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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Nov 08. 2023

시간에 쫓기는 대학생활 끝내기

개미와 베짱이 우화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평생 고달프다

학기 중의 대학생들은 대부분 시간이 없다.

여섯 과목 정도 수업을 들으면,

일단 거의 매일 학교에 와야 한다.

여섯 과목의 담당 교수가 과제를 한 개만 내도 학생 입장에서는 금새 과제수가 6개가 된다.

이 중 두 과목 정도는 개인 발표도 있겠다.

여기서 끝인가 했는데, 다른 두 과목에서 조별 발표가 생긴다.


학비 걱정 없는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난 부러운 학생들은

이런 것들을 돈으로 해결하거나, 그냥 넘겨 버릴 수 있겠지만,

학비 걱정 해야 하는 더 많은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 기본 요건을 채우기 위해

학점에 무척 신경 쓰고, 실제로 굉장히 열심히 산다.

심지어 각종 장학금에 목을 매야 하는 학생들도 학점에 무척 집착하면서

무시무시하게 열심히 산다.

그 와중에 생활비도 벌어야 하기에 알바도 하고, 과외도 한다.

잠을 제대로 못자기에 수업시간에 존다.

자신이 졸 것을 알기에 녹음을 하고, 녹음한 것을 2배속으로 들으면서 복습한다.

이렇게 시간에 쫓기며 급한 일들에 치이면서 살다보면,

녹초가 된 상태에서 한 학기가 끝난다.

조금만 더하면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딱 숨이 넘어가려던 참인데,

드라마틱하게 방학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렇게 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은 대부분 번아웃, 완전한 탈진 상태다.

공부 따위는 꼴도보기 싫어진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언젠가 유재석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운동은 정말 꼴도보기 싫다고, 자식을 낳아도 운동 절대 안시킬거라고,

숨찬 것 절대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한 학기만 수업, 과제, 발표, 시험, 출석에 시달리다가 갑자기 방학에 진입한 학생들도

아마 이런 마음인 것 같다.


그런데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달 정도 놀다보면,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다.

하지만 이미 생활패턴은 다 무너져서 뭔가 시작하기 어렵다.

늦잠을 만끽하다 바뀌어 버린 수면패턴(낮밤이 바뀌어 대부분 올빼미족이 된다).

이불 안에서 휴대폰을 보다가 시간이 가버리는 하루의 반복.

방학을 시작할 때는 힘들어서 무기력했는데,

방학이 지속되면서는 뭘 해야 할지 몰라 무기력해진다.

생활비는 벌어야 하기에 알바만 간신히 이어가는 삶.


그러다 문득 정신차려보면, 다음 학기 수강신청 기간이다.

대부분의 대학생은 이때 다시 정신을 차린다.

들어야 하는 과목과 원하는 과목을 찾아보고,

수강 신청에 성공하기 위한 비장한 각오를 다면서

09시가 되자마자 광클릭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아침형 인간으로 돌아오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쯤되면 개학이 2주 정도 남은 시점이란 이야기다.

무려 3달이나 되는 긴긴 방학을 아무것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보내다가

2주 남은 시점부터 다시 시동을 걸려고 하니 걸리겠는가.

오래 쓰지 않은 기계가 고장이 나듯 이미 고장이 나있기에 뭘 하려해도 엄두가 안난다.

고쳐서 쓸만해지려면 한참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정신 없이 개학을 맞이한다.

그리고 지난 학기와 똑같은 고되고, 힘든 학기가 시작된다.

수업에 치이고, 과제에 치이고, 발표에 치이고, 알바에 치이는 삶.

계속 시간에 쫓기면서 헉헉거리다 죽을 것 같을 때 방학이 찾아오는 비참한 삶이 반복된다.

매일 3-4시간 밖에 못자는 만성수면 부족으로(사실 자기 자신에 대한 학대이자 고문)

버스에서 전철에서 졸고, 수업에서 졸고, 따라잡기 위해 또 잠 못이루는 지옥이 펼쳐진다.

그렇게 또 무기력하게 방학을 맞이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시간에 쫓기는 삶. 숨 차서 헐떡이는 삶.

만성수면 부족으로 계속 졸음과 싸우는 불쌍한 삶.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왔다갔다 하는 아슬아슬한 삶.

그러다가 갑자기 할 것이 없어서 붕 떠버리고, 무기력하고, 우울해지는 삶.

언제까지 이런 양극화된 삶을 반복할 것인가?


Photo by Jukan Tateisi on Unsplash


이런 패턴을 끝내야 한다.

이런 패턴을 대학생때 끝내지 못하면, 평생 끝내지 못할 것이다.

