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분노 똑같은 좌절 그러나 이것도 인생이다
영화 소스코드와 엣지오브 투모로우 라는 영화가 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하루가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설정을
사용해 만들어 낸 영화라는 것이다.
치매가 걸린 장모님의 일상도 그러하다
오늘은 뭔가 다른 날이겠지? 하는
희망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지만
똑같은 루틴
똑같은 패턴
그리고
똑같은 분노
똑같은 좌절....
그렇게
어제와는 다를 것 같은 오늘을 기대하지만
결국
오늘은 또 다른 어제라는
반복된 패턴이 되풀이될 뿐이다.
속옷에 실수를 하시고
욕실에서 목욕을 하시면서
한다 안 한다 한바탕 난리를 치시고
나오셔서 음식을 차려 드리면
맛있게 있는 양껏 드신다.
반려견과 나눠 먹는 것까지도 잊지 않으신다.
하지 말란 것도
다 잊어버리고
하란 것도 당연히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곤
변기가 막힐 정도로 용변을 보시고
집에 가신다고 짐을 싸시면서
보이는 대로 옷을 입으신다.
나름 보람찬 하루를 시작했다고
얼굴엔 비장함이 감돌지만
결국 우리에겐
또 다른 어제가 반복이 될 뿐이다.
뭐 우리의 삶도 별반 다를 것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 또한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다가오는
불과 하루 뒤의 미래는
지금 과거에 갇혀 미래를 일궈 나가시는
장모님의 모습과도 유사할 수도 있기에
우리의 눈에 바라보이는
장모님의 모습은 결국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이 난리 저 난리를 치르시고 나면
어린아이처럼 새근새근
어떨 때는 코도 고시면서 단잠을 청하신다.
가장 평안하고 가장 행복하신 모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면의 시간이다.
용변처리에서 시작한 하루가
잠을 재워드리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마감한다.
꿈에서는
또 다른 멋진 삶이 이어지고 계실까?
어느 날 문득 잠에서 깨어나
현실을 인식할리는 없겠지만
지금 겪어 나가시는 삶 또한
한 인간의 인생 여정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항상 건강하게 살다가
예상치도 못한 지독한 감기가 걸려 고생하는 시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 않을까?
치매는 그렇게 바라보고
함께 공유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