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순일 Nov 09. 2024

기억하는 것과 기억하지 못하는 것

치매환자에게 과거와 미래는 없다 오직 현재만 있을 뿐이다


치매환자에게 하루는 날마다 새롭다.

어제도 없으며 

내일도 없다.

언뜻 들으면 

이처럼 불행한 삶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말하면 

약속이란 개념이 없어진다는 것

저하고 약속해요 알았죠? 하고 다짐을 받아도

금세 잊어버리신다.


오직 현재만 존재를 한다


"좀 전에 있던 할매(엄마) 어디 갔노?"라고 물어보신다.

이럴 땐 가장 수긍하기 쉬운 답변을 드려야 한다.

아! 할매는 잠깐 시장에 갔다 온답니다라고 얘기를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같이 가지 혼자 갔나?라며 아쉬워하기도 하신다.

하지만 궁금증은 해소가 되는데...

10여 분 정도가 지나면

"할매 어디 갔노?"라며 똑같은 질문을 다시 하신다.

잊어버리신 것이다.

그러면 나도 

역시 똑같은 대답을 해드린다.

아니! 할매가 어디 있다고 또 헛소리를 합니까!라고 말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모든 질문에 부정을 하면 안 된다.

부정은 사태를 키우기만 한다.

할매의 존재는 안 잊어버린다.

하지만 

할매가 어디 갔는지는 가르쳐 드려도 바로 잊어버린다.

식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안 잊어버린다.

하지만 

식사를 좀 전에 하신 것은 잊어버린다.

텅 빈 방을 보며

아이들은 어디 갔는지를 물어본다.

아이들의 존재는 잊어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빈방을 보며 아이가 어디 갔는지는 바로 잊어버린다.

학습이 전혀 안 되는 것이다.

이걸 이해해야 치매환자랑 같이 살 수가 있다.

10번 물어봐도 10번 가르쳐 드려야 한다.

10번 잊어버려도 처음 물어본 것처럼 가르쳐 드려야 한다.

언제까지?

고만 물어보실 때까지

이게 되기 때문에 

사위와 치매 걸린 장모의 동거가 가능하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는 방식이 틀릴 뿐이다.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치매환자에게 

왜 그러느냐고 따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들 또한 우리를 보고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웬 헛소리를 하지?라고 말이다.

이전 17화 매일 반복되는 장모님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