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결혼을 하고
같은 방을 쓴 지도 28년이나 되었다.
아내하고 제대로 된 스킨십을 해 본 지도 가물가물한 내가
장모님을 하루에 한 번씩 껴안는다.
부담스럽고 어색할 수밖에 없는
아주 불편한 상황
하지만
매일 해야 한다.
그것도
바짝 밀착하여 백허그로 껴안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허리가 아프다.
가족 중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5시 30분
일어나 화장실을 가면서 장모님 방을 들른다.
코를 골면서 새근새근 자는 모습은
영락없는 이제 여섯 살 정도 된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이다.
기저귀를 한번 만져본다.
보통은 실수를 하지 않지만
오늘은 축축함이 느껴진다.
"자! 잠깐 일어납시다"
"쉬이! 해야지?"라고 말을 건네면
수긍하고 눈을 뜨신다.
몸이 천근만근
왜 이때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냥 일으켜드리기에는 매우 버겁다.
뒤에서 양쪽허리 사이에 손을 집어 넣는다.
그리고
바짝 밀착하여 일으켜 세운다.
그래야 내가 편하고
장모님도 어깨나 팔을 다치질 않는다.
쏴아아!~ 하는 소리에 쾌감과 함께 안도감을 느낀다면
나는 변태일까? ㅎㅎ
참으로 어색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저 나는
86살 되는 장모님이 아니라
6살 배기 어린 자식의
배변을 돕는 것일 뿐이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임한다.
이동식 변기에 앉혀 드리고
먼저 기저귀를 새것으로 갈아드린다.
그동안에 정모님은 볼일을 보신다.
곤히 자는 잠을 왜 깨우냐고 묻는다면
우리 자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알 것이다.
그렇게 볼일을 보게 만들어 드리면
두 번 실수할 것을 한 번으로 그치게 된다.
또 축축한 기저귀를 깔고
불편한 잠을 주무시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살이 짓무르지 않게 되니
당연 욕창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의 곁을 떠나시게 되는 그날이
아픈 몸으로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강한 몸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하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는 날마다 기도를 한다.
그렇게
오늘 아침도 날이 밝아온다.
겨울의 깊숙한 곳으로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눈은 왜 이리도 많이 온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