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의 특성은
철 모르는 어린아이와 함께 사는 것과 같다.
타협이 안된다.
고집을 부린다.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물론 여기에는 배설 욕구도 그러하다.
시간이 갈수록
치매가 심할수록
더욱더 철부지 어린아이의 시절로 되돌아간다.
돌이킬 수는 없다.
한탄할 수도 없다.
그냥 내 눈앞에 벌어지는 사실이다.
그러니...
함께 사시는 동안에는
아직 가족으로서 바라보는 눈길이 필요하다.
단지 내 눈앞에는
80대 중반을 넘긴
인생의 산전수전을 다 겪으신 어르신이 서 있는 게 아니다.
이제 갓 3살에서 4살을 넘긴
철부지 어린아이가 서 있을 뿐이다.
그 아이에겐
모든 것이 아직
자리 잡지 않은 익숙지 않은 습관
서투른 행동들이 있다.
옷을 입는 것
옷을 갈아입는 것
소변을 보는 것
밥을 먹는 것
이러한 행위를 함에 있어
조절이 되지 않고
감정이 생기는 대로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니
함께 사는 요령은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동거할 수 있는 이유는
단지...
한 발짝만 앞서 예측하고 행하는 것이다.
배가 고픈 것 같으면
식사를 드리고
화장실을 가실 것 같으면
화장실을 가시도록 해 드리고
춥거나 더운 거 같으면
굳이 기다릴 필요 없이
미리 옷을 입히거나 벗겨드리는 일이다.
실수를 한 뒤
왜 그랬냐고
왜 이러냐고
꾸짖으며 화를 낼 일은 아닌 것이다.
단지
한 발짝만 앞서 나가면 된다.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노력
그것이
치매 환자와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일이라 생각을 한다.
조금은 힘들고
조금은 번거롭고 짜증이 나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삶을 사는 행복한 지혜로 연결이 될 것이다.
오늘 새벽에도
일부러 깨워드려 화장실을 가시도록 하였다.
용변을 본 후
아무 일 없이 새근새근 자는 모습은
영락없는 철부지 아이의 모습이다
실수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실수를 예상하고 방지하는 노력은
치매환자와 함께 살면서 필요한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