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읽기 003

by 책선비

-시장터의 파리들에 대하여


너의 이웃들은 영원히 독파리로 남을 것이다. 너의 위대한 점, 바로 그것이 저들을 한층 고약하게, 그리고 한층 파리답게 만들고 있음에 틀림없다.

벗이여,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사납고 거센 바람이 부는 곳으로! 파리채가 되는 것이 너의 운명이 아니니. p.88



요즘 나의 인생 태도는 “아플 시간도 없고 화낼 시간도 싸울 시간도 없으니 조금 더 사랑하며 내 일을 즐기며 살자"이다. 결론은 시간을 아끼자! 어제 한 모임에서 내가 보기엔 너무 사소한 일로 자신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야기를 듣느라 힘들었다. 또 동료의 무능력함에 대한 불만과 그를 수용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내용도 듣기에 버거웠다.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에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앉아 있었지만 점점 마음이 식어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모임 해산 시간이 되자마자 칼 같이 떠났다. 원래는 1-2시간 더 놀다가 가곤 했는데 더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나도 저렇게 사람들 붙잡고 하소연했던 것을 기억하면 더 정성껏 들어줘야 하는 게 맞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얼른 집에 가서 남은 주말에 밀린 니체 책을 읽으러 고독 속으로 달아나야했기에.


졸음을 견디고 읽은 니체의 문장은 ‘사납고 거센 바람’이라고 하기에는 약소하지만 나에게는 큰 모험이었다. 나의 독해력에 의심이 되는 순간마다 니체는 괜찮다고 말하는 듯 했다. 알듯 말듯 모르더라도 어떻게든 읽으려고 했더니 시장터의 소음들이 저 멀리 발밑으로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방학 중인 아이들을 살포시 방치하고, 어제 오후부터 오늘 하루 전부를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이제 진도에 맞춰서 읽게 되니 마음이 놓인다.



매거진의 이전글나 자신을 태워버릴 각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