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전 Jun 23. 2023

증명사진

올해부터 돌아오는 생일마다 증명사진을 찍기로 했다. 사람이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언제나 부끄럽지 않은 마지막 모습을 준비해두고 싶었다. 스무 살 때 찍었던 마지막 증명사진에 비해, 얼굴의 젖살도 많이 빠지고 아직까지 다 자라지 않은 앞머리가 낯설다. 스무 살 때도 어리긴 정말 어렸구나. 내년 생일에는 마음에 드는 머리를 사진에 담을 수 있겠지.

원본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요청을 했다. 입꼬리를 내려주세요. 눈의 대칭을 맞춰주세요. 여기랑 저기 있는 점을 지워주세요. 갈라진 앞머리를 채워주세요. 삐져나온 잔머리들도 없애주세요. 그래도 “나”로 남을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예쁜 모습으로 만들어주세요. 예쁜 표정을 짓는 것도 눈을 맞추는 것도 카메라 앞에서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모쪼록 사회성 좋아 보이는 사람처럼 만들어주세요.

바라는 게 많아서 죄송합니다...

다음엔 진짜로 그런 사람이 되어서 올게요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