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은 꽤나 아픈 감정이다. 사람이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안 하던 생각과 새로운 감정과 낯선 행동이 생겨난다.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 적응하는 것조차 버거운 순간들의 연속이다. 나의 일상이 한 사람으로 인해 송두리 째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위험하다. 판단력이 흐려지고 이성이 마비되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살게 되기 때문이다. 타인의 걱정스러운 경고도 달팽이관까지 닿지 못하고 스러진다. 자해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스스로 몸을 내던지고 고통과 함께 수반되는 애정에 중독되는 것. 사랑 중독이 시작된 사람은 약도 없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나 다름없다.
20대 초반, 나 또한 사랑 중독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에 드는 순간까지 내 하루를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 꿈까지 따라와 나를 괴롭히던 감정에 매료된 적이 있다는 말이다. 계기는 성냥불처럼 작은 불꽃이었지만 이는 곧 산불처럼 번져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치닫았다. 그 애와 눈을 마주 보고 있을 때면 심장의 울림이 전신에서 느껴졌고 맞닿은 손은 벅찬 감정들로 떨림이 지속됐다. 어쩌다 마찰이 생길 때면 이 사랑이 끝날까 두려워 하려던 말을 저 밑으로 숨겨버렸고 그 애의 표정 하나, 묘하게 바뀌는 말투에 하루에도 몇 번이나 무너져 내렸다 다시 세워 올리는 일을 반복했다. 소모적인 일상이 이어지며 우리는 서로 지쳐갔지만 서로를 끊어낼 재간이 없어 처절하게 사랑했다. 행복과 불행이 몇 백번쯤 스쳐 지나간 후에 우리는 중독에서 벗어나 제자리로 돌아가자는 약속을 했다. 7년. 장장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중독 치료를 위한 나날을 보내고 겨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사랑에 면역이라도 생긴 것인지, 이제 나는 누군가를 만나도 중독에 빠지지 않는다. 적당한 감정교류와 적절한 거리감.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오랜 발버둥의 결과물이다. 사랑은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함부로 맛을 봤다가는 불길에 몸을 던지는 나방 꼴이 되어버린다. 가장 싱그러웠던 청춘을 사랑에게 빼앗겨본 사람 만이 뒤늦은 후회처럼 이를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사랑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이 안타깝다. 해 보고 후회하는 것과 해 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전보다 성숙한 인격체가 된다. 한 사람을 통해 그토록 많은 감정을 느껴볼 기회는 사랑 밖에 없으므로 한 번쯤은 사랑에 중독되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빠져나오는 길은 너무 험난해 많이 울고 아파하겠지만 상처에는 새 살이 돋기 마련이다. 피투성이가 된 몸과 마음이 천천히 아물어갈 때쯤이면 다음번의 사랑은 좀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아름답도록 괴로운 사랑을 추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