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등산
”너무 많은 색깔로 찬란하기 그지없는 가을이야“
“세상의 모든 색깔이 가득해“
딸의 한 마디가 가슴을 울린다. 알록달록 형형색색 가을 낙엽밭은 말 그대로 색깔천국이다. 어느 곳으로 시선을 두어도 감탄사가 쏟아진다.
아직 햇살이 따사로운 늦가을에 우리 동네를 둘러싸고 있는 대운산 대추봉에 올랐다. 나즈막길 낙엽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뽐냈지만 정상을 향한 가파른 길의 폭신한 낙엽은 미끄러움을 선사했다. 나는 6번이나 미끄러졌고 딸은 두 번이나 넘어져 살짝 다치기도 했다. 날다람쥐 세 아들과 남편은 ‘이건 등산이 아니라 트래킹’이라며 가뿐히 오고 갔다.
좁고 가파른 길을 오르는 와중에 딱따구리를 만났다. 나무 가지 틈으로 보인 딱따구리는 생각보다 작았다. 딱딱딱. 맑고 정갈하고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이제 조금만 올라가면 정상이라고 힘내라는 소리로 들었다. 낙엽에 치이고 질려 두 손 두 발 다 들고 싶었는데 새 한마리의 존재가 결정적인 환기를 일으켰다. 나 혼자 덩그러니 뒤쳐졌는데 다시 힘을 내어 올라갔다.
정상은 정상답게 확 트인 풍경을 보여주고 상쾌한 기분을 한껏 느끼게 해주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온 내가 자랑스러웠고 뿌듯함이 밀려왔다. 김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보기 드문 풍경을 눈에 가득 담으며 맛을 음미하였다.
아름다움도 한때이며 언제 어디에 존재하느냐 따라 위험을 품는 다른 존재로 돌변 가능하다는 것. 인생의 작은 진리를 확인하며 내려오는 길 내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낙엽이 사라진 길에 도달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드디어 완주~~
부스슥 부스슥 5시간 내내 낙엽밟는 소리와 함께 다채로운 색감을 만끽한 가을산 등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