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서운 시장의 아침은,
인내로 휘어진 허리가 이삭을 줍는 일로 시작된다.
시래기를 검정 봉지에 담아,
도로변 꼿꼿한 행인들의 마음을 구부러뜨린다.
"할머니, 한 봉지에 얼마예요?"
무릎에 손을 얹어, 적선이 아닌 대가를 사려 한다.
부지런한 시래기가 된장국이 되어,
가족의 속을 달래주고, 노인의 손을 달래준다.
"삼천 원만 줘." 할머니는 아래를 보며 말씀하신다.
지갑 속 잔돈이 없었다.
오천 원을 드리고는, “어머. 내 정신 좀 봐."
가스불을 안 끄고 나왔다며 돌아선다.
그러고는 지갑을 본다.
속이 찬 배춧잎이 부끄러워, 만지기 꺼려졌다.
장은 다음에 봐야지.
요새 전봇대마다 걸린 현수막은 잔치다.
'경축, 서운 재개발 구역 지정'
잔치는 동네 경사를 위해 있던 수단인데,
요새는 무엇이 걸려도 손뼉 치는 분위기다.
만 원짜리 배추는 푹 담가져,
오만 원짜리 묵은지가 되겠지.
할머니는 오천 원짜리 삭은 김치를 드시며,
천 원짜리 색 바랜 시래기를 주워야 하겠지.
언덕 위,
70년식 단칸방에 묻어둔 김장독을 털어도,
불도저와 포크레인을 살 수 없겠지.
그들의 마음은 살 수 있을까.
흰쌀밥 위에, 쭉 찢은 김치를 얹어,
손주 놈 입에 넣어주듯.
아ㅡ 하고 넣어주면 같이 살 수 있나.
"내가 시래기 된장국은 잘 끓여."
할머니는, 찾아오지 않았던 손주 놈 대신,
정장을 입고 온 사람들이 반가운 모양이다.
"밥은 먹고 가."
손님을 빈손으로 보내기 싫었던 할머니는,
흰쌀밥에 김 한 장 얹어 입에 넣어주었다.
정장을 입고 온 놈들은,
입에도, 손에도, 김이 묻어 있었다.
오늘 수십 끼를 얻어먹고 다녔나 보다.
할머니는 손을 잡았다.
눈을 보며 말했다.
아침에 시래기를 주우며 사는 게, 낙이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