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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놓고 자유롭게

인증 부담 없이 달리기

by 책선비

핸드폰을 집에 두고 워치만 차고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기록이 담긴 인증사진을 찍을 이유도, 찍어서 올릴 곳도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달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래서 달릴 수 있었다.


이어폰도 챙기지 않았다. 달리는 동안 지겨움을 견디기 위해 항상 팟캐스트나 음악을 들어야 했다. 오늘은 그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내 발자국과 숨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왜 그렇게 인증을 해야 한다고, 그래야 달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새벽은 모든 것이 충만하다. 새로운 기운이 감도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집 앞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귀뚜라미 떼가 큰 소리로 환영한다. 솨~ 응원의 물결. 갖가지 나무와 꽃들, 잘 닦여진 길까지.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이 모든 것을 준비한 것 같다. 감사한 마음으로 고이고이 눈과 귀에 담는다.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에 기분이 좋다. 2킬로 9분대로 달리고 멈춘다. 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인증의 부담 없이 달려보기는 처음이다.


갖추려고 하지 말고 주어진 것에 나를 던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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