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돌아오는 생일마다 증명사진을 찍기로 했다. 사람이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언제나 부끄럽지 않은 마지막 모습을 준비해두고 싶었다. 스무 살 때 찍었던 마지막 증명사진에 비해, 얼굴의 젖살도 많이 빠지고 아직까지 다 자라지 않은 앞머리가 낯설다. 스무 살 때도 어리긴 정말 어렸구나. 내년 생일에는 마음에 드는 머리를 사진에 담을 수 있겠지.
원본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요청을 했다. 입꼬리를 내려주세요. 눈의 대칭을 맞춰주세요. 여기랑 저기 있는 점을 지워주세요. 갈라진 앞머리를 채워주세요. 삐져나온 잔머리들도 없애주세요. 그래도 “나”로 남을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예쁜 모습으로 만들어주세요. 예쁜 표정을 짓는 것도 눈을 맞추는 것도 카메라 앞에서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모쪼록 사회성 좋아 보이는 사람처럼 만들어주세요.
바라는 게 많아서 죄송합니다...
다음엔 진짜로 그런 사람이 되어서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