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와 함께 생활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쓰이고 공감하는 단어가 바로
동거(同居)
라는 것이다.
한 집이나 한 방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뜻의 이 단어는
소극적인 의미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은 부부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는
각각이
어떠한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살아왔든지 간에
같은 공간을 사용하며
함께 생활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치매를 앓고 계신 장모님과
멀쩡한 삶을 살고 있는 사위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을 하고 있으니 동거가 틀림이 없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있으니
동거는 마음이 맞고
뜻이 맞아야 한다.
그래야
다툼이 없고 서로를 이해할 수가 있고
함께 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
그런데...
과연 치매 환자랑 다툼을 하지 않고
이해를 하며 살 수가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예스! "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가 않을 것이다.
내가 지금 바라보며 살아가는 세상과
치매 환자가 느끼며 살아가는 세상
이 두 가지 세상이 한 공간에 뒤엉켜 있다.
두 공간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함께 살고 있다면
그것은 동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두 세상이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
적어도 치매환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여야 한다.
치매환자에게 자꾸만 현실 세계를
끊임없이 강요하며
문제점을 제기하고
불평을 하게 된다면
이것은
동거가 아닌 것이다.
방법은
치매환자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들처럼 생각을 하고
그들처럼 고민을 하면서
그들의 생각에 공감을 하여야 한다.
만약 이것을 할 자신이 없다면
이 동거는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치매 환자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것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사는 이들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본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두 세상을 감당할 수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나을는지도 모른다.
치매환자와의 동거는
그들의 세상을 이해하고
기꺼이
그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을 때 가능한 일이 되는 것이다.
부부 관계를 비롯
다른 관계들도
결국 비슷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