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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Nov 18. 2020

복잡한 세상을 명쾌하게 정리하는 사람

창의적 사고 필요 없어요, 기존 지식에 대한 일반화부터 잘 하세요! 쫌!

"세상이 갈수록 복잡해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보통 얘기가 이렇게 끝난다. 그 다음 이야기가 더 중요해 보이는데,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람을 찾는 것은 몹시 어렵다.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가 뭐냐고?


복잡한 세상을 어떻게 간단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복잡한 세상을 어떻게 간단명료하게 만들 것인지, 복잡한 세상을 어떻게 해야 조금 더 쉽게 구조화할 것인지, 즉 복잡한 세상을 어떻게 정리정돈할 것인지에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세상이 복잡해'로 끝나지 않고, '복잡한 세상을 명쾌하게 정리정돈'하는 다음 이야기를 써내려 갈 수 있을까?


먼저 복잡함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자. 복잡함이 뭘까? 무엇을 가리켜 세상이 복잡해진다고 하는 걸까? 첫째, 복잡하다는 것은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현대인들은 '챙길 일이 자꾸 많아지고. 배울 일이 많고, 신경 쓸 일이 계속 늘어나는'는 상황을 가리켜 '복잡하다'고 말한다. 둘째, 복잡하다는 것은 '어떻게 의사결정해야 할 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현대인들은 '우물쭈물하게 될 때, 뭔가 검색해도 답이 안 나올 때, 의사결정의 원칙이나 기준을 찾기 어려울 때' '복잡하다'고 말한다.


복잡함에 대해 알았으니, 이제 복잡함을 해소해 보자. 답은 하나다. 이미 정립된 체계화된 지식들을 내 머리 속에 집어 넣는 것이다. 이 세상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둔 지식들을 가능한 많이 내 기억으로 만들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어 쓸 수 있는 지식으로 만드는 것밖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지름길, 요령, 치트키, 속임수 그런 건 통하지 않고, 쓸 수도 없다. 오직 정직한 지식의 축적만이 이 복잡함을 해소할 수 있다.


기존 지식에 통달한 사람은 복잡함의 첫 번째 정의인 '많은 할 일'을 순식간에 해결한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해 아래 진실로 새로운 일은 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할 일이 많아도 대부분 예전에 있었던 일이기에 예전에 잘 통했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기존 지식에 통달하고 있으면, 새롭게 배울 필요도 없고, 배우는데 시간을 끌 필요도 없고, 새롭게 챙길 목록에 넣을 필요도 없으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기존 지식에 대한 일반화를 통해 문제를 척척 해결하기에 에너지도 낭비하지 않는다. 그렇게 80~90%개의 일을 처리하면서 에너지를 보존한 후, 10~20%의 정말 새로운 일에만 에너지를 집중 투자해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낸다.


기존 지식에 통달한 사람은 복잡함의 두 번째 정의인 '불확실한 의사결정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 어떤 문제에 직면하자 마자, 판단이 선다. 이때 판단 기준으로 작동하는 것은 바로 '일반화 가능성'이다. 이 일이 '과거의 어떤 일과 동일하구나, 이 문제는 과거의 어떤 일과 유사하구나, 그러니까, 그냥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되겠구나'라는 일반화 가능성 판단에서 가능성이 높게 나오면, 과거의 것을 그대로 적용해서 문제를 풀어버린다. 복잡함을 순식간에 단순명쾌하게 만든다.


그러나 일반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바로 새로운 지식 창출 작업에 들어간다. 데이터를 새롭게 모으고, 분석하고, 검증하여 새로운 해결책을 도출해낸다. 이렇게 기존 지식에 통달하고 있기에 기존 지식의 일반화 가능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우물쭈물하지 않는다. 검색하는데 시간 끌지도 않는다. 시간 낭비를 최소화한 후, 바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낸다.



이것이 바로 복잡한 세상을 단순명료하게 정리정돈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이들은 언제나 혁신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만 혁신한다. 모든 것을 혁신하지도 않는다. 필요할 때만 혁신한다. 모든 것에 창의성을 발휘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일은 일반화로 끝내고, 극소수의 일에만 창의성을 발휘한다.


4차 산업 시대니까?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인공지능 시대니까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왜? 왜 그래야 하는데? 그게 연결이 되나? 4차 산업시대가 뭔데? 복잡해진다고? 그러니까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아니다. 복잡할 때는 일반화를 시켜야 하고, 과거의 지식체계에 비추어 보면서 일반화 가능성을 늘려가야 한다! 과거에 비추어 보면서 지금 내가 직면한 지식이 과거에 있던 것들 중에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 살펴보면서 정리정돈하고, 명쾌하게 만드는 것부터 해야 한다.


세상이 복잡해지니까, 과거의 지식은 기억해봐야 소용없다고? 그때 그때 검색해야 해결하겠다고? 그럼 내가 묻겠다. 과연 당신에게 검색할 시간이 있을까? 검색하면서 시간을 끌 여유가 있을까? 미안한 얘기지만 그런 걸로 시간을 끄는 순간 당신은 낙오자요 탈락자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검색은 내 머리에서 끝나야 한다.


백번 양보해서 검색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야 하는줄은 아는가? 무슨 말을 넣어 검색할 건가? 그 말을 쓰면, 당신이 원하는 자료가 검색창 상단에 위치하게 되는가? 아니면 계속 스크롤 내리거나, 페이지 넘지면서 '왜 없지'라는 말을 연발하는가?


또 그렇게 검색된 자료가 과거로 부터 현재까지 인정받아 온 권위 있는 자료, 참고문헌이 확실한 지식, 즉 사실에 입각한 지각이라는 보장이 있는가? 아니면, 어디서 나온지도 모르고, 참고문헌도 불확실하고, 그냥 '커더라'인가.


다시 말하지만,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우리 조상들이 축적해놓은 지식, 선배들이 축적해놓은 지식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마주친 문제에 대한 검색을 내 머릿속에서 끝내고, 일반화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갈 것인지 순식간에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문제는 내 머릿속에서 일반화할 수 있는 답이 나와서 해결해야 한다.


제발 부탁인데, 혁신하지 마라. 모든 것에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강요하지도 말고, 마치 모든 일에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것처럼 사람들을 현혹하거나, 거짓말 하지도 마라.


우리는 과거의 지식에 통달하여 일반화부터 잘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화가 되지 않는 극소수의 일에 대해서만 혁신 혹은 창의적 사고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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