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랜든 Mar 06. 2018

외국계 기업 취업을 위해  영어점수가 반드시 필요하나?

점수보단 실력

요즘 들어 많이 받는 문의 중 하나가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려면 공인 영어 점수가 반드시 필요하나?'이다. '어느 컨설팅업체에서 상담을 했는데 최소 토익 850점 이상이 안되면 지원조차 할 수 없다고 들어서, 그게 맞냐?'라고 나에게 되려 물어온다.
그럼 나는 다시 물어본다. '혹시 어떤 컨설팅 업체냐고?' 정말 궁금하다.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외국계 기업을 오래 다녀본 사람이라면, 영어점수보다 실제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건 알 테고,
영어점수 없이도 직무역량과 능력만으로 인정받아 입사한 케이스를 많이 봤을 텐데, 일정한 영어 점수가 없으면 지원조차 할 수 없다는 건 어떤 근거로 하는 것인지 어떤 회사들이 공인점수가 필수인지 나도 정말 궁금하다.

피플앤잡의 외국계 기업 공고를 보면 JD에 영어점수 몇 점 이상이라고 적어 놓은 회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부분 실제 요구되는 실력이 어떤 level이라는 문구만 있다.
점수 말고 실제 실력이라고 JD에도 나와 있는데, 왜 점수가 꼭 필요하다고 할까. 그런 회사가 100에 한, 둘 있을 순 있겠으나, 그것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토익 몇 점 이상'이라는 문구를 볼 수가 없다.

토익점수=영어실력?
토익 만점자도 뽑아 봤지만, 이제껏 11년간 외국계 기업 생활을 하는 동안 토익점수만큼 실제 영어실력을 갖춘 지원자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위의 컨설팅 업체에서 말하는 토익 850점 이상이면  실제 영어실력은 준 native수준이어야 한다고 토익 주관사인 ETS에서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토익시장이 실제 영어실력을 반영하는가?
학원을 한 달 다니고 안 다니고의 차이가 100점일 뿐이다.  회사도 다 안다. 성실도 측면에서 점수를 줄 수 있으나 영어 실력 그 자체로 인정한다는 건 옛말이다.

외국계 기업 채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직무 관련 경험, 역량, 스킬이다.
직접적인 직무 관련 전공과 관련 업무 수행 경험 (인턴, 알바, 계약직, 동종업계 경력 등)을 선호한다.

영어는 어디까지나 옵션이고 잘하면 좋고 못하더라도 당락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IT 엔지니어를 뽑는다고 했을 때 (신입과 경력 모두), IT 관련 역량과 스킬, 경험은 모두 출중한데, 영어점수가 없다.
이런 사람을 회사에서 안 뽑을까?

회계팀 직원을 뽑는데, 회계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아주 훌륭한데, 영어점수가 없다. 안 뽑을까?
영어를 전혀 못해도 뽑는다.

같은 값이면 토익점수가 있는 사람을 뽑는다고?
같은 값이면 면접을 통해 업무 실력이 더 나은 사람을 뽑는다!

구독자 취업수기를 보면 영어 한마디 못하고, 토익점수가 아예 없는 사람도  세계 시총 top 3의 외국계 기업에 입사했다. (그것도 정규직으로)

글로벌과 소통을 자주해야 하는 직군이나 매니저 레벨이라면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을 더 선호하겠지만, 여기서도 점수보다는 실제  영어실력을 평가한다.

토익이 600이라도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점수 때문에 뽑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시험용 찍기가 아닌, 진짜 영어실력이 토익 600점이면, 일상회화는 무리 없이 하는 수준이다.)


신입도 마찬가지, 영어는 외국인 친구들과 소통을 잘 하는데 토익점수가 700점밖에 안된다.
과연 서류에서 걸릴까?

