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곡한 그곳에는

내가 애정하는 것들은 편의점에 산다.

by gloomee

쓴 약을 먹은 후 사탕을 찾는 아이처럼 쓴 하루를 보낸 나는 담배를 찾는다. 나 같은 것도 어른이랍시고 달달한 군것질거리 대신 쓴 담배를 찾는다. 담배는 편의점의 터줏대감이다. 문 앞을 지키고 서서 사람이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끈덕지게 지켜본다. 이 세상에는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편의점은 담배를 가장 찾기 쉬운 곳에서 살게 한다. 터줏대감이 지키지 않는 편의점은 슬쩍 들렀다가도 금세 휙 나가버린다. 어른이라 힘든 거라 다독여 주는 듯한 담배가 좋아서 나는 편의점 문 앞에 사는 담배를 산다.


비슷한 부류끼리 줄 세워진 행사 맥주는 편의점의 이글루 안에서 산다. 추운 날을 좋아했던 누군가를 떠올리며 나는 가장 추워 보이는 아이를 고른다. 행사 맥주는 항상 네 개를 사야 한다. 그렇게 추운 곳에 살면서도 혼자 식어가는 게 싫어서 그런가 보다. 물끄러미 바라보다 느껴지는 동질감에 굳이 네 캔을 사 마신다. 약간 어지럽고, 약간 메스껍고, 약간 기분이 나아진다. 세 캔을 비우고 나면 남아버린 한 캔이 서러워 보여 대신 눈물을 몇 방울 흘려준다. 그냥 그렇게 끝나가는 하루를 위로받기 위해 편의점 이글루에 사는 행사 맥주를 산다.


편의점은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집이다. 밤낮 상관없이 밝은 곳에 머무는 아이들은 잠잘 틈 없이 자신을 찾아 줄 낯선 이를 기다린다. 어떤 아이들은 금세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떠나가고, 또 어떤 아이들은 하얀 눈 같은 먼지를 덮고 조용히 죽어간다. 편의점의 공기는 조용히 아이들을 짓누르고 밝은 빛에 어울리지 않는 침묵을 빚어낸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상투적인 대화만이 오가고 무작위로 선정한 노랫소리가 빈 공간을 틈틈이 채워 넣는다. 제자리에 가만히 기다리는 일 밖에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은 문이 열릴 때마다 빼꼼 내다보면서 자신의 쓸모를 기대한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필요한 것이 없어도 편의점에 들러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공허함을 공유할 무언가를 찾게 된다.


편의점에서 사는 아이들은 자신을 찾는 누군가의 편이 되어 주려 존재하나 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 중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