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영화를 보면
모든 게 이상한데
이상한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지 못하면
거꾸로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곳
그곳은 이상한 나라이기 때문이고
이상하다는 기준은
바로
나를 관점으로 해서 바라보았을 때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님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나와 살고 있지만
분망히 이상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아무것도 이해가 안 된다.
단지 보이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지금 시간이 몇 시고?" 하고 물어보면
시간을 알려드린다.
그리고 잠시 후
"지금 시간이 몇 시고?" 하고 또 물어보면
다시 시간을 알려 드린다.
답변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을 때까지이다.
가족들 밥을 해야 하는데 하면서 걱정을 하면
밥을 다 해놨습니다 하고 답을 한다..
그러면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신다.
잠시 후 다시 돌아서서 "밥을 해야 하는데" 하며 걱정을 하시면
"밥을 다 해놨습니다" 하고 답을 또 해 드린다.
"아까 말했잖아요 몇 번을 물어보시는 거예요??라는 말은
틀린 답이다.
장모님은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와 살고 있기 때문이다.
10번을 같은 질문을 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단지
내가 사는 세상의 기준이다.
매번 장모님은
처음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이상한 나라에 적응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저녁을 아침이라고 할지라도
아무도 없는 공간에
누군가 있었는데 어디 갔냐고 물을지라도
또
집을 가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 할지라도
지금은 아침인 것이며
지금은 조금 전까지 누군가 있었던 것이며
지금은...
집에 가기 위해 현관문을 열어야 하는 때인 것이다.
그것은 나의 세계가 아니다.
이상한 나라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장모님은 잠시 이상한 나라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 시기가 길어진다 할지라도
그 세계는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한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을
치매환자와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은 느끼고 공감해야 하는 사실이다.
나는 오늘도 수시로 이상한 나라를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그곳에 장모님이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