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박스

단편소설

by 이겸

라면박스





농부가 밀을 재배했다.

수확하여 면을 만든다.

새참은 라면으로 했다.


밀은 90% 수입산.

우리 것도 섞어 쓰자.

농민들의 항의를 넣었던 날.

김 서린 라면 한 젓가락이 속을 달랬다.


정들었던 녀석들,

농심을 담아서 트럭에 보냈다.

한쪽 마음이 뿌리까지 쓸린 듯하다.

해가지는 산 너머를 바라봤다. 


또 몇 달을 기다려야 하지ㅡ


마음을 달래고자 오일장에 나갔다.

시장 구석, 라면박스에 꼬물거리는

똥강아지 한 마리를 만 원 주고 데려왔다.

목덜미를 잡았다.

귤보다 작은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의 몸, 꼬수움이 진동했다.


보통은 이름을 색으로 지었다.

누렁이, 흰둥이, 초코.

아까 본 진라면 박스가 아른 거렸다.


“와따, 좋다잉! 네 이름은 앞으로 진이여. 진아~”


임시 거처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동네를 돌며 박스를 모았다.

신라면, 열라면, 삼양라면.

모두 똥강아지들의 이름 같았다.


내가 먹여 키운 라면회사 박스를,

다시 아가들한테 돌려주는 삶.

함께 겨울을 나는 의미가 되겠지.


(쓱싹-)

“우리 진이, 쬐깐아, 잠시만 기다려라잉 금방 만등께-”


새끼손톱보다 작은 검정 코.

흘린 코를 닦아 주었다.

밤새 벌벌 떨까,

박스를 겹치고 담요를 넣었다.

진이의 첫 집을 만들어 주었다.


눅눅하게 찌린 종이내가 풍겼지만,

진이가 저리도 폴짝 뛰니까 되었다.


내년에도 밀은 풍년 일 것 같다.


진이를 위해서.

박스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