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어제의 나,
다소 촉박한 시간이나 기어코 청계산으로 향했다. 마음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고 싶었다.
내가 산을 찾았지만, 가보니 어쩌면 산이 나를 찾았을 수도 있겠다는.
어제의 산에서 본 무겁고 커다란 돌바위와 나무 계단 틈새로 피어오른 작디작은 꽃 한 송이가 기억이 난다.
그것들은 너무나도 "그것들"로 존재하고 있었다.
애씀 없이. 그대로. 가만히. 존재함을 목격했다. 그렇다. 나는 조용히 목격하고 온 것이다.
산에 가는 것은 목격하러 가는 길.
그대로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는 걸 보여주는 온 존재로서 가만히 있는 것들을 목격하고 오는 길.
무겁고 거대한 바위는 언제까지나 거기에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도 언제고 있었겠지. 그리고 아마도... 내가 죽은 후에도 오래도록... 있겠지.라는 압도적인 웅대함이 느껴졌다. 바위에 손을 대니 내 손이 미약하게 느껴지면서 손끝에 거칠거칠함이 감돌았다. 다시 전해지는 광대한 웅장함. 이 광대무변할 것 같은 굉장함.
왠지 마음이 놓였다.
이왕 마음을 놓는 김에, 이 바위처럼 무겁게 놓이길. 쉬이 움직이지 않기를.
또 본 것은 너무나도 보잘것없어 보이는 조그만 꽃 한송이었다. 심지어 등산객들의 발에 치여 반은 살짝 어그러져 있었다. 그럼에도, 기품이 있었다. 절대로 보잘것없지 않았다.
그 꽃은 그냥 어쩌다 그 자리에 피어 있었을 뿐이지만, 내가 발견해 주었다. "어여쁘구나."
바위와 달리, 바위에 비하면 한낱, 한갓, 찰나 만을 피어있다 가는 것일 뿐이지만.
그렇지만...
아름다웠다.
내 시선에서는 그 꽃이나 바위나 결국 내가 그것들을 바라보던 그 순간에만 오로지 존재한 것이니.
그러니까 나의 세계에서는 그 꽃도 바위도 나의 시선 속 순간 안에서 온전하고도 영원하게 꽉 차서 존재하는 실재들임을...
둘 다 영원하다는 발견.
꽃을 보면서 미약하다고 바라보는 나 자신 또한 우주적 관점으로는 "고작"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보잘것없는 크기이다.
그렇지만 꽃이 말해주었다.
이대로 피어있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이 자리는 나의 자리다.
나는 고요하다.
나는 아름답고 기품 있게 애씀 없이,
나대로 피어있는 것이다.
아,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