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희 Nov 01. 2023

고생을 사서 해야 성공한다는 진실을 애써 외면하는 사회

아프지 않으려고 도망다니다가 크게 한 방 얻어 맞고 KO되는 사회

이 세상에는 범죄자들처럼 욕먹어 마땅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욕먹는 사람들이 언제나 범죄자처럼 욕먹어 마땅한 것은 아니다.

잘 생각해보면 욕먹을 이유가 없는데, 부당하게 욕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억울하게 욕을 먹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교수 사회에도 마찬가지다.

자녀와 관련된 비리, 개인적인 비리와 부정행위, 학생들에 대한 갑질과 폭언 등으로

욕을 먹어 마땅한 교수들이 있지만,

도대체 왜 이 분이 욕을 먹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 분들도 계시다.


이렇게 억울하게 욕을 먹는 교수님 중 한 분인 바로 서울대 김난도 교수님이다.

매년 11월 쯤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내고 계신 교수님이자,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이신 교수님이다.

이제 기억이 났는가? 이 분이 욕을 먹는 이유가 말이다.

맞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라는 책 제목으로 인해

젊은층에게 지속적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는 교수님이 바로 김난도 교수님이다.


여러가지가 부당한 욕이지만, 몇 가지로 정리해보려 한다.

첫째,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책 제목만 가지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김난도 교수님이

'젊은 사람은 다 아파야 한다고, 젊을 때 아픈 것은 당연하다고, 그냥 참으라고'

말했다고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책 어디에도 이렇게 표현한 구절은 없다.

뤼앙스가 이런 구절도 없고, 행간을 읽었을 때 맥락적으로 이런 의미인 곳도 없다.

한 마디로 김난도 교수님은 젊은 사람들은 그냥 아프니까,

버티라고(X나게 버티라고, 존버하라고)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마치 그렇게 말한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

책을 제대로 읽어 본 사람들은 그런 오해를 안할텐데 제목만 보고 공격을 하니까

이런 말도 안되는 공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김난도 교수님을 매도한 사람이 있다면, 반성하시라.


둘째, 책을 좀 읽어 보긴 했는데, 대충 읽어서 생긴 오해로 인한 공격이다.

이 사람들은 김난도 교수님이

'젊은이들이 아픈 것은 다 본인들 책임이니까, 자기가 감당하고, 책임지라 했다'고 주장한다.

젊은 사람들, 특히 대학생들은 이런 말을 무척 싫어한다.

사회 시스템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괴롭게 하고, 짜증나게 하고, 화나게 하는 것인데,

그게 어떻게 본인들 책임이냐고 분개하고, 욕한다.

화날 만한 일이다. 사회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고, 어른들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게 맞다.

그런데 아쉽게도 김난도 교수님은 그런 식으로 젊은 사람들을 매도한 적이 없다.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만약에 김난도 교수님이 그런 식으로 젊은 청춘들을 매도했다면,

이 책이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겠는가?

10개 국어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도 잘 팔리고 있는데,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얻는 책 내용에 욕먹는 내용으로 도배가 되어 있겠느냐는 말이다.


Photo by Alexis Brown on Unsplash


김난도 교수님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딱 이거다.

고생이 찾아오길 기다리지 말고, 고생을 먼저 자처해버리라는 것이다.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고생스러운 것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그러면 인생이 꼬이고, 더 고생스러운 일, 더 고통스러운 일이 찾아온다.

불쾌한 것을 피하려고 그렇게 노력할 바에는 그냥 불쾌한 것에 직면해서 그걸 해소해 버리는 것이 좋다.

그러니 건강할 때, 멀쩡할 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기에 고생을 좀 찾아다니고,

고생을 자처해 버리면, 인생 편해지고, 힘든 일이 점점 줄어들며,

힘든 일이 생겨도 감당할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지식을 익히려면, 고생을 좀 자처해야 하고,

기술을 익히려면, 고생을 좀 자처해야 한다.

매일매일 공부하는 것 자체가 고생을 좀 자처하는 것이고,

매일매일 연습하는 것 자체가 고생을 좀 자처하는 것이며,

매일매일 운동하는 것 자체가 고생을 좀 자처하는 것이다.

매일매일 글을 쓰고, 매일매일 작곡하고, 매일매일 그림 그리고,

매일매일 코딩하고, 매일매일 뭔가를 만들고, 매일매일 음식을 연구하고,

매일매일 뭔가를 설계하고, 매일매일 뭔가를 읽고, 매일매일 뭔가를 푸는 것은

모두 고생을 좀 자처하는 것이다.


