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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비 Mar 03. 2021

오늘도 책과 거리두기를 실패했다

토론하다가 싸울 뻔?!

매번 책과 거리두기를 실패한다. 책의 저자와 내용에 압도되어 내가 사라져 버린다. 내가 몰랐던 것을 하나씩 하나씩 일목 요원하게 짚어내는 저자의 글로 나를 채워버린다.


이런 상태로 북클럽에 가면 뻔한 일이 벌어진다. 책과 밀착된 내 생각을 흥분하며 전달한다. 반대 의견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저자를 위한 투사가 되고 만다. 기어코 일을 저지른다.


반대 생각, 단편적인 나눔에 평가를 내리고 티를 내고 만다. 매번 후회하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나는 책과 거리두기를 실패했기 때문이다.


혼자 좋은 책 읽고 흥분하면 상관없다. 문제는 책모임에서 감정적, 주관적 태도로 책과 내 생각을 방어하려는 태도이다. 어떻게 고쳐야 할까.



책에 너무 빠져들려고 하면 의식적으로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책과 관련된 주제의 다른 주장을 일부러 찾아봐야 한다. (이 부분이 제일 까다롭고 실천하기 힘들다) 저자의 생각은 아주 많은 의견들 중에 하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책모임에서는 책 보다 사람이 먼저이다. 책은 수단일 뿐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기 위한 자리다. 어떤 생각이든 의견이든, 아무 말이든 모두 환영해야 한다. 물론 모임의 성격(취미 또는 탐구)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태도는 경청이다.


책 보다 경청이다. 나눔보다 경청이다. 경청에서 시작하고 경청에서 끝나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지금 나에게는 책과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경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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