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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비 Jun 18. 2020

매 시간 1초 더 버티기

요가 3개월 차, 몸과 마음의 균형을 바라며

마음이 소란스러웠다. 몸의 균형으로 마음의 균형도 이루어질까 싶어 요가를 시작했다. 균형은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다. 사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싶었다. 불필요한 감정을 쏟아내는데 사람에게 기대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웠다.


매일 1시간 요가와 필라테스를 했다. 밀어붙이는 선생님 따라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맡겼다. 집중이 흐트러지면 몸의 균형도 무너졌다. 호흡과 완벽한 자세에 신경 쓰다 보면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끙끙거리며 땀 뻘뻘 흘리다보면, 온 신경을 쏟았던 나의 감정과 그 원인이 별 게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요가를 끝내고 집에 와서 샤워할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정말 달콤하고 향기로운 순간이다. 뻐근한 불편함과  약간의 근육 통증은 오히려 보람과 희열을 가져다준다.


욕심은 없다. 빠지지 않고 매일 요가를 하는 것, 1초도 버티지 못했던 동작을 하나씩 완성하는 것. 솔직히 뱃살과 허벅지살을 빼고 싶은 강렬한 목표가 있기는 하다. 먹는 것을 조절하지 않는 이상 요가만 한다고 빠지는 건 아닌 것 같아 욕심을 내려놓았다. 다만 매 시간 1초 더 버티는 것이 목표이다. 정확한 자세와 균형을 이루어야 가능하다.


큰 거울 앞에 내 모습과 선생님, 다른 사람들이 있다. 그들 눈에 나는 어떻게 보일까. 이런 생각은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된다. 무작정 자세라도 흉내려고 서두르면 금방 무너진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부위에 힘이 들어가야 한다.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버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몸 안의 내실, 내력, 내공이 키워져야 한다. 보이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근력에 신경을 써야 한다.


큰 거울이 앞과 옆에 있다. 금방 살을 뺄 것이라는 과한 욕심 덕분에 요가복이 작다. 적나라한 몸매에다 동작할 때마다 뱃살이 삐져나온다. 그거 신경 쓰느라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냥 한다.


몸의 균형을 잡고 자세를 유지하며 1,2초 더 버티려는 노력을 매일매일 한다. 마음의 균형을 잡고 내면의 힘을 기르기 위해 사람과 환경을 탓하기보다 나의 내부를 돌아본다. 시끄러운 마음의 목소리가 잠잠해지기까지 조금씩 노력해야 하는 부분을 발견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 중에 1/2만 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말이 쏟아지려고 할 때 긴 호흡을 하면서 1,2초 버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보다 나를 의식하려고 한다.

정말 어려운 자세다. 머리 뒤통수를 대고 엉덩이와 허리를 들 수는 있지만 머리까지 들 수는 없었다.

오늘 했던 동작 중에 중간에 포기했던 자세가 있다. 아직 등과 손목 힘이 부족해서 동작이 이어지지 않았다. 선생님은 1초라도 잠깐 시도한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하셨다. 아, 못한 동작만 언급하지 말고 잘한 것도 말해보자. 역전사 자세는 꽤 괜찮게 했다.

역전사 자세, 내가 잘하는 동작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후에 이어지는 동작과 세트로 하면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매일 매 시간 1초씩 버티는 노력과 작은 성취가 오늘 하루를 빛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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