영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문구 하나만 넣어도 토익 고득점자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Fluent in English : 영어에 능숙한 수준
Business-level proficiency in English: 비즈니스 회화가 가능한 수준
Conversational- level in English: 일상회화가 가능한 수준

외국계 기업에서 필요한 수준은  대체로 business-level이지만 비즈니스 회화는 어차피 현업에 들어가면 다 배우므로 (현업에서 그에 맞는 필요한 표현들을 배워야 한다. 어디 학원 가서 배울 필요는 굳이 없고 어학원에서 특정 직무별, 산업별 bushiness영어를  가르쳐 줄 수도 없다.) conversational level만 된다면 business 표현들은 금방 익히므로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서류가 해외로 넘어가는 경우,  최근 아시아 HQ HR에서 국내 직원을 직접 뽑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거기에 서류를 넣을 때 토익점수를 넣을 필요가 있을까?
아마도 토익이 뭔지도 모르는 해외 HR직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피플앤잡에 물었다.
이 경우 토익점수를 꼭 넣어야 하냐고, 그래서 피플앤잡에서 해외 HR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들려오는 답변 ' 토익이 뭐예요?'

해외에서 뽑는 경우는 그렇다 치고, 국내 HR이 뽑는 경우는 다르지 않겠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외국계 기업은 실제로 업무에 투입이 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하여 관련 경험과 스킬을 갖춘 인재를 좋아하고, 영어도 점수보다는 실제로 듣고, 쓰고, 말하고, 읽을 줄 아는 인재를 좋아한다.

토익점수가 아예 없더라도 자신의 경험 중에 외국인들과 소통을 했던 경험이라든지, 미드를 자막 없이 본다든지 등등의 경험이 점수보다 더 어필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정 불안하면
영어로 유창하게 1분 자기소개를 한 동영상을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리고 이력서를 제출할 때 링크를 달아서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방학 동안 토익점수를 100점 올리는 게 나은가?라는 질문도 종종 받는다.
'오 마이갓' 절대 그럴 필요 없고, 그 시간에 직무 관련 경험을 쌓으라고 말한다.
자격증이나 관련 교육 말고!
경험!
인턴이든 알바든, 단기 계약이든 오로지 경험!
 
직무 관련 경험과 그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그냥 경험만 했다가 아니라 그런 경험 속에서 배우고 뭔가 문제 해결을 했던 이런 경험들이 있고, 그걸 이력서, 자소서에 녹이는 게 제일 좋다.

직무 관련 경험과 스킬이 80이고 나머지는 다 합쳐 20밖에 안된다. 20중 일부인 실제 영어실력도 아닌 토익에 2달을 올인한다는 건 정말 가성비가 한참 못 나오는 선택이다.

12-3년 전만 해도 영어에 대한 프리미엄이 있어서, 영어만 잘해도 아니 토익점수만 좋아도 취업에 좋은 점수를 받는 조건이 되었지만, 이제는 영어만 잘하는 인재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영어 못해도 직무스킬이 뛰어나면 영어 관련 업무는 주위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 대신할 수도 있고, 통번역 외주를 줄 수도 있다.

물론 둘 다 잘하면 좋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직무가 우선이어야 한다.

지원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영어가 걸림돌이라면, 면접에서 당당히 얘기하면 된다.
'6개월 내 1년 내 영어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겠다!'

영어 필수, 일본어 필수인 회사에 외국어 한마디 못하고 공인 점수조차 없는 후배들 여럿 입사하도록 도와줬다.
(도와준 건 충분히 가능하다는 조언뿐이었지만)

직무 역량이 충분한 인재라면 영어실력 하나 때문에 놓치는 건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다.
실무를 잘해서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인재가 최고의 인재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영어는 완벽한데 직무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지원자를 회사에서 뽑을까?
안 뽑는다!

실무능력이 있다면  꼭 필요한 실전 영어실력이 부족해도 뽑히는데, 토익점수는 말할 것도 없다.

가고 싶은 직군과 산업군에 관련 지식과 경험이 있다면, 영어로 고민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직무 관련 경험과 역량을 어떻게 정량화하여 잘 어필할 것인지를 더 고민하는 것이 낫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 바꾸기가 가장 어렵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