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선비 Nov 09. 2022

모르는 길도 가야하는 게 인생이다

운전 극복 첫번째

아는 길만 다녔다. 모르는 길은 어떻게든 가지 않으려고 했다.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아는 길만 다닐 수 있겠는가. 이 드넓은 세상에 아는 길보다 모르는 길이 천지일텐데. 모르는 길이라도 가야되면 운전대를 잡고 나서야하는 게 너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에는 이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다. 큰 용기와 시간이 필요하다. 아니다. 꼭 운전을 해야하는 필요가 없었다. 필요가 생기면 한다. 필요를 만들지 않으려고 해도 결국 생기게 된다. 그 중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가야하는 일. 결국 운전대를 잡았다. 


네비게이션만 의지한 채 운전하는 건 처음이었다. 1/3은 아는 길이지만 그 다음은 전혀 모른다. 자주 왔다갔다해서도 다들 알다시피 보조석에 앉아서 길을 보는 것과 운전석에서 운전하며 가는 길은 천지차이다. 허허벌판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을 마주하며  긴장과 아슬아슬함 속에서 간간히 큰 호흡을 하며 병원으로 갔다. 


차선 변경 타이밍을 겨우 지켜서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거의 잘 도착할 순간에 우회전을 너무 빨리 하고 말았다. 고지가 눈 앞인데 여기서 버벅대다니. 아이러니하다. 건너편 1차선으로 들어가지 못해서 몇 번을 돌았다. 다시 도전했지만 1차선에 서지 못해서 한 번 놓치고 다른 길로 갔다가 유턴하여 병원 입구를 통과하였다. 


병원 안 주차장도 복잡해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래도 주차하고 진료를 보았다. 이제 집에 가는 길이 문제다. 오는 길만큼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다시 또 오라고 하면 분명히 헤매고도 남는다. 그건 잘못된 일이 아니다. 불안하고 불완전한 것 자체가 틀린 것도 아니다. 원래 그렇다. 그것 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 


모르는 길을 가게 마련이고 갔던 길도 헤맬 수 있으며 사고도 날 수 있고 가다가 멈출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동시에 아무 사고와 어려움 없이 왔다갔다 운전을 잘 할 수도 있다. 지금처럼! 그러니 또 운전대를 잡고 모르는 길을 가는 경험을 한 번 더, 또 여러 번 앞으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한 극복을 기대하지 말고, 그 다음 한 번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숙제를 하자! 운전과 수영, 소비 단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