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단편소설

by 이겸

비아그라





나는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그녀와의 이별도 그렇다고 믿었다.

그녀의 친구가 들어온 볼링 동호회.

회식에서 뒷담화를 듣기 전까지는,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날 3차였다. 뼈 해장국을 시켜 놓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모두의 시야가 흐려졌다.

"야. 너 그 얘기 들었냐?" 카운터 옆 자리에 앉은 동호회 회장이 말했다. 나는 카운터에서 비틀거리며, 싸구려 박하사탕을 입에 넣었다.

"뭔데?!" 볼링 좀 친다는 회원, 일명 볼링킹이 맞장구를 쳤다.

"야, 걔가 핀을 잘 못 세운단다. 핀을. 하하." 회장은 소주 안주처럼 말하고 한 잔 털어 넣었다.

"아- 화장실 간 걔? 대충 들었어. 그 탈퇴한 여자애 친구가 회원이라며?" 눈은 반쯤 풀린 볼링킹이 고개를 끄덕이며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녹지 않은 박하사탕을 씹었다.

"어- 새로 온 여자 신입, 가르마 특이하게 타고 있는 애" 회장의 목소리는 식당을 울렸다. 내 해장국은 돼지뼈가 튀어나온 채, 연기가 사라지며 말라비틀어지고 있었다. 술은 깨지도, 취하지도 않았다.

밖에 나가 담배를 태웠다. 손에 든 담뱃갑에 보인 광고. 태워진 담배가 팬티 위로 튀어나와, 곡선으로 휘어져 있었다. 빌어먹을-이라는 말과 함께 던졌다. 택시를 불러 집으로 갔다. 동아리 블로그와 연락처, 메신저를 모두 삭제했다.


시작은, 빌어먹을 볼링 동호회였다.

10핀의 꼿꼿한 녀석들을 아름다운 공의 곡선으로 처리하는 스포츠. 그뿐인데. 개자식들은 자기들의 현란한 스핀 테크닉을 이용해서 이성을 쓰러뜨렸다. 목표 지향점인 스트라이크를, 다른 한 방을 위해 사용했다는 소리다.

"와! 오빠 멋있다." 볼링킹의 스트라이크를 보면, 열 명중 열 명의 눈에는 X자가 그어졌다. 물론, 남자는 제외하고 말이다.

"자세 좀 알려줄까?" 능글맞은 자식, 항상 스킨십을 볼링공 다루듯 오일리하게 했다. 내 사랑. 아니,이었던 그녀도 그들의 눈에는 스네이크아이쯤이었을까. 나는 운이 좋게, 그 어렵다는 두 개 핀의 뱀을 쓰러뜨렸다. 그날 이후, 나는 회원들 사이에서 6파운드 공 정도로 여겨졌다. 그녀를 내가 어떻게 만났냐면, 순전히 뽀록샷이 몇 번 나올 때였다. 터키였다. 스트라이크를 연속 세 번한 날. 평범한 나에게는,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공이 핀을 쓰러뜨린 날. 황홀한 체험을 선사했다. 우리 볼링 회원 중 가장 퀸카인 그녀가, 나와 모텔에 들어가는 모습. 녀석들은 분명, 가비지히트, 뽀록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난 취해서 아랑곳하지 않았다. 두 번째 터키를 성공하고, 아침에 눈을 떴다. 나는 이불을 들고 스트라이크?라고 속삭였다.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1번 핀을 세웠다. 그녀는 유려한 곡선으로 섀도 볼링을 했다. 취기에 미끄러지는 손들을 붙들며, 남은 핀의 스페어를 함께 처리했다.

"오빠 어제 볼링칠 때, 참 멋있었어" 그녀는 내 얼굴을 잡은 채,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어? 고, 고마워" 미녀를 만나 본 적 없던 나는, 이게 꿈이면 차라리 더 즐겨야지 하면서 대답했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서 일상으로 미끄러졌다. 그날에 사로 잡혀있었다. 스프링처럼 붕 하고 떠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1번과 2번 핀 사이, 공을 굴려 넣는 상상이 반복되었다. 핀은 넘기기 쉬웠다. 그녀와의 대화창, 숫자 1이 사라지는 건 어려웠다. 눈알을 굴렸다. 쓰러뜨리려 했다. 진동이 울릴 때마다, 쓰러지는 나를 부여잡고 액정을 바라봤다. 머리만 긁어댔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나 혼자 이 게임에 빠진 것 같았다. 우리는 분명 함께 했는데, 볼링화 대여도 두 켤레였다. 할 수 있다면, 레인 위에 달린 카메라를 뜯고 싶었다. 차라리 미친 영화의 주인공이기를 바라며.


