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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Jun 07. 2023

당신의 방어기제는 안녕하신가요?(4)

성숙한 방어기제

스트레스가 없는 인생은 없다.

누구나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긴장을 하고, 불안을 느끼고, 의기소침하고, 신경질이 나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두렵고,

머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다.


칼이나 종이에 손을 베이기도 하고, 넘어져서 무릎이 벗겨지고,

운동을 하다가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거부 당하기도 하며, 무시 당할 때도 있고,

개념 없는 누군가의 행동에 피해를 보거나, 계속 신경 쓰이게 되는 일들도 흔하다.


때에 따라 우리 스스로 스트레스를 자처할 때도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학습하며, 자기계발하는 과정은 스트레스를 자처한 것이다.

담배를 끊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스트레스를 자처한 것이다.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도 저차한 스트레스다.


자신의 일에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모두 스트레스를 자처한 것이고,

공동체에 기여하고, 봉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모두 스트레스를 자처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인생은 내가 자처한 것이든 아니든 스트레스로 가득차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죽은 사람이거나,

살았으나, 죽은 것과 같은 사람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하는 사람은 어리석다.

스트레스는 적절히 다루고, 통제하고, 조절해야 하는 요소이지, 제거해야 할 요소가 아니다.


그리고 마침내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처리하고, 다루는 것이 건강한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받고 다루는 것이 건강한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그것이야 말로 스트레스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삶이다.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다루는 습관이 정착된 사람이라도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의 양을 아주 작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스트레스가 늘어갈 뿐이다.

습관적으로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다루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누군가가 예고도 없이 찾아와 어떤 일을 도와달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데, 불쑥 치고들어와서 흐름을 끊어놓고,

그것도 모자라 내 시간을 더많이 빼앗아 가겠다고 한다.


그러나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다루는 사람은 다르다.

웃으면서 그냥 알겠다고, 내가 할 일이 있으니 조금 기다려주면, 도와주겠다고 한다.

기다리지 못하겠다면, 다음에 다시 오거나, 다른 사람에게 가보라고 한다.

이렇게 대응하는 습관이 자리잡고 있기에 그냥 쉽게 상황 정리가 된다.

이런 말을 하는 습관이 장착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스트레스인 상황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습관이 장착된 사람에게는 더 이상 스트레스가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조정(adjustment)'라고 한다.


Photo by Wasa Crispbread on Unsplash


직장 상사가 온갖 짜증을 부리면서 내가 만든 문서에 결재를 해주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이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다루는 사람은 다르다.

이번 기회에 문서를 더 잘 편집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천한다.

이번 기회에 표현을 더 명확하게 하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천한다.

평소에 직장 상사와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나

더 신뢰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방법을 생각하고 실천한다.

결재를 받지 못한 문서는 잠시 미뤄두고,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실천한다.

이런 생각과 실천을 습관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다루는 습관이 장착된 사람이다.

이런 생각과 실천을 할 수 없다면 스트레스로 끝났을 상황이

이 사람에게는 배움과 기회로 전환되면서 스트레스가 아니게 되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승화(sublimation)'라고 부른다.


내일 있을 공모전 발표 혹은 면접이 너무 긴장된다.

이런 긴장은 불안을 불러오고, 심하면 공황이 올 수도 있다.

결국 스트레스 상황이다.

그러나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다루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이런 상황도 지혜롭게 극복한다.

쉽게 말해 내일 있을 일을 예상하고,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내일 발표장에 가는 길에 있을 법한 문제,

발표장에서 있을 법한 문제 상황들을 리스트로 정리하고, 해결책을 마련한다.

내일 면접장에 가는 길에 있을 법한 문제,

면접장에서 있을 법한 문제 상황들을 리스트로 만들고, 해결책을 마련한다.

이렇게 리스트가 만들어지고, 리스트에 대한 해결책이 하나씩 마련될 때마다

불안과 걱정과 근심은 줄어들고, 편안해진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이 말하는 '예측 혹은 예상(prediction)'이다.


투명한 유리창을 보지 못하고, 얼굴을 부딪혀서 이마와 눈이 조금 부어올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짜증이 나고, 아프고, 투덜투덜하게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습관이 장착된 사람들이 있다.

'아고. 얼굴이 얼마나 더 예뻐질라고 이렇게 되었을까?'

'아고. 이번 기회에 성형 수술이나 확 해버릴까!'

심지어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스트레스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넘아가고, 극복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재치(humor or wit)'라고 한다.


습관적으로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다루는 사람들은 다 이런 식이다.

누군가가 볼 때는 스트레스이지만,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다루는 습관이 장착된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스트레스가 아니다.


조정(조율), 승화, 예상(예측), 재치,

안나 프로이트는 이 네 가지를 성숙한 방어기제라고 불렀다.

성숙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마음의 습관이라는 의미다.


행복에 대한 권위 있는 연구들에 보면, 성숙한 방어기제가 나타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청년기에 더 행복하고, 중장년기에도 더 행복하며, 행복한 노년을 보낼 확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트레스 상황을 부드럽고, 여유 있게 넘어갈 수 있는 마음의 습관, 건강한 방어기제가

이들의 인생을 더 잘 풀리게 만들었고, 풍요롭게 만들어 갔기에 모든 시기에 더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행복한 삶을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고민하지 말자.

조정(조율), 승화, 예상, 재치라는 성숙한 방어기제,

성숙하고 건강한 마음의 습관을 내것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자.


인생을 잘 풀어가는 사람들은 다 이러하다.


*참고문헌

Vaillant, G. E. (2008). Aging well: Surprising guideposts to a happier life from the landmark study of adult development. Hachette UK.


Vaillant, G. E. (2012). Triumphs of Experience. Harvard University Press.


Vaillant, G. E. (1995). The wisdom of the ego. Harvard University Press.


Vaillant, G. E. (1992). Ego mechanisms of defense: A guide for clinicans and researchers. American Psychiatric Pub.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Surfac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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