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코 가쿠타니의 <서평가의 독서법>을 읽고
미치코 가쿠타니의 <서평가의 독서법>(돌베개, 2023)은 뉴욕타임스 서평가로 활약했던 저자가 쓴 99편의 서평을 담고 있다.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가쿠타니는 영미권에서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인정받는다. 그녀는 이 서평집에서 “비평가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소개”(p.22)한다고 전한다. 고전, 소설, 시집, 회고록, 역사,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가쿠타니는 핵심 내용과 줄거리를 간결하게 소개하고 책의 장점과 가치, 작가의 역량을 명료하게 서술하고 있다. 책에 대한 호평이 위주인데, 작가는 평가의 근거를 치열하게 제시한다. 다른 작가와의 비교, 비슷한 결의 작품과의 차이점,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결론 등을 활용한다. 서평가의 독서법이란 결국 책을 대하는 서평가의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임을 알게 된다.
서평집은 1.5세대 이민자로서 저자의 인생을 반영한다. 그녀에게 책은 외로울 때 안식처였고 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하는 도피처였으며, ‘국외자’인 자신에게 갈 길을 보여준 빛 같은 존재였다. 이는 외동아이이자 이민 자녀로 살아온 그녀의 인생과 연결된다. 특히 가쿠타니는 이민자의 삶과 고통을 그린 작품에 유독 더 끌렸다고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속하는지 알고 싶”(p.19)었던 절박한 마음 때문이었으리라. 그녀는 이 작품들에 대해 “아메리칸드림의 약속과 모순”을 드러내고 내국인이 알기 어려운 일상의 모습을 주목하면서 미국에 대한 입체적인 시각을 드러낸다고 총평한다. 저자 역시 “예리한 관찰자”(p.102)로서 미국의 이면을 남다른 폭과 깊이로 이해한다. 그녀가 선택한 도서와 서평이 주목받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저자의 서평들은 내용이 깊고 입체적이다. 가쿠타니는 서평 도서에 머무르지 않고 유사한 주제의 다양한 작품을 언급한다. 예를 들어, 셔우드 앤더슨의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서평에서, 비슷한 분위기인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과 분명한 차이점을 부각해, “20세기 초 미국에서 작동하고 있는 더 큰 역학관계를 반영한다”(p.44)라고 분석한다. 또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비교하며 그의 역량을 구체적으로 평가한다. “매큐언은 이전 작품들에서 완성한 화려하고 현란한 서사 기법으로 <속죄>에서 더 크고 비극적인 통찰을 보여준다”(p.246)라고 서술한다. 무엇보다, 한 작가의 3~4개의 작품을 모아서 쓴 서평들도 탁월하다. 간결한 요약과 명확한 한 줄 평은 물론, 하나의 주제로 묶어서 작가의 세계관과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저자는 토니 모리슨의 작품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구원은 집요하게 기억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비록 용서하지는 못할지라도 잊는 데 있음을 깨닫는다.”(p.257)
책은 당시 현안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드러낸다. 가쿠타니는 트럼프 정권에서 민주주의가 공격받고 인종 갈등과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 극심해지는 현실을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미국 역사서나 정치와 사회 도서를 언급하며 이런 현실의 원인과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그녀는 “세계화, 핵 확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힘에 지배되는 복잡한 다극 체제”(p.99)로 바뀌면서 문제들이 심각해졌다고 본다. 이에 저자는 <페스트> 작품을 통해 개인의 책임감과 연대의 힘을 발견하며 희망을 언급한다. 파시즘이나 전제 정치는 항상 경계해야하며, “인간에게는 경멸하기보다 존경할 만한 것이 더 많다는 점”(p.76)을 믿고 싶다고 말한다.
<서평가의 독서법>은 “책의 이해와 안목을 높이도록 영감을 주는”(p.22) 가쿠타니의 다양한 서평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독자는 이 “작은 타임머신”(p.17)을 타고 시간과 장소를 가로질러 다른 삶을 이해하고 연결되는 지점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미국 사회에서 인정받은 도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어떤 독자는 몇몇 서평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안 읽어본 책에도 흥미가 생길 만큼 매력적인 서평을 발견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관점을 열어주는 서평이 궁금하신 분이나 서평 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