그녀에게 다시 연락이 온 건, 주말 새벽 1시 정도였다. 맑게 개인날의 벨소리가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렸다. 내 귀는 그녀의 목소리에 깔때기를 꽂은 것 같았다. 동호회 사람들은, 그녀가 떠난 게 내 탓이라고 비아냥 거렸다. 짜릿한 역전 스트라이크 한 방의 기회가 온 것 같았다.

준비를 후다닥 끝내고서 압구정의 락 볼링클럽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가는 부촌. 명품 티를 입고 비싼 향수도 뿌렸다. 돌아온 기회에 잘 보이고 싶었다. 택시 안, 손님 몰래 핀 아저씨의 담배가 차 안을 감쌌다. 라디오에서는 김연우의 이별택시가 흘러나왔다. 손가락을 까닥였다. 몇 년 만에 도착한 압구정, 밤에도 노란 슈퍼카들이 붕붕거리며 날아다녔다. 여왕벌들을 위해서 꿀을 퍼다 나르듯이. 볼링 클럽의 외관은 화려했다.


"신분증 검사 할게요" 내 얼굴을 빤히 보며 가드가 막아섰다.

"네? 저 어려 보이나요? 여기요." 난 입술을 씰룩거렸다. 택시비를 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입구에서부터 클럽 EDM이 나왔다. 가슴뼈를 둥둥거리며 울렸다. 심호흡을 수 차례 해도 가라앉지 않았다.

"후- 촌티 내지 말자. 촌티." 그녀에게 카톡을 했다. 돌아온 답장, 1번 레인. 가장 공략하기 까다로운 지점. 손가락을 쥐었다가 폈다. 몸풀기를 시작했다. 손이 귀까지 올라갔다.

"어- 오빠다! 보고 싶었어-" 초점이 나가버린 눈과 혀로 그녀가 소리쳤다. 내 팔을 끌어안고, 킁킁거리기까지 했다.

"어, 어- 나도. 요새 바빴나 보네, 카톡 확인해 봤는데, 답이 안 왔더라고. 나도 바빠서 이제 알았다야." 나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도 또박또박 말했다. 백 가지 중 모범 답안이었다. 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리곤 옆에 있는 친구들 2명을 소개해줬다. 모두 여자분들이었다. 손톱을 물어뜯었다. 두 분 중 한 분은, 널 부러진 술병들처럼 뻗어있었다. 술을 마시면서 볼링을 어떻게 친다는 건지. 생경한 동네, 생경한 시스템. 볼링을 치려고 풀었던 지퍼를 다시 올렸다. 어울리지 않는 비트에 고개만 끊었다.

"오빠~ 안녕하세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 볼링을 잘 치신다고." 그녀의 친구가 말을 걸었다. 지그재그로 가르마를 탔다. 셋 중 제일 똘망한 눈, 말하는 발음도 제법 정확했다.

"아닙니다, 잘 못 쳐요. 반갑습니다. 예쁜 분들은 역시, 예쁜 분들끼리만 노나 봐요. 하하-"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나를 부른 그녀는, 친구들을 두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잠시 후, 나는 또 한 번의 생경스러움을 봤다. 직원이 커다란 은빛 바케스에 술을 한 병 담아서 가져왔다. 잡지에서만 봤던, 파리뇽 샴페인이 꽂혀있었다. 참아왔던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녀는 돌아왔다. 볼링화를 신고, 미끄러지듯 나에게 들어왔다. 볼링핀처럼 꼿꼿하게 서있었다. 가만히 그녀의 어깨를 쳐다봤다.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고 싶었다. 왜 남자는 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가. 여자들이 던진 공에 선택을 받아야 할까. 때때로 잘 못 던지는 공은 거터로 빠진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자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핀은 그 자리를 맴돈다.

"오빠ㅡ 잘 마실게. 고마워 와 줘서" 그녀는 까치발을 들었다. 플럼핑한 입술로 내 볼에 찌릿한 자국을 남겼다. 귀가 멍해졌다. 까짓것, 술이 비싸봐야 얼마나 하겠냐. 그녀의 친구들 앞에서 가오 한 번 살려주자. 그렇게 생각했다. 지갑보다는 마음이 가벼워지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인생의 법칙이 있다. 친구 놈들이랑 소주 몇 번 안 먹으면 그만이겠지.

