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마음을 전하는 방법
그런 노래가 있다. 마음속에 담아두고 하지 못한 말들을 대신 불러주는 그런 노래. 표현에 서투른 나는 애틋한 사람이 생기거나, 미워하는 사람이 생기거나, 화창한 햇살이 눈 부시거나, 포근한 눈이 쌓일 때 노래를 듣는다. 가끔은 옆에 있는 이에게 조용히 노래를 불러주며 못다 한 말을 전하기도 한다. 감정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명치끝에 엉켜 있을 때도 어떤 노래를 들으면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 닿아있는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게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된다.
요새는 김필선 씨의 ‘Mama’를 자주 듣는다. 가족에게는 특히나 힘든 마음을 토로하지 못하는 나 대신 ‘마마, 왜 내 심장은 가짜야?’라고 물어주는 가삿말이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곤 한다. 타인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내 우울을 뱉어내는 것이 힘겹다. 이유 없이 초조해져 떨리는 두 손이 버겁다.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는 질문과 누구도 답할 수 없는 문제를 시사하는 가는 떨림을 가진 목소리가 내게는 위로가 된다. 감정을 억누르고 지내다 보면 속마음을 털어놓는 법을 잊어버린다. 너무 오래 묵혀둔 감정은 가끔 참을 수가 없어져서 내 의지와는 다르게 새어나간다. 까맣게 타버린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울 수 없어 웃게 된다. 우는 방법을 잊어버린 나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날의 주제가 될 노래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노래가 가진 힘은 신기하게도 아주 강해서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한다. 노래에 따라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진창에 처박힌 사람이 되기도 한다. 아침 출근길에 조용히 흥얼거리는 멜로디는 내 오전을 지배하고 저녁 퇴근길에 큰 소리로 내지르는 가사는 감정의 기폭제가 된다. 새롭게 알아가는 노래들은 나의 좁은 세상을 조금씩 넓혀준다. 똑같은 말이라도 한 사람의 음색과 몇 개의 음표를 만나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나는 그 사람의 음악 취향을 묻는다. 사람이 가진 취향은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심리테스트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정직하다. 잔잔한 인디밴드를 좋아하는지, 몸이 들썩이는 락을 좋아하는지는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가끔 나와 같은 음악을 듣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왠지 모를 내적 친밀감 같은 것이 피어오른다. 아무런 대화가 없이도 이해받고 있다는 기분에 마음이 들뜬다.
가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노래를 보내준다. 차마 하지 못했던 마음을 대신 전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그럼 그 사람은 노래에 대한 생각을 말해준다. 우리는 이렇게 간접적이고 직설적인 모순의 방법으로 소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