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누구? 여긴 어디?'를 자주 한다면 꼭 보세요
길을 잃어본 적이 있는가?
인공지능 네비게이션이 생기고 나서는 빈도가 많이 줄었지만,
AI 네비게이션이 항상 만능인 것은 아니다.
몇 가지 경우가 있는데,
일단 아무리 AI라도 인간이 목적지를 잘못 설정하는 경우를 완전히 방지할 수 없다.
잘 찾아갔다고 생각했는데, 도착해보니 엉뚱한 곳일 때가 이런 경우다.
친구끼리, 애인끼리 어떤 시간에 영화관 티켓부스 앞에서 만나서 영화를 보자고 했는데,
알고보니 각자 다른 영화관에 가있다면, 이 역시 길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편의상 이것을 '목적지 설정의 오류'라고 부르도록 하자.
다음은 목적지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AI 네비게이션이 발전해도 이런 일을 방지할 수도 없다.
약속 장소에 가고 있었는데, 약속 자체가 취소되어서 시간이 붕 떠버리는 경우가 좋은 예이다.
야구를 보러 가고 있었는데, 비가 너무 와서 오늘 경기가 취소되었다고, 환불해주겠다고 연락이 오면,
목적지의 상실로 길을 잃어버린다.
오래도록 기다리던 오페라 공연이 전염병의 확산으로 취소된 것도 사실상 길을 잃은 것과 같다.
더 심각한 것은 처음부터 목적지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경우다.
그런 지명이 없다고 나오거나, 그런 건물이 없다고 나온다. 황당하다! 곤욕스럽다.
지금부터는 이를 '목적지 상실'이라고 부르도록 하자.
마지막은 목적지에 가는 길에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AI 네비게이션이 아무리 발달해도,
갑자기 발생한 교통사고와 그로 인한 교통체증을 예측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잘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가 막히기 시작하고, 꼼짝을 하지 않으면, 무척 당황스럽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른 길로 빠져야 하는데,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네비게이션은 계속 기존 경로로 안내한다.
늘 다니던 길이 공사중이어서,
이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가끔은 침수가 되어서 길이 없어지는 경우에도 우리는 당황하고 길을 잃는다.
교묘한 간격(100m 이내)으로 고속도로 출구나 고속도로 환승점이 있을 때,
잘못 빠져나가면 그 즉시 길을 잃게 된다.
이런 사례를 '경로 탐색 오류'라고 부르자.
이처럼 인간은 목적지 설정의 오류, 목적지의 상실, 경로 탐색의 오류로 인해 언제든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럼 이런 세 가지 종류의 길 잃음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목적지 설정의 오류부터 다시 들여다보자. 왜 이런 문제가 생긴걸까?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을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분명한 것이 있다면, 확인했어야 한다.
사실 본인이 생각할 때 확실하다고 생각했더라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목적지 설정의 오류로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확인을 잘 안한다.
시청 공무원 채용 면접장이 해당 시의 도서관 건물이었는데,
자기 마음대로 시청으로 찾아가 면접 불참으로 탈락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확인했어야 한다. 꼼꼼히 살피고, 전화도 해보고 했어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사람들은 목적지 설정의 오류로 인한 길 잃음을 경험하지 않는다.
둘째, 목적지 상실의 오류이다. 이것은 정말로 불가항력적이고 자연재해급의 일인 걸까?
글쎄. 꼭 그렇지 않다. 목적지가 상실될 가능성이 높은 날 어디론가 가려고 한 것이 잘못이다.
기술이 발전한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일들이 예측 가능하고, 대비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날씨다. 장마철도 알 수 있고, 태풍이 올 때도 알 수 있다.
전염병 상황도 매일 업데이트되며, 전망도 알 수 있다.
장마철에 꼭 거기를 가야 했을까? 태풍이 올 때 꼭 그곳을 가야 할까?
전염병이 급속도로 확산될 때 꼭 공연장에 가야 할까?