대학생으로 말하자면, 학기 중에는 누구나 바쁘다.

이것은 자처하는 고생이 아니라, 다가오는 고생을 그냥 얻어 맞고 KO 당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방학 때 좀 여유로울 때는 일을 찾아서 하고, 공부를 찾아서 하면서 고생을 자처할 수 있다.

이렇게 자처해서 고생을 하면, 다음 학기부터는 좀 행복하게 여유롭게 보낼 수 있게 된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일이 몰릴 때는 다 같이 힘들고 바쁘다.

이건 그냥 직장생활에 치여서 얻어 맞고 있는 것이지 자처하는 고생이 아니다.

그런데 좀 한가한 날들이 분명히 있다.

이때 뭘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그냥 날려버린다면, 일이 몰릴 때 또 계속 얻어맞고 KO될 것이다.

좀 한가할 때야 말로 미리미리 대비해서 일을 저장해 놓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시기다.

일을 찾아서 하고, 고생을 좀 찾아서 하는 것이다.

그럼 일이 몰렸을 때 예전만큼 힘들지 않아 진다.


아프지 않으려고, 꽁~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늘 엄청난 고생이 찾아와 그들을 괴롭힌다.

그런데, 미리미리 좀 여유로울 때, 고생을 자처하고, 힘든 것을 좀 자처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생이 피해간다.

김난도 교수님이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떤가 아직도 김난도 교수님이 말도 안되는 소리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럼 이 말을 생각해보시라.

'늙어서 고생하지 않게 지금 운동하세요'라는 의사 선생님들의 조언 말이다.

이 말이 부당한가? 욕을 먹어야 하는가? 아니다.

이 말을 욕하는 사람은 없고, 그냥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그렇다. 김난도 교수님이 한 말이 딱 이거다.


매일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것 힘들고, 때로는 괴롭고, 때로는 근육통도 오지만,
결국 그것이 쌓이고 쌓여 우리의 건강이 되듯이 그렇게 미리미리 고생을 좀 자처하세요.
그렇게 고생을 자처하면서 아프니까 청춘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너무 당연하고, 타당한 말이다.

욕먹을 말이 아니다.

이 책을 욕하고, 김난도 교수님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럼 그냥 공부하지 말라는 소리냐고 말이다.

안아프려면, 그냥 아무것도 안하면 된다.

우울증 환자처럼 무기력하게 가만있으면 된다. 이게 맞는 건가? 이런 삶이 과연 건강한 삶이냐는 말이다.

특히 한 연예인과 일타 강사.

본인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고생을 자처해서 성공했으면서 왜 젊은 사람들에게는

아프면 환자라느니, 책 내용이 이상하다느니 하는 건가? 모순아닌가?

그럼 본인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성공하셨는가?

그냥 멍하니 놀면서 실패하지 말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모욕에 견디지 못했던 것일까?

《아프니까 청춘이다》 한국어판은 더 이상 인쇄가 되지 않는 책이다.

2017년 2월에 저자가 국내판매 중단 결정을 내린 후, 같은 해 3월부터 국내판매가 중단되었다.

중고책을 구할 수는 있지만, 더 이상 만들지는 않는다.

그 사이 다른 나라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고, 용기를 얻고, 힘을 얻고, 열심히 공부해서

건강한 사람, 성공하는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힐링이니 행복이니 하면서

고생을 사서해야 성공한다는 진실을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교수들이 그리고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우쭈쭈해주기 바쁘지.

그런데 기억하셔라.

이렇게 우쭈쭈우쭈쭈하는 것에 적응된 사람들이 10년 뒤, 20년 뒤에는 한국사회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을.

과연 관용이라는 것이 있을까?

조금만 바른 소리해도 상처받았다고,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하는데, 공감이라는 것이 있을까?

다 내 얘기만 들어달라고, 내 손톱 밑에 가시가 젤 아프다고 떠드는데, 사회적 공감대라는 것이 존재할까?

윤리, 도덕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외치는 올바른 선생님들이 욕먹고, 비난 당하고,

무시 당하고, 외면 당하고, 그딴 소리는 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사회.

이런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올바른 삶과 건강한 삶을 제대로 가르쳐주시던 선생님들이 그립다.


*참고문헌

Haidt, J., & Lukianoff, G. (2018). The coddling of the American mind: How good intentions and bad ideas are setting up a generation for failure. Penguin UK.


김난도. (2010). 아프니까 청춘이다. 서울: 쌤앤파커스.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Krists Luhaers on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반복되는 정체성 상실에서 벗어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