"그래. 오늘 안 그래도 내가 사려고 했어. 편하게 마음껏 마셔." 갸츠비 마냥 손을 들어 올렸다. 이럴 거면 그냥 조용한 술집을 가지. 왜 볼링장에 왔을까. 눈이 잠시 찡그려졌다. 처음 마셔본 술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뭔가, 그럴싸해 보였었다. 상상한 맛의 십 분의 일 정도였다. 내려놓은 잔의 기포를 바라보았다. 한 동안은 아무 말도 오고 가지 않았다. 그러다 누워있던 그녀의 친구가 일어났다.

"어! 파리뇽! 왜 안 깨웠냐, 치사한 것들~" 굵은 웨이브의 머리를 한 그녀의 친구가 일어났다. 머리 한쪽 볼륨이 눌려서 비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내려 인사했다. 그녀는 웨이브 머리를 한 친구에게 귓속말을 했다. 나에게 손바닥을 흔들었다. 잔을 들어 부딪혔다. 4개의 크리스털이 흔들렸다. 샴페인의 주둥이가 뚝뚝 초록 거품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 나가서 포차 갈까? 기분이다. 백합탕에 사케 어때? 내가 오늘 풀 코스로 쏜다. 친구들 택시비까지"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 오빠. 친구들 처음 보는데. 친해지기 전에 밝은 데는 좀 아닌 것 같아." 그녀는 올려져 있던 내 팔을 쓱 뺐다.

"그래, 그래. 쏘리. 여기가 좀 시끄러워서, 나가서 얘기하려 했어" 입모양을 끌어올리고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친구들과 화장실에 갔다. 돌아온 그녀들의 뒤, 금색 바케스와 두 개의 스파클러가 불탔다.

"개 망했다"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향했다. 그게 나일까. 아니면, 세 개의 볼링핀처럼 꼿꼿한 병들일까. 트랜스 음악이 나오자, 그녀들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는 다 타오른, 검정 스파클러를 바라봤다.

손으로 화장실 유도등을 가리키며 일어섰다. 소변 줄기가 시원하지 않았다. 거울 뒤, 낯익은 스티커가 보였다. '비아그라 1통에 40만 원, 정품만 취급합니다.' 그 문구를 보며, 나는 아직 유약하지 않아. 그러니, 돈을 번 거야. 나는 자리로 돌아갔다.

"오빠. 이거 내가 살 거야. 신경 쓰지 마." 아까보단

떨어져 앉아있었다.

"아니야, 우리가 뭐 남도 아니고. 마셔마셔" 나는 그녀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누가 먼저 사귀자고 말만 안 했을 뿐, 우리는 가까웠다. 나에게 춤을 권유했다, 사실 나는 몸치였다. 구기 스포츠도 정적인 종목을 좋아했다. 볼링, 당구.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서 몸을 쓰는 일. 그래서 그런가, 한 구역 안에서 몸을 쓰는 일은 자신 있었다. 오늘도 그녀에게 짜릿한 터키를 선사해 줘야지. 볼링장에서는 잘 못 하는 스트라이크를.

시간은 새벽 4시를 넘기고 있었다.

"오빠 혼자 살아?" 둘 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대화는 곧 끊겼다.

"오빠, 그럼 근처 호텔 예약 해줄래? 저번에 그런데 말고, 거긴 너무 더러웠어. 취해서 간 거지." 볼링 치러 왔는데, 볼링은 치고 가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화장실로 향했다. 비아그라 스티커를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호텔을 검색했다. 1박에 평균 50만 원. 방들의 사진은 비싼 모텔 같았다. 이러기는 싫었지만, 계산을 하게 되었다. 술 3병, 택시비, 호텔비. 총 200만 원. 월급의 절반가량. 매 순간이 스네이크아이처럼 나를 유혹했다. 성공한다면, 최고의 순간과 짜릿함. 실패한다면, 쓰러뜨리지 못하는 게 당연하겠지.

"그래! 못 버는 것도 아니고. 홍콩여행 한 번 갔다 왔다 치자." 5성급 호텔을 예약했다. 그 순간 갑자기 매장의 노래가 끊겼다. 시간을 보니 5시였다. 그녀의 친구들과 반갑지 않은 안녕을 서로 건넸다. 그녀와 택시에 올랐다. 압구정의 새벽은 여전히 빛났다. 아침이 오기 전, 간판은 먼저 켜져 있었다. 이름 모를 술병은 쌓여갔다.