회사 가서도 시간에 쫓기면서 살게 될 것이고,

사업 하면서도 시간에 쫓기면서 살게 될 것이다.

모처럼 시간이 생겼을 때는 무기력해져서 즐기지 못하고,

의미를 찾지도 못하는 비참한 삶이 똑같이 반복될 것이다.

니체가 말하지 않았던가. 오늘을 똑바로 살지 않으면, 영원토록 비참한 삶이 반복된다고, 그게 지옥이라고.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

일단 고등학교 3학년 기말고사 끝나고, 대학 입학 전까지 계속 놀아버리는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

자기들 딴에는 지금까지 굉장히 고생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 알겠는데, 고생 시작도 안했다.

누군가 정신차리고 고3들에게 말해줘야 한다. 대학갈 준비할 시간이라고 말이다.


고3 끝났으면, 대학 전공 수업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

1학년 때 들을 기초과목 정도는 미리 파악하고 공부하고 들어와야 한다.

전공 과목 3개 정도는 별도로 공부안해도 A 받을 수 있게 공부하고 학기를 시작해야 한다.

뭐해야 할지 모르고 멍하니 있다가 혹은 놀다가 대학 입학하면 시간에 쫓기는 불쌍한 삶이 시작될 뿐이다.

MT를 가겠다고? OT를 가겠다고? 흐음... 그런게 대학생활을 낭만이라고? 낭만같은 소리한다.

그렇게 하루 이틀 날릴 시간이 어디있는가? 교수 눈에 들고 싶으면, 그런 거 안 가도 공부만 잘하면 된다.

이렇게 대학 전공 과목 3개 정도 고3의 마지막 겨울방학 때 마스터하고 입학하지 않으면,

피눈물나는 인생이 시작될 뿐이다.


그런데 대학 전공 과목 3개 정도를 마스터하고 입학하면 완전 다른 인생이 펼쳐진다.

공부에 여유가 생긴다. 시간에도 여유가 생긴다. 수업 듣는 것도 즐겁다.

과제나 발표에도 여유가 생긴다.

용어 이해도 빠르기에 다른 사람들이 발표자료 만드는 시간의 절반만 투자해도

금새 양질의 발표자료를 만들 수 있고, 과제나 보고서도 작성할 수 있다.

예습의 힘이다.

알바를 해도 시간에 여유가 있고, 알바하면서 공부 생각하고,

공부하면서 알바 생각하는 이상한 마음의 갈등도 적다. 이것도 다 예습의 힘이다.

교양 과목 3개 정도 조금씩 공부하면서 숨차지 않게, 잠도 7시간 이상 자면서

멋있게 대학생활을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여유있게 학기를 마치고 나면, 방학을 알차게 보낼 힘이 생긴다.

방학이 시작하면, 바로 다음 학기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다.

헉헉 거리면 방학을 맞이한 다른 학생들이 완전히 퍼져서 일어나지 못할 때,

고3 겨울방학에 준비되어 입학한 사람은

첫 여름방학을 아주 여유있게, 다음 학기를 준비하면서 맞이할 수 있다.


결국 해야하는 일은 전공 과목 세 개 정도를 방학때 완전히 마스터 해놓고,

새학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2학년이 되면, 전공 네 과목 정도는 방학 때 마스터해야 한다.

그래야 학기 중에 여유롭고, 방학도 진짜 방학답게 멋지게 공부하면서

돈도 벌면서 보낼 수 있다.


이렇게 살면서 3학년이 되면, 동아리 활동 한 개 정도 병행하면서도

공부하고 장학금 받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4학년이 되어서는 다른 사람들 이제와서 학점 관리한다고, 또 헉헉거리고,

시간에 쫓기고 있을 때,

여유 있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면접 보러다닐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4학년 2학기에는 취업계내고, 돈벌면서 학교 다니겠지!


고3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의 차이,

그게 아니라면 대학와서 첫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의 차이가

인생을 바꿔버린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은 읽어봤을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 무슨 교훈을 얻었는가?

남들 놀 때 같이 놀면, 괴롭고 피곤한 인생 시작이다.

그러나 남들 놀 때 준비하고, 대비하고, 공부해두면, 여유롭고 행복한 인생 시작이다.


시 비스 파켐, 파라벨룸(Si vis pacem, para bellum).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대학생활의 평화를 원한다면, 다음 학기의 전쟁을 미리 준비하라.

인생의 평화를 원한다면, 다음에 할 일을 미리미리 준비하라.


*참고문헌

Haidt, J. (2006). The happiness hypothesis: Finding modern truth in ancient wisdom. Basic books.


Haidt, J., & Lukianoff, G. (2018). The coddling of the American mind: How good intentions and bad ideas are setting up a generation for failure. Penguin UK.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Nathan Dumla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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