간다.


물론 10대라는 시기는 발달심리학적으로 조금 특별해서

더 세분해서 구분하게 되고, 그 간격이 5년 단위로 이루어기도 한다.

0-4세 기간이 4-9세 시기를 결정하고,

4-9세 기간이 9-14세를 결정하며,

9-14세 시기가 14-19세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 모든 시기를 10대라고 규정해도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으며,

이 10대가 20대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 내가 건강하지 못한 인생, 건강하지 못한 마음, 건강하지 못한 신체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전 10년이 건강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 전 10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달성했어야 하는 중요한 발달 과업들을 달성하지 못했기에

지금의 내가 건강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 다음 10년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각 인생의 연령대별 과업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10대 때는

사회에 대한 기본적 신뢰, 자신 자신과 환경에 대한 통제능력 획득,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 근면함과 성실함, 부모로부터 독립된 자아와 정체성의 확립이 필요하다.

이것을 이룬 사람들은 다음 10년, 즉 20대에 무척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지만,

이것을 달성하지 못하면, 다음 20년이 다소 힘들어진다.


20대 때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쌓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이런 것을 잘 갖추면, 다음 10년인 30대가 행복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30대가 무척 힘들어 진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문제가 약간 복잡해진다.

10대 때 했어야 할 과업을 달성하지 못하면, 20대가 힘들어지면서 20대에 달성할 과업도 결국 못하게 되고,

30대도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

그럼 결국 이건 10대의 영향이고, 10대 때의 불행이 평생의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건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게 '아니오'이다.

10대 때 발달과업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더라도

20대 때 10대 때 달성해야 하는 과업과 20대가 달성해야 하는 과업을 압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부지런하고, 약간 더 스트레스 받겠지만,

10대 때 달성하지 못했던 것을 압축적으로 따라잡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20대 시기에 그 연령대에 할 일과 그 전 단계에서 할 일을 달성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그래서 20대 대학생들이 바쁘고, 힘들고, 정신 없어 보이는 것이리라.


반대도 가능하다. 10대를 잘 보내며 10대 때 이루어야 하는 과업을 잘 달성한 사람들 중에서도

20대를 건강하게 보내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그럼 이 사람의 인생은 끝난건가? 아니다!

30대 때 30대가 이루어야 하는 과업과 20대 때 이루었어야 하는 과업을 압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40대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기초가 만들어진다.


그럼 다시 30대로 돌아가자.

30대 때는 인간관계를 확장할 뿐 아니라,

특별히 위급한 상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지 체계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이런 것을 잘 갖추면, 40대가 건강하고, 행복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40대에 30대에 달성했어야 하는 것까지 달성하기 위해 좀 바쁠 것이다.


40대에는 직업적 안정을 이루어야 한다.

소득을 계속 높여가고, 사회경제적 지위를 계속 높여가며, 경력을 계속 높여가야 한다.

이것이 잘 되면, 50대가 행복하고 건강하지만, 이것이 어려우면, 50대 때 40대에 했어야 할 일을 하느라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50대에는 공동체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

자신이 이루어 놓은 사회경제적 업적들을 공동체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쓰게 되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신도 또 수익을 올리고, 지위와 명성, 좋은 평판을 얻게 될 것이다.

40대는 자신의 직업적 안정과 성장을 위해서 나아갔다면,

50대에는 나누고 베푸는 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50대에 이것이 잘 안되면, 60대에 이것을 하기 위해 2배로 일해야 할 것이다.


60대에는 후진 양성에 힘써야 한다.

자신이 하던 일을 물려 받아 더 진보시키고, 발전시킬 사람들을 양성해야 한다.

20대, 30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감각을 가지기 위해

계속 더 공부하고, 책을 읽고, 소통의 장으로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 한다.


70대부터는 60대에 하던 일을 계속 하면서

자연과 환경, 미래 세대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과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남겨두는 것을 함께 해야 한다.

과거를 남겨두고, 미래를 개척하는 일을 함께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에 앞장 설수도 있다.


그리고 80대 이후에도, 90대에도,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이러한 일을 계속 해나간다.


과거 10년이 부족했는가?

그럼 지금부터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과거의 10년을 압축적으로 달성해보자.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내가 되고,

지금의 내가 압축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미래의 내가 됨을 기억하자.


심리학의 연구결과를 어디에 쓰겠는가?

당신의 미래를 더 건강하게 설계하라고 연구해 놓은 것이니,

마음껏 사용하시라!


*참고문헌

Vaillant, G. E. (2008). Aging well: Surprising guideposts to a happier life from the landmark study of adult development. Hachette UK.


Vaillant, G. E. (2012). Triumphs of Experience. Harvard University Press.


Vaillant, G. E. (1995). The wisdom of the ego. Harvard University Press.


Vaillant, G. E. (1992). Ego mechanisms of defense: A guide for clinicans and researchers. American Psychiatric Pub.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Towfiqu barbhuiy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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