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아버지는 절도범이었다

by 아미니

#1

차를 타고 경찰서에 출근하는 중 이렇게 추운 날씨에 6살쯤 되어 보이는 애가 혼자 길을 걸어 가고 있다.


걱정되어 유심히 보니 좀 떨어진 곳에서 아이 엄마가 뛰어가고 있더라.


문득 , 형사과에서 근무할 때 겪었던 한 에피소드가 생각나 펜을 잡아 본다.

#2


여느날과 같이 형사당직 근무 중 차 유리가 깨져 있고 트렁크에 넣어 놓은 물건과, 데시보드 안에 있던 현금 및 카드가 없어졌다는 절도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출동하였고, 과학수사팀에서 감식을 실시했다. 6월 쯤이었나.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과학수사팀 정 경장에게 최대한 지문을 잘 발췌해 달라고 부탁을 했고 피해자에게는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말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주변에 cctv도 없었고, 블랙박스 또한 주차중에는 작동되지 않았으므로 크게 검거 가능성은 없었다.


과학수사팀에서 나온 지문은 피해자 및 가족들의 것 뿐이었다.


사건이 있은 지 3일 뒤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카드가 포천쪽 주유소에서 결제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덜 떨어진 도둑이 훔친 카드를 쓰지?


즉시 포천의 주유소에 가서 CCTV를 확인해 보았다. 한 스타렉스에서 남성이 내려 주유를 하고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차량 번호가 특정되었고, 렌터카였다.


렌터카 업체에 전화를 하니 김00라는 사람이 렌터카를 빌려 갔는데 반납을 하지 않고 전화도 없는 번호라 골치아프다며 제발 차를 좀 찾아달라고 한다. 김00에 대해 전과조회를 하니 절도 전과가 수회 있고, 특히 차량털이 수법 전과가 많았다. 그리고 6개월 전에 출소한 것이 확인되었다.


수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피의자 인적사항 특정' 이 되었으니 이제 잡는건 시간문제라고, 금방 잡힐것이라고 생각했다.


피의자 명의로 된 휴대폰이 있는지 통신사를 상대로 조회하니 번호가 없었다.


피의자의 나이는 30대 초반. 아마도 pc게임은 하겠지 싶어 영장을 받아 로그인 IP 실시간 위치추적을 걸었다. 게임사에 영장을 보내고 다음날 IP가 떴다. PC방의 IP같으면 빠르게 조회가 되지만 pc방이 아니었다.


IP를 통신사에 보내 위치를 확인하니 포천의 한 찜질방이었고, 안양에서 포천까지 갔으나 이미 피의자는 나간후였다. 찜질방cctv를 보니 피의자는 4~5살 정도로 되어 보이는 남자애와 함께 있었다.


피의자와 함께 있던 애가 누구지 싶어 제적등본을 떼서 피의자의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 어머니는 "걔랑 연 끊고 산지 오래 됐슈, 찾아 오지 마슈. 걔가 결혼을 해서 애가 하나 있는데 깜빵가면서 여자가 도망가고 애는 보육원에 버리고 갔어유"라고 하였다.


이후에도 피의자가 가입한 게임 ID의 실시간 로그인 현황이 내 휴대폰으로 문자전송이 되긴 하였으나 pc방에서 접속한것이 아니라서 계속 피의자가 떠난 이후에 도착하게 되었다. 접속 장소는 주로 찜질방이나 모텔이었다.


그리고 접속장소 주변 절도 발생 현황을 뽑아 보니 창문을 깨고 물건을 훔쳐 가는 수법의 차량털이 피해가 다수 접수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접속 IP를 기다려서는 그놈을 잡기 어렵겠다고 판단하여 주로 출몰하는 포천 주변을 무작정 계속 돌아다니며 그 렌터카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포천을 돌아다닌지 이틀째 우연히 맞은편에 지나가는 검정색 스타렉스 ! 그 차다. 바로 유턴을 해서 쫓아가는데 이놈이 눈치를 챈건가.... (우리 차도 비노출 차량이라 흰색 스타렉스임) 저수지쪽으로 도망을 간다. 좁은 길에서 뒤에서 차가 쫓아오니... 아직 경찰인지 확신이 없는 상태였을 것이고, 옆으로 비켜 서며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하더라. 나는 차에서 내렸고 우리 스타렉스를 옆으로 바짝 붙여 도망가지 못하게 막은 상태에서 내가 "야 00이, 내려! "라며 삼단봉을 뽑아 들었는데 "나 00이 아닌데요"라고 하며 앞 뒤로 전진, 후진하며 나무를 부러트리고 그 사이로 도망을 가버렸다. 순간 나는 쫓아가려다 우리 차와 그 차 사이에 껴서 오징어 될 뻔... 도로에 넘어져 구르기는 했지만 다행이 다치지는 않았다.


