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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비 Mar 17. 2021

기분 좋은 뒤끝

책모임 때 답을 찾지 못한 질문 생각하기


<연년세세>를 쓰는 동안 내게 일어난 일들을 잊지 않겠다. 각각의 소설을 쓸 때마다 소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 삶을 살다 나왔고 나는 그게 경이로우면서도 두려웠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가족 이야기로 읽을까? 그게 궁금한 적이 있었고 실은 지금도 궁금하다.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로 읽히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이야기이기를 바란다.
185쪽



<연년세세> 소설은 쉽게 읽히지만 쉽게 읽을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 소설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상태로 책 나눔을 하고 난 뒤 답을 찾지 못한 여러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소설 속 장면과 문장들, 물음표들이 내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또한 나만의 뒤끝, 모임 인도에 대한 아쉬움도 교차하고 있다. ‘원래 소설이 어렵지 않냐’고 스스로 다독거려본다. 마지막 작가의 궁금증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가족 이야기로 읽을까?에 대한 나의 답을 고민해보았다.


개개인은 가족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부여받고 산다. 가족중심 사회인 우리는 개인, 특히 여성 자체의 삶보다 가족 구성원으로 삶이 더 강조되고 희생되었다. 살기 바빠서 개인의 서사를 이해하고 공감할 여유가 없었다. 가족 이야기지만 여성 개인의 이야기로 읽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얼마 전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시고 곧 입원하실 것 같다. 아무도, 나에게,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았는데 혼자 스스로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이 일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네 아이 엄마가 아닌 내 이름으로 일을 하려는 이 시점에 나는 며느리로서 역할을 떠올렸고 자동반사적으로 나의 일을 그만둘 것부터 생각한 것이다.  과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 ‘포기’이며 그 이면에는 ‘시댁에서 인정받는 좋은 며느리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 그 일의 전문성과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내 일은 소중하지만 그것보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는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 같다. 개인과 가족 안에서 역할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룰 것인가. 적어도 여성 스스로 ‘포기’를 먼저 떠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설의 몇 문장이 내 삶에 들어와 질문을 던지고 나만의 작은 답을 찾았다. 이 정도 뒤끝이면 됐다. 기분 좋은 후유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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