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사업을 시작했다. 친구는 카페 사장님이 되었다.
나는 그녀의 글들을 읽으며 카페 사장님의 마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새롭게 알게된 사실 중 하나는...
카페사장님들은 손님이 들이대면 좋아한다는 것이다.
오.
나는 꽤 솔직한 사람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내 모습을 그냥 다 드러내는 사람이다.
낯을 가리는건 뭔지 잘 모르고 굉장히 사교적이다.
누가 나에게 말을 걸면...
나는 말을 더 많이 한다.
난 원래 그런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나의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엘레베이터에서 그냥 말을 건다던지
자기 아기에게 말을 건다던지 하는 것들을 굉장히 불쾌하게 여기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타인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뭔가를 침범하는 것이라는 무언의 인상이 친구들로 인해 심어졌기때문에
특별히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카페사장님인 친구의 글을 읽으면서
동네 가게에 들어갈 때 마다 그냥 한번 말을 걸어보게 되었다.
(사실 이게 내 성격에 더 맞기도 하다.)
꽃집에 분갈이를 하러 갔는데 꽃집 아가씨가 내가 아기를 데리고 있어서
우리 집까지 화분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그게 너무 고마웠다.
그런데 그렇게 가져다 준 꽃나무 화분이 끛봉오리 째 싹 말라버렸다.
그래서 지나가다가 아가씨에게 그날 그 상태 그대로 말라버렸다고 말했다.
아가씨는 매우 안타까워 하며 가지고 오면 다른 풀로 바꿔주신다고 했다.
테이블 야자로 대체되었고 얼마냐고 물어보자 그냥 미안해서 바꿔주신 거라고 했다.
미안해서라니.
사실 돈을 안 받을 줄 알았어서 요새 새로 뚫은 고로케집이 있는데 갓 튀겨서 주는 곳이라 맛있다. 그곳에서
감자고로케와 게살고로케를 꽃집 언니(동생일 수도 있다) 것까지 사가서 그걸 주었다.
되게 좋아하셨다.
아기 하원 시키고 유모차 끌고 지나가다 꽃집언니가 나와서
고로게가 너무 맛있었다고 했다.
어떤 고로게가 더 맛있었냐고 하니 진지한 얼굴로 감자가 더 맛있었다고 했다.
이런식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말을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옆에는 슈퍼가 있는데 요새 내가 당근스프를 비롯한 여러가지 야채 스프에 꽂혀서
한 삼일 연속 당근을 엄청 사재꼈더니 오늘은 아저씨가 왜 당근을 사냐고 물었다.
나는 스프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아저씨는 놀라워했다.
아기도 줄 거라고 하니 엄마가 맛있는걸 많이 만들어줘서 좋겠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내가 고기를 별로 안좋아하고 고기 손질하는건 더 싫어해서 고기는 다 사먹인다는 이야기로 갔다가
다시 아저씨가 어린이집은 국공립인지 사립인지 얼마나 대기했는지 뭐 그런 정보들을 나누면서 서 있으면 다른 슈퍼 직원들이 정리를 하면서 우리 이야기를 듣고 추임새를 넣는 등의 모습이 연출되었다.
모든 직원이 나를 알고 나도 나의 일상들을 잠깐이나마 말을 하며 집에 간다.
서로 기분이 좋다.
또 그 옆에는 고로케 가게가 있는데 (아까 말한)
시크한 아저씨(청년일 수도 있다)가 고로케를 갓 튀겨서 건내 준다.
우리는 며칠간 필요한 말만을 하고 말을 하지 않는 날들을 보내다가
문득 이 아저씨(청년인 것 같다)에게도 말을 걸어보자고 다짐했다.
급 카페사장님인 친구가 생각(그 말은 사장님에게 말을 걸어도 사장님이 나를 경계해며 개정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말 거는것을 좋아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에이 났기 때문이다.
고로케는 갓 튀겨서 주는데다가 감자도 단호박도 게살도 넉넉히 들어가는데 단 돈 천원이다.
너무 천원이라 한개만 사고싶은데 (두 개 먹으면 살찌니까) 도저히 하나만 사서 나올 수 없는 구조다.
그것이 의아하던 차 생각만 하던 것을 말로 내뱉었다.
고로케가 너무 싸다고 말했다.
고로게가 조금 더 비싸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원래 더 비쌌는데 (500원 더)
그랬더니 사람들이 안사먹는다고 말했다. (이 말을 할때 귀엽게 인상을 쓰셨다)
가격을 내리니까 다시 사먹는다고 말하셨다. (이 말을 할때는 미소지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로 사장님은 가게의 여러 현황들을 알려주시면서 나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와서 슬픈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고로게를 먹기로 했다는 개소리를 하자
꽈배기를 하나 더 얹어주시면서 현금으로 결제했기 때문이 하나 더 주는거라는 개소리를 하셨다.
미안하고 고마웠고 기분이 좋았다.
동네에 절친이 있는데 바로 김밥천국 아줌마와 정육점 아저씨다.
그분들과는 정말로 오랜 세월(?) 다져진 관계다.
그것 말고는 사실 가는데가 없었다.
새해를 맞이해서 새로 가게된 가게들이 늘었고, 원래는 말을 안했을 테지만, 말을 해보니 친숙함이 생기고 친밀함이 생겼고 우리동네가 더 친근해지게 되었다.
동네에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우리 동네가 조금 더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