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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Nov 29. 2023

착취하다: 마키아벨리즘

어둠의 트라이앵글(1): 내 목적을 위해 타인을 이용해 먹는 자

인생을 잘 풀어가는 방법은 (말로는) 참 간단하다.

해야 할 일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안하면 된다.

너무너무 쉽죠? 여기저기서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이해한다. 미안하다. 빠르게 사과드린다.

이것이 말처럼 쉽다면, 모두 잘먹고 잘살아서 심리학자나 정신과의사가 돈 버는 일도 없겠지.

해야 할 일은 자꾸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자꾸 하는 것. 이것이 진실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말로는 참 쉽다.

좋은 사람들과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나쁜 사람들과는 만나지 않으면 된다.

에휴... 이게 말처럼 쉬우면 이 세상에 다툼도 없고, 전쟁도 없고, 갈등도 없고, 모두 행복할 것이다.

이상하게 좋은 사람들은 못알아보거나 뭔가 잘못해서 내 곁을 떠나게 만들고,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그냥 나왔겠는가)

더 이상하게 나쁜 사람들에게 허구한 날 속고, 자꾸 내 주변에 꼬이게 만든다.


큰 틀에서 보면, 관계의 문제도 해야 할 일은 제대로 안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잘못에 들어간다.

좋은 사람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안하거나 못하고,

나쁜 사람들과 절교해야 하지만, 안하거나 못한다.

어쩌겠는가. 결국 심리학자들에게 배우고, 정신과의사들에게 배워야지.

특히 좋은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은 좀 나중에 배우더라도

당장에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나쁜 사람들을 피하는 법이라도 배워야지 않겠는가.


그래서 준비했다. 범죄심리학과 도덕심리학 연구를 통해 밝혀진 악당 중의 악당들을 특성이다.

예를 들어, 설명할 것이니 이런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사람은 당장 손절하기 바란다.

그리고 좋은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런 조짐이 없는 사람들과 사귐을 가지시길.


첫째, 자신의 목적을 위해 거짓말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즉시 손절하라.

한 여성이 남자 친구가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 남자 친구는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에 만나자고 하고 끊었다. 그런데 아픈 남자 친구에게 감기약이라도 사다주고 싶어진 여성은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서 남자 친구가 사는 곳으로 근처로 갔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인가? 다 죽어가던 남자 친구가 멋지게 차려 입고, 집 앞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여성 몰래 클럽에 가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

더 이상 기회를 주지 말고, 그 즉시 손절해야 한다.

남녀 불문하고, 생활비가 없으니 제발 좀 돈을 빌려달라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돈을 빌린 후,

그렇게 모인 목돈으로 명품을 질러버리는 사람. 당장 손절하고, 차단하라.


Photo by David Werbrouck on Unsplash


둘째, 자신의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조종하는 인간임을 눈치채면, 그 즉시 손절하라.

가스라이팅이라고도 부르고, 우리말로는 심리적 지배 성향이라고 부르는 특성이다.

남녀 관계에서 성관계 영상을 찍으려고 한다면, 그 즉시 관계를 끝내야 한다.

찍히면 이미 늦는다, 찍는 걸 시도할 때 바로 차단하고, 손절해야 한다.

이걸 무기로 심리적 지배를 시도할 것이 뻔하다.

비슷하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체 사진을 요구하는 즉시 관계를 끝내야 한다.

자꾸 약점이나, 과거의 흑역사를 들추려고 하고, 비밀을 파헤치려고 한다면 관계를 끝내라.

약점을 잡아서 심리적으로 지배를 하려는 시도이다.

'너는 나 없으면 안 돼. 나 없으면 어쩔 뻔 했어.' 이런 말의 빈도가 도가 넘었다면 손절하라.

가스라이팅하는 사람들이 늘 쓰면 말이 이런 것들이다.


셋째,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아부하고 아첨할 수 있는 사람임을 눈치채면, 그 즉시 손절하라.

물론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하는 하얀 거짓말까지 다 손절하라는 뜻은 아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외모를 칭찬하거나(예쁘세요, 잘 생기셨네요, 실물이 나으신데요),

부드럽게 대화하는 분위기를 유도하고자 하는 햐안 거짓말

(젊어 보이세요, 나이가 그렇게 안 보세요, 여전히 20대 같으세요, 어떻게 그렇게 잘하세요)은

넘어가 주시라.

문제가 되는 아부와 아첨의 핵심은 '아부와 아첨 후에 뭔가 요구 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아까 보니까 발표를 너무 잘하시더라구요. 글씨체도 너무 예쁘고, 디자인도 어쩜 그렇게 잘하세요? 그래서 말인데, 발표 자료 좀 주실 수 있을까요?'

결국 아부와 아첨의 목적은 누군가 고생고생해서 만들어 놓은 발표 자료를 공짜로 얻어 가겠다는 속셈이다.

'어쩜 그렇게 인상이 좋으세요. 선생님만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져요. 너무 좋아요. 저도 선생님 같이 좋은 인상을 가져야 할텐데요. 비결이 뭔가요?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말인데, 저하고 발표 순서 좀 바꿔 주실 수 있을까요?'

결국 아부와 아첨의 목적은 인상이 좋다는 핑계로 누구나 원하는 좋은 날짜에 자기가 발표를 하고 싶으니, 친절한 네가 양보하라는 것이다.

'[아첨] 그래서 말인데, [진짜 목적]' 이런 구조가 감지되면, 당장 손절하고 차단하라.


넷째,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나를(혹은 누군가를) 이용한다는 것이 확인되면, 그런 사람은 즉시 손절하라.

좀 고급스러운 말로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수단으로 대하는 사람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내가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이 좋아서, 그걸 뺏으려고 나와 친해졌다는 것이 확인되면 차단하라.

내가 가진 돈, 내가 가진 지위, 내가 가진 차가 좋아서 접근한 것이 확실해지면, 그 즉시 멀리하는 것이 좋다.

대학생들이라면, 내가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정리해 놓은 노트정리가 좋을 수도 있고,

그래서 접근했을 수 있다. 그게 확인되는 즉시 피하라.

이걸 어떻게 아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무척 알기 쉽다.

싸늘한 느낌에 충실하면 된다. 나를 인간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는 사람은 수단을 얻는 순간 싸늘해 진다.

그렇게 친절하다가 목적이 달성되면 싸늘해지고, 더 이상 친절하지 않다.

그러다 다시 수단을 얻으려고 할 때 친절해 진다. 이때 잘해야 한다. 다시는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


어떤가? 조금은 선명해졌는가?

심리학에서는 이런 네 가지 성향 중 두 가지 이상이 강하게 나타는 사람을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마키아벨리즘, 말은 멋있는데, 그 의미는 멋있기는 커녕 좀 무섭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의미하니 말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언제든지 거짓말하고, 타인을 속이고, 때로는 아첨하고, 조종할 뿐 아니라, 이용하는 자.

정말 악마가 아닐 수 없다.


부디 이런 악마의 손아귀에 빠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참고문헌

Jonason, P. K., & Webster, G. D. (2010). The dirty dozen: A concise measure of the dark triad. Psychological Assessment, 22(2), 420–432.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Olesya Yemet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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