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퍼뜨리는 어려운 길을 가는 분들이 늘어나길 기대하며
여러분은 지금 행복한가? 아니면 우울한가?
행복하다면, 왜 행복한 것 같은가?
우울하다면, 그건 왜 그런것 같은가?
이야기 만들기와 이유 찾기를 좋아하는 여러분의 좌뇌는
이런 질문의 답을 척척 찾아내서
여러분에게 어떤 답을 주었을 것이다.
직관적이고, 가시적인 답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날씨다.
'내 기분의 방향이 왜 이럴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인간에게 가장 명확하게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날씨아니던가.
맑고 화창한 날에는 나도 기분이가 좋고,
구름 끼고, 우중충한 날에는 나도 기분이가 나쁘다.
가장 최근 경험한 일에서 느낀 정서도 직관적이다.
어제 데이트가 좋았다면, 지금 기분이 좋을 것이고,
어제 데이트가 나빴다면, 지금 기분이 나쁠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직관적이고 가시적인 답을 찾기 어려운데,
그냥 기분이 좋거나, 기분이 나쁜 건 어떻게 해야 할까.
좌뇌가 나의 현재 행복 온도(행복 날씨)에 대한
정답 찾기를 위해 노력을 했지만,
실패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계속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런 적이 많이 있다.
날씨도 좋고, 데이트도 좋았는데, 기분이 나쁘다거나,
날씨가 나쁘고, 데이트도 나빴는데, 기분이 좋다거나,
외적 단서들로는 도저히 답을 내릴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여러분도 이런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감각적으로 쉽게 감지할 수 없는
마음의 영역으로 들어갈 차례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기억나지 않지만,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영역 말이다.
사람들은 이를 무의식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무의식은 아니다.
자전거 타는 법과 같은 자동적인 정보처리의 영역이자,
언어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정보처리의 영역일 뿐이다.
우리 뇌에서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내가 그걸 다루기 위해 일부러 노력하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 뇌가 다루고 있었고,
감정이라는 형태로 출력해 주었다.
그럼 이렇게 우리의 기분 혹은 감정에 영향을 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요소, 설명하기 힘든 심리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일상에서 여러분이 만나는 사람들 중
행복한 사람이 많았는지,
아니면 불행한 사람이 많았는지가
영향을 미친다.
(행복한 지인수 vs 불행한 지인수의 비율)
여러분이 평소 만나는 사람들 중에
행복한 사람이 더 많았다면, 여러분은 행복할 것이고,
우울한 사람이 더 많았다면, 여러분은 우울할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여러분 주변에 행복한 사람의 수가
우울한 사람의 3배 정도가 되면, 여러분은 행복하다.
그러나 여러분 주변에 행복한 사람과 우울한 사람의 수가 같거나,
우울한 사람이 더 많거나,
행복한 사람이 더 많긴 하지만, 우울한 사람의 3배까지는 아니고,
2배 정도라면, 여러분은 우울하다.
산수를 해보자.
여러분 주변에 행복한 사람이 3명이고, 우울한 사람이 1명이면,
여러분은 행복하다.
그러나 여러분 주변에 행복한 사람이 2명이고,
우울한 사람이 2명이면 여러분은 우울하다.
행복이들이 1명, 우울이들이 3명이면 말할 것도 없고,
행복이들이 0명, 우울이들이 4명이면 여러분은 아주아주 우울하다.
쉽게 말해,
우울한 사람, 짜증내는 사람, 분노한 사람, 신경질 내는 사람 등의
부정 정서를 팍팍 유발하는 사람이 1명있다면,
그 부정적 기운에 대항하고,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행복한 사람, 따뜻한 사람, 밝은 사람, 유머 있는 사람이
최소 3명 필요한 것이다.
우울이 1명의 힘은 행복이 3명의 힘과 같다는 뜻이다.
다르게 설명해보자.
1명의 우울한 감정은 3명 이상에게 쉽게 전염된다.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이라고 불리는 실제 현상이다.
여러분이 지금 이유없이 우울하고, 불안하다면,
여러분 주변에 우울하거나 불안한 사람이 1명 이상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행복한 감정은 3명이 모여야 1명에게 전염된다.
