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일찍 정신 차리고 조금 오래 뛰었다.
어제와 똑같은 흐름으로 새벽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조금 더 일찍 책상에 앉았고 집중한 것 같다. 겨우 이틀 지났지만 어제보다 아주 약간 수월하다. 지난 두 달 동안 예행연습처럼 들쑥날쑥 새벽에 움직였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이어갈 자신이 있다. 매일 새벽 2시간 비슷한 패턴을 조금 다르게 기록할 내용이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해봐야 알 것 같다. 그래도 믿을만한 구석은 올해 365일 매일 글쓰기를 도전했고 곧 결승선을 앞두고 있는 하나의 경험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다른 소재를 발견하여 뭐라도 쓰고 있으니 새벽 기록도 가능하리라.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오겠지.
오늘은 어제보다 멍 때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10분 일찍 책상에 앉았다. 일기를 쓰고 어제 복잡했던 감정을 쏟아놓고 새로운 다짐을 하며 계획을 세웠다. 큐티 대신 신앙서적 원서 한 페이지를 읽었다. 가진 것을 토대로 조금 기도하지 말고 내 존재 그대로 매일 기도하란다.
<모스크바 일기>를 1시간 동안 재미있게 읽었다. 이어서 칼럼 하나 요약하고 단상 쓴 뒤 블로에 