이런 선택을 하면, 목적지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목적지 자체가를 완전히 잘못 알고 있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이 그 사람 잘못이다.
목적지 설정 오류처럼 처음부터 제대로 확인했어야 한다.
셋째, 경로 탐색의 오류다.
아쉽게도 경로 탐색 오류도 그 사람의 잘못일 경우가 많다.
경로 탐색의 오류는 플랜B가 없다는 증거다. 그냥 인공지능이 시키는대로 알려주는대로 움직였지
내가 직접 경로를 찾아보고, 지도를 통해 대안적인 경로를 알아보지 않은 대가다.
네비게이션만 믿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길도 모르고,
주변 풍경도 모르고, 랜드마크도 모른다. 그냥 네비가 시키는대로 운전할 뿐이다.
네비가 주인이고, 네비의 종이 되어 운전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이래서는 늘 길을 잃을 위험에 노출된다. 조금만 경로가 바뀌어도 당황하고, 힘들어 한다.
특히 초행길은 미리 경로를 검색하고, 대안적인 경로도 탐색해두어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렇게 길과 길 잃음의 세 가지 유형에 대해 살펴보다보니,
인간의 인생도 이런 식으로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자주하는 사람들을 보면,
결국 목적지를 잘못 설정하거나, 목적 자체를 상실하거나, 목적지에 가는 경로에 오류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일까? 인생길에서 오는 오류와 혼란, 즉 인생에서의 길 잃음도 해결 방법이 비슷하다.
가는 목적지가 내가 생각했던 그것이 맞는지 따져보고,
살펴보는 습관을 들여야 인생에서 길을 잃거나 헤매지 않는다.
목적지에 도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미리미리 대비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목적지 자체가 상실되어 갈길 잃은 영혼이 되기 십상이다.
항상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안적인 경로를 마련해두지 않으면, 작은 변화에도 흔들리고, 무너진다.
어떤가? 교통수단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길에서의 길 잃음과
인생길에서의 길 잃음이 참으로 비슷하지 않은가?
본인 스스로를 돌아볼 때, 정체성 상실(비슷한 말로 정체성 유실)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기억하라.
목적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설명하라. 도대체 뭘하려고 하는 것인지 스스로를 설득하라.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될 것 같은 것들을 제어하고, 통제하면서 목적 달성의 가능성을 스스로 높여라.
목적 달성의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때로는 목적지 자체를 변경했다가 우회에서 원래 목적으로 돌아오는 방법도 있다.
두 개 이상의 목적이 있다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동시에 두 가지 목적지에 도달할 수는 없다.
무작정 네비만 쫓아가는 운전자처럼 누군가가 내려 놓은 결정에 그냥 쫓아가지 말라.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좌표 설정도 본인이 해야 하며,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문제들도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 함을 기억하라.
스스로 책임지는 결정들을 하고, 책임 있는 행동들을 할 때
인생의 혼란들이 정리정돈되고,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다 닫아버리는 선택, 한 가지에 모든 것을 거는 선택은 하지 말라.
단 하나에 모든 것을 걸어버렸는데, 잘못된 설정이었으면 어쩌려고 하는가?
단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는데, 그 목적이 사라지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단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는데, 그 곳으로 가는 길이 바뀌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무엇보다 내가 만든 지도를 가지고, 내 스스로 다양한 길을 내면서 나아야 한다.
누군가 그려준 지도는 정답이 아니다.
내 인생의 지도는 내가 그려야 하고, 내 인생의 좌표는 내가 찍어야 한다.
그것이 정답이다.
길이 안 보일 때,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목적지가 없어진 것 같을 때는
꼭 확인하라. 지금보고 있는 지도가 내가 그린 지도인지,
누군가가 그려놓은 지도인지 말이다.
반복되는 정체성 상실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그리고 수정하고, 구체화시킨 지도가 필요하다!
*참고 문헌
Haidt, J. (2006). The happiness hypothesis: Finding modern truth in ancient wisdom. Basic books.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