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야

나의 중심이 바로 나이기를

by 책선비

수많은 대화를 떠올려본다. 기억나는 말과 그때 감정과 지금의 해석으로 하나의 큰 사건이 된다. 부정적인 판단과 억울한 마음이 솟구친다. 떨쳐버리고 싶은데 그럴수록 감정은 더 강렬해진다. 내 입장에 맞춰서 과거의 대화를 끼워 맞추고 합리화시킨다. 이렇게 정리된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 그래서 전적으로 동의해줄 만한 사람을 떠올리고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한다.


누군가의 대화를 두고 다른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 사실과 해석이 뒤섞이고 이성적 판단과 감정적 확신이 헷갈린다. 얼렁뚱땅 이야기하고 난 뒤 다음 날 또다시 고민에 휩싸인다. 그렇게 말하지 말걸,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 등등 후회가 밀려온다. 다시 설명해야 할까. 설명하다가 또 꼬이면 어떡하지?


끝도 없이 반복되는 악순환. 지쳐 쓰러지고 난 뒤 밑바닥에서 꼼짝할 수 없을 때, 내 중심적으로 편집된 사실(이라고 스스로 믿는 것)과 나의 예민함을 건드린 상대방의 반응(여러 반응 중에 오로지 이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스스로 항변한다. 나름 객관적으로 따지고 있다고. 과연 그럴까.


상대방 관점으로 다시 그 대화를 복기시켜본다. 선명하게 달아올랐던 생각과 감정이 잠시 누그러진다. 이렇게 쉽게 꺼질 일이었던가. 잠깐 비켜서 보니 별 일 아니다. 그러면 내가 느낀 생각과 감정은 정말 틀린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진실처럼 다가왔던 그 판단과 확신도 나름 일리가 있고 소중하다. 문제는 모두에게도 소중하고 중요하길 바랬던 것이다. 확인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여기에 무리수가 있다.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기를 바란다. 크고 작은 모임에서 내가 얼마큼 역할을 차지하고 영향을 주는지 무의식적으로 존재감을 따져본다. 너무 여기에 의지하면 내 존재의 중심이 흔들린다. 아니, 내 중심에 텅 비어 있어서 남의 인정과 확인에 기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중심에서 내가 있고, 남이 이해하든 아니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내가 나를 좀 받아주면 안 될까.


다시 수많은 대화를 떠올려본다. 내 주변에서 둥둥 떠다니던 말들이 어느새 가라앉아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어젯밤 수없이 뒤척이게 만들었던 그 감정은 아직 머물러 있지만 잠까지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이미 지나 간 일. 부족하고 아쉬운 대로 넘어가도 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길 바랬던 어리석음 하나를 버린다. 내 생각과 판단을 인정받고 싶었던 욕심 하나를 버린다. 이제 무엇으로 채워 넣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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