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자기결정론
지식이란 기억이다. 지식이 많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많을수록 정보들 간의 연결이 많고, 특정 지식이 필요한 순간에 그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아는 것이 힘이다. 많이 알 수록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게 지능이다. 말 그대로 아는 것(知)이 능력(能)이다.
지능은 유전, 환경, 개인의 노력 이 세 가지의 상호작용이다. 이 중 유전의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오히려 환경과 개인의 노력이 지능이 미치는 파워가 더 강하다. 그중에서도 개인의 노력이 지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모든 것의 영향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개인의 노력 수준이 낮으면, 지능이 낮아지고, 개인의 노력 수준이 높으면 지능이 높아질 수 있다.
개인의 노력으로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지능은 계속 높아질 수 있고, 개인이 노력하지 않아 아는 것이 적어질수록 지능은 계속 떨어질 수 있다. 지능 검사 점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능 검사 점수는 공교육을 따라갈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기 위해 최소한의 수단일 뿐이지 지능이 아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마찬가지다. 이것도 결국 지능검사인데, 최소한의 수단일 뿐이지 이것이 지능을 보여주지 않는다.
수능시험 같은 지능 검사 점수들이 진짜 지능을 보여준다면, 대학에서의 학점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예측력이 30% 미만이다. 이런 지능 검사 점수들이 진짜 지능이라면, 그 사람의 근무 실적, 최고 소득, 승진, 인사평가 점수, 사회경제적 지위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이런 사항에 대한 예측력도 30% 미만이다[1, 2].
아쉽게도 지능은 성공이라는 결과로만 알 수 있다. 성공을 자아실현이라고 볼 수 있다면, 자아를 실현했는지 아닌지로만 지능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성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면, 환경에의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면, 그래서 성공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면, 즉 자아실현 가능성 높이고 있다면, 지능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고, 마침내 성공(자아실현)이라는 형태로 당신의 지능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기억하는 것이 많이 지면, 쉽게 말해 기억력이 좋아지면 지능이 증가하고, 공부를 하지 않고, 이미 알고 있던 것들도 잊어버리면 지능이 낮아진다는 증거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 재학생과 휴학생의 유효 지능(유효 IQ) 차이다. 유효 지능은 지능 검사 점수가 아니다. 실질적인 문제해결 능력, 변화 대응력, 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개념이다. 과연 재학생과 휴학생 중 누구의 유효 지능이 더 높을까? 너무 당연하지만, 재학생이다. 그럼 몇 점이나 높을까? 무려 6점이나 더 높다![3, 4] 심지어 휴학 혹은 자퇴로 인해 공부를 쉬는 시간이 1년 증가할 때마다 또래의 유효 IQ에 비해 6점씩 계속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능은 내가 결정한다. 지능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있다면, 그 이론은 '자기결정론'일 것이다. 엄마, 아빠 탓은 이제 그만하자, 지능은 내가 결정한다. 지능은 나 하기 나름이다[5, 6]. 환경 탓도 그만하자[7], 좋은 책상, 좋은 의자가 있다고 지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좋은 환경을 두었지만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지능은 낮아진다. 오히려 나쁜 책상, 나쁜 의자에서라도 공부 열심히 한 사람의 지능이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
지능계발, 자기계발은 유전 혹은 환경이 지능의 전적인 원인이라는 구시대적인 환상과 신화에서 빠져나오는 것부터 시작된다[8].
[1] Kuncel, N. R., Hezlett, S. A., & Ones, D. S. (2001). A comprehensive meta-analysis of the predictive validity of the graduate record examinations: Implications for graduate student selection and performance. Psychological Bulletin, 127(1), 162-181.
[2] Nisbett, R. E. (2015). Mindware: Tools for smart thinking. New York, NY: Farrar, Straus and Giroux.
[3] Green, R. L., & Morgan, R. F. (1969). The effects of resumed schooling on the measured intelligence of Prince Edward County's black children. The Journal of Negro Education, 38(2), 147-155.
[4] Bonastia, C. (2012). Southern stalemate: Five years without public education in Prince Edward County, Virginia. Chicago, Illinois, US: University of Chicago Press.
[5] Ackerman, P. L. (1996). A theory of adult intellectual development: Process, personality, interests, and knowledge. Intelligence, 22(2), 227-257.
[6] Flynn, J. R. (2007). What is intelligence? Beyond the Flynn effect. New York, NY, US: Cambridge University Press.
[7] Nisbett, R. E., Aronson, J., Blair, C., Dickens, W., Flynn, J., Halpern, D. F., & Turkheimer, E. (2012). Intelligence: New findings and theoretical developments. American Psychologist, 67(2), 130-159.
[8] Sternberg, R. J. (1996). Myths, countermyths, and truths about intelligence. Educational Researcher, 25(2),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