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들> 독서토론회를 갖고 나서
지난 11월 12일,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게도 '정치하는엄마들' 내의 독서 토론 소모임 '엄마들의 책장'에 초대받았다. 모성 및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이 모임에서 <요즘 엄마들>을 갖고 함께 이야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의미 있고 중요한 시간이었다. 기록으로 남길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었기에 짧게나마 적어둔다.
2015년, 처음 책을 구상할 때만 해도 나는 이 책에 대해 "과연 책이 될 만한 이야기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 당시만 해도 엄마들의 이야기는 그저 사적인 수다, 하소연에 지나지 않았고, 이 문제를 공적인 의제로 삼으면서 정색하고 문제 제기를 하기엔 어딘가 머쓱하던 때였다. 엄마됨의 어려움에 대해, 그리고 문제 의식에 대해 말하면 '유별난 엄마' 취급을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문체도 되도록 유머러스하게, 형식도 에세이로 가기로 출판사와 협의했었다. 핵심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두 챕터에 집중해 힘을 주기로도 했었다.
독서모임을 앞두고 초기 출판 기획안을 들춰보니 지금과는 다소 결이 다른 인식의 차이가 보였다. 엄마 노릇이 무엇인지 모르는 요즘 초보 엄마들은 자본의 구조적 압력을 받으며 아이 키우는 법을 배운다. 강박적으로 소비하는 행위를 통해서만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는 '위안'을 겨우 얻는다. <요즘 엄마들> 문제 의식의 출발은 이 지점이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나의 인식은 아이 키우는 일에 자본과 기업이 침투해 이렇게 휘젓는 동안, 국가와 정부, 정치와 제도는 대체 무얼 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었다. 책에 이 내용을 다룬 챕터도 있긴 하지만, 지금보다는 덜 다듬어져 러프한 수준이다.
2017년, 지금은 정치하는엄마들도 있고, 엄마들의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공적 의제로 많이 떠올랐다. 책을 통해 상상하며 제시한 해법이 결국 같은 입장의 더 많은 당사자들이 연대하고 행동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실제로 실현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나만의 고민일까 생각했던 것이 결국 모두가 가진 문제 의식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함께 행동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스스로 용기와 도전을 받는다. 책 쓸 때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함께다.
독서 모임 중 "<82년생 김지영>의 현실판 같은데, 김지영은 말을 잃어버렸고 이고은은 세상으로 나와 목소리를 낸다", "책 군데군데 정치하는엄마들 싹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소중하고 값진 평가다. 토론을 통해 새로운 질문과 여러 숙제들을 받아 안게 된 것도 기쁘다. 나를 초대해준 언니들이 정말 감사하다.
책을 마무리하던 2016년 시기는 퇴사를 앞두고 앞이 잘 안 보이고 막막하기만 하던 때였다. 그러나 마지막 문장을 고심하다 그래도 이렇게 썼더랬다. "인생은 지금도 계속된다." 이건 나 스스로를 독려하던 문장이기도 했다. 과거가 현재와 이어지고, 계속될 미래를 응원하는 경험. 지난 몇 년 간의 경험을 통해, 이 문장에 대한 내 안의 신뢰가 쌓여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