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그래픽 디자이너의 가죽공예이야기
18살부터 시작한 미술이 30살이 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때는 이게 내가 갈길인가 고민했고, 지금은 이 길에서 정말 잘해보고 싶단 생각으로 달리다 보니 가장 중요해지는 것이 언제 숨 쉬고 언제 충전을 해야 하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배우고 익히게 된 취미생활이 이젠 하나의 행복한 일탈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많은 취미 중 하나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소개하는 취미는 가죽공예입니다. 가죽공예는 만드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 최고의 취미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처음 배운 곳은 분당 판교에 위치한 'needleworkshop'이라는 공방이었습니다. 남자 선생님이 두 분 있으신데 두 분 다 멋있으시고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시니 배우시는 여자분들이 많았습니다.( 남자분들 참고하시길 ) 사실 가죽과 종이를 칼로 자르고 붙이고 하는 게 힘이 많이 들어가서 여성분들은 힘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들 잘하시고 많이 배우시니 걱정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어렵지 않아요~
가죽공예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에 만들 때는 신나서 이런저런 가죽들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선물하는 기쁨에 많이 대충 만들고 주곤 했는데 요즘 그 지갑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 내가 정말 대충 만들었구나.. 벌어지고 어긋나고 가죽도 싸구려는 변색되고, 후회하며 다시 만들어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간단한 카드지갑부터 파우치, 가방까지 제작이 가능했고, 나중에는 제가 디자인한 소품들도 제작이 가능했습니다. 그중 제일 맘에 드는 것은 디자이너란 직업을 갖고나서부터 항상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는데 애플 마우스가 잔 흠집이 많이 나서 옷을 입히고 싶었는데 딱히 맘에 드는 제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노트북 파우치와 마우스 커버를 제작하고 나니 아.. 배우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사실 가죽공예가 취미로 배우는데 다른 취미보다 도구나 비용이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그린 스케치로 직접 가죽을 자르고 칠하고 미싱 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내가 사용하다 보면, 그 제품을 볼 때마다 비싼 명품보다 더 값지고 훨씬 더 아끼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한번 배워놓으면 응용도 가능하고 혼자 필요한 제품을 만들 수 있기에 관심이 있으시면 공방에서 저렴하게 체험하는 프로그램들도 있으니 꼭 체험을 해보기를 추천합니다.
어느덧 방에 도구도 하나하나 구입하고 미싱도 구입하다 보니 자리를 많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제 이름 해원의 hw로고도 만들고 인두도 사서 가죽에 제 로고를 찍기도 하고, 제가 만든 지갑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아직 8퍼센트 동료에겐 선물하질 않았지만 연말엔 작은 정성으로 몇 분이라도 먼저 시작해볼까 합니다.
결론 = 회사원에게 취미생활이란?
필수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