"어서 오세요. 예약하신 분 성함이요." 리셉션 직원이 인사했다. 대리석이 하얗게 반짝였다.

체크인을 한 후 엘리베이터를 따라 걸었다. 내 팔에는 그녀가 붙어있었다. 3층 복도를 따라 걸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녀는 깔끔하다. 나쁘지 않다를 연신 뱉었다. 가방을 내리고 옷을 벗었다.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나는 창에 다가가 섰다. 커튼 밖으로 해가 떠올랐다. 그 아래 깔린 어두운 도심을 바라봤다. 손목의 맥박을 쟀다. 소나기가 창을 두드리듯 뛰었다. 창 속에 젖은 나의 모습이 보였다. 커튼을 닫았다. 그대로 의자에 앉았다. 눈을 감고, 입을 꾹 닫고, 코로 긴 숨을 쉬었다.

"오빠- 안 씻어?" 샤워가운과 수건을 머리에 두른 채 나왔다. 열린 문 위로, 수증기는 편한 듯 자유로워 보였다.

"어?, 씻어야지" 돌아서서 옷을 벗어 두고, 샤워부스로 들어갔다. 빛바랜 금색 샤워기가 있었다. 머리부터 발이 씻겨나갔다. 이를 닦으며 하루를 떠올렸다. 따뜻한 샤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리를 털어 말렸다. 가운을 입었다. 문을 열었다. 두 번째 만남, 수증기보다 가벼운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늘 나는 1번 핀이 아니라 5번 핀이 되고 싶었다. 숨는 것도 아니고, 나서는 것도 아닌.

"오빠, 왜 이렇게 늦어, 기다렸잖아."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대어 앉아있었다. 옷들이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내 옷들을 만지며 말없이 쳐다봤다.

"오빠 명품 마니아야? 옷이 명품이네 귀엽다." 그녀는 여전히 발음이 엇갈리는 목소리였다. 나는 들리지 않는 한숨을 작게 내뱉었다.

"불 끌게" 전등 스위치를 찾아 더듬거렸다.

그녀가 다시 열어둔 커튼, 창밖에는 택시들이 이동했다. 커튼을 닫았다. 이불은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났다. 머리가 하나로 포개어졌다. 그런데 핀이 세워지지 않았다. 공은 거터로 빠지고 있었다. 게임은 잘 풀리지 않았다. 핀도, 볼도 맞지 않는 경기였다.

"미안해. 나 가볼게. 잘 지내." 침대에서 내려왔다. 셔츠를 넣지도 않고 바지를 구겨 입었다. 그리곤 5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그녀의 기이한 한숨 소리가 들렸다. 테이블에 몰래 두었다. 침대를 쳐다보지 않고 나갔다. 택시를 불러, 호텔 입구에서 탔다. 직원분이 뒷 문을 열어주셨다. 200만 원짜리 대접을 받았다. 나는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했다. 택시는 말없이 달렸다. 이 것도 이별이라면, 참 점잖은 이별이었다.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나는 돌아가는 핸들을 봤다. 담담하게, 가사 같은 말을 곱씹었다.

"네? 손님 뭐라고요?" 아저씨가 답했다.

"죄송합니다. 제 폰으로 노래 한 곡 들어도 될까요? 방금 이별해서요"

"아이고, 네. 하세요." 블루투스를 연결했다. 김연우의 이별 택시를 틀었다. 다리 사이에 두 손을 넣고 창에 머리를 기댔다. 기사님의 팔이 움직였다. 볼륨이 커졌다.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달리면 어디가 나오죠 빚 속을' 택시 속 이별 택시는 흐르며 지나갔다. 그녀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강건하게 남겼다.

'짧지만 고마웠어. 그리고 택시비 두고 왔어. 못 데려다줘서 미안. 잘 살아.' 그리곤 대화방을 삭제했다. 카드사 어플을 켰다.


며칠 뒤, 볼링핀이 쓰러지는 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회원들 모임에 참여했다. 회장에게 물었다. 그녀는 오지 않는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시원하게 못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냈다. 터키가 나오지는 않았다. 이상하게 공을 굴려도 묵직하게 나가지 않았다. 마치 6파운드 공처럼 흐느적거렸다. 레인 위로 공을 던지고 싶었다. 볼링도. 연애도. 서로의 자리에서, 꼿꼿하게 서서 묵직하게 치는 것. 사랑과 에너지를 나누는 것, 이렇게 어려운 건가. 나는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