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연습, 녹음된 내 말소리 듣기부터
일주일에 4번의 책모임을 했다. 세 번은 내가 인도했고 한 번은 참여한 모임이었다. 전부 녹음을 해서 들었다. 모임 인도를 잘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말하고 반응하는지 들어야 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수많은 버벅거림과 완성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 문장들 그리고 어색한 순간과 침묵. 너무 많았다.
포스트잇에 나의 버벅거림을 다 적었다. 저 단어들을 절대 말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한 번에 고쳐지지 않는다. 다듬은 생각을 정리해서 말을 잘 전달하려면 훈련과 반복이 필요하다. 또한 토론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경청해야 한다. 경청 또한 훈련이었다. 그냥 가만히 듣는 것이 아니라 집중해서 잘 듣고 핵심 포인트를 잡아서 내 말로 정리도 잘해야 한다. 학당의 강사들 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 참여하는 많은 인도자들이 그렇다. 항상 참여만 해서 그들이 얼마나 놀라운 실력자인지 잘 몰랐다. 몇 번 해보니 깨달았다. 책 토론 인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교회 주일학교와 교회 사람들과 <연년세세> 책모임을 인도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고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모임 인도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나의 실수와 어설픔을 잘 받아주겠지만 서로 시간을 내서 만나는 모임이니 의미 있고 재미있었으면 했다. 모임이 어땠는지 물어볼 상황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나씩 고쳐보자.
책모임을 왜 하는 것일까. 말을 잘하려고, 아는 척하려고? 그렇지 않다. 물론 책을 통해 지식도 쌓고 배움도 얻는다. 나는 혼자보다 여럿이 모여서 함께 읽고 나누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 생각이 짧았고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아서 좋다. 서로 다른 의견을 겸손한 마음으로 끝까지 듣는 태도를 배워서 좋다. 내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다른 존재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반응할 수 있다는 것. 북클럽의 가장 큰 유익이다. 이 유익을 놓치고 싶지 않고 더 많이 누리고 싶어서 인도자 역할도 도전해보려고 한다. 일단 녹음된 내 목소리 듣기부터 도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