여러분이 지금 행복하다면,
주변에 3명 이상이 행복한 상태라는 것이고,
이런 곳에서 여러분은 안심하고, 온기를 느끼고, 평온해질 수 있다.
4인 가족을 생각해보자.
엄마가 우울하다. 그럼 가족 전체가 우울하다.
우울이 1명의 힘이 쎄기 때문이다.
아들이 우울하면, 가족 전체가 우울하고,
딸이 우울하면, 가족 전체가 우울하다.
아빠가 우울하면, 가족 전체가 우울하다.
만약 4인 가족이 하루 한 명씩 우울하다면,
그 가족은 그냥 매일 우울할 수 있다.
우울한 감정 전염이 이렇게 강력한 것이다.
가족 모두가 행복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하려면,
모두가 같이 행복하고, 건강해야 하며,
심리치료는 가족 치료가 되어야 한다.
밖에서 행복해져서 집에 왔는데,
다른 가족이 1명이라도 우울하면,
밖에서 가져온 행복은 순식간에 날라가 버리니 말이다.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이 졌는데,
진 이유가 내부 분열 혹은
팀워크를 저해하는 일부 선수의 일탈 때문이라는 소식이 알려져
국민 한 명이 분노하면, 그 분노는 순식간에 3명에게 퍼져나가고,
그 3명이 또다른 3명을 분노하게 한다.
계속 3배수 씩 분노가 퍼져나가,
반나절만에 전 국민적 분노가 될 수 있다.
감정 전염을 통해 거대한 분노의 민심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행복한 소식은 전염이 느리다.
3명이 모여야 1명에게 전염되고,
또 3명이 모여야 1명에게 전염되기에,
언제 전달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소문난 맛집들을 보라.
처음부터 줄서서 먹는 맛집이 아니었다.
굉장히 오랜 시간 무명 식당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임계점을 지나더니 확 폭발하듯
사람들이 오기 시작한다.
1명, 또 1명, 또 1명 모이면서 서서히 증가하다가
거대한 물결이 되는 식이다.
부정적인 소식에 대한 감정 전염이
처음부터 솟구쳐 올라가는 형태의 그래프라면,
긍정적인 소식에 대한 감정 전염은
거의 변화가 없다가 어떤 포인트에서 급증하는 형태를 보인다.
현재 인기있는 배우들을 보라.
다들 오랜 무명 시절을 경험했다.
가수들도 그렇고, 강사들도 그렇다.
오랜 무명 시절을 거치면서 그들이 퍼뜨리는 행복의 영향력이
있는지 없는지 감지하기 어렵다가
어느 순간 폭발한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장점을 부각하기 보다
라이벌 정당의 약점이나 부정적인 점을
공략하려고 더 노력하는 것도 심리학적으로는 이해가 된다.
부정적 감정 전염은 순식간에 이루어져서 효과 만점이지만,
긍정적 감정 전염은 오래 기다려야 하고 포기하지 않아야 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마태복음 7장 13-14절)
나는 이 말씀을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만,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라고
해석해보려 한다.
불행이 전염되는 것은 크고 넓은 길과 같다.
참 쉽다.
쉬우니까. 너도 나도 불행의 전염에 뛰어든다.
그러나 행복이 전염되는 것은 좁고 협착한 길과 같다.
어려우니까. 이 길을 가려는 자는 드물다.
하지만 어렵다고, 힘들다고, 괴롭다고, 성과가 안보인다고,
행복을 퍼뜨리고, 전염시키는 길을 가지 않는다면,
시도조차 안한다면, 그게 과연 정치인일까?
불행이라는 쉬운 수단에 의지하기보다
행복을 퍼뜨리는 어려운 길을 가는
정치인들을 나는 응원한다.
그리고 이 어려운 길을 가는 정치인들이
계속 늘어가길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Hatfield, E., Carpenter, M., & Rapson, R. L. (2014). Emotional contagion as a precursor to collective emotions. In C. von Scheve & M. Salmela (Eds.), Collective emotions: Perspectives from psychology, philosophy, and sociology (pp. 108–122).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093/acprof:oso/9780199659180.003.0008
*표지 그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