그 날 이후로 게임 접속 IP는 뜨지 않았다.... 이놈을 어떻게 잡지.... 밥을 먹을때도 똥을 쌀때도 어떻게 잡을까만 생각했다. 일주일쯤 흘렀나.... 렌터카 사장이 전화가 왔다. "연천 경찰서에서 교통조사계에서 전화가 왔는데 , 택시가 유턴하다가 길 가에 주차되어 있던 그 스타렉스를 박았답니다. 택시기사가 차에서 내려 사고 상황을 살피고 있는데 스타렉스에 아무도 없는줄 알았더니 사람이 내렸고 사고 났으나 현금 50만원만 달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돈이 없어 보험 접수하겠다고 하자 현금 10만원만 달라고 했고, 이상해서 보험접수한다고 하니 괜찮다며 그냥 가버렸다네요. 택시 기사는 혹시 뺑소니 될까봐 경찰서에 찾아갔나봐요" 라고 하였다.


연천경찰서에 공조 요청을 해서 그 택시기사와 전화통화를 했다.


지금 그 차량은 범죄자가 타고 다니는 것이며, 혹시 지나 다니다가 발견하면 꼭 전화를 달라고 ... 신고 포상금을 두둑히 지급하겠다고 하였다.


그날 밤, 집에서 자고 있는데 그 택시기사가 전화가 왔다. "형사님 낮에 전화통화한 택시기삽니다. 그 차 저 앞에 주차되어 있는데요" 나는 피의자가 눈치챌 수 있으니 거기 있지 말고 가라고 했고, 우리 팀원들을 비상 소집해서 연천으로 쐈다. 이번엔 저수지에서처럼 도망가지 못하게... 테이져건, 야구 빳다까지 챙겼다.


지리를 잘 몰라 택시 기사한테 전화해서 정확한 위치를 전달받은 후 현장에도착하니 다행히 스타렉스가 있었다. 아마 아들과 같이 자고 있을 것이다. 도망가지 못하게 즉시 제압해야 한다!


하나 둘 셋을 세고 "덮쳐 " 외치면서 야구 빳다로 옆 창문을 다 깨고 들어가 순식간에 제압을 했다.


그런데.... 5살 난 그놈의 아들이 자다 깨서 "아빠 아빠" 라며 울고 있었다.


차 트렁크에는 사시미 칼이 3개, 야구 빳다도 2개가 있었고 다수의 절취품들이 발견되었다.

피의자는 구속시켰고, 그의 어린 아들은 지자체에 인계하여 보육원으로 보냈다.


일단 그 피의자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 다음해 추운 어느날, 형사지원팀에서 전화가 왔다.


"형사님, 사건 담당하는것 중에 구속 피의자 있어요? "


"아니요. 없는데요. 왜요?"

"고속도로에 한 아이가 걸어가고 있어서 노 부부가 애를 태워 경찰서로 왔는데, 자기 아버지가 절도로 체포됐고 담당자가 이형사님이라는데요"


"아,... 작년에 00사건 아들인가보네. 제가 들어갈게요. 지자체에 통보 해 주시고 보육원 어딘지 좀 알아봐주세요"


형사지원팀에서 만난 그 애는 나를 보자 말자 아버지가 어디 있냐며, 보고 싶다고 눈물을 터트렸다. 구내 매점에 데리고 가 과자를 가득 사 주고 보육원 관계자에게 인계했다. 피의자가 범죄를 하면서 데리고 다녔기에 양육권이 박탈되어 만나지 못하게 한다고 들었다.

피의자를 조사할 때 왜 애를 데리고 다녔냐고 물어보니, 자신이 아버지 없이 자랐기에 자기는 자기 애한테 뭐든 다 해주고 싶었다고 했었다....


아버지를 볼 거라고 고속도로를 걸어가는 그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까 ... 문득 그 아이는 잘 지내는지, 아비는 출소했는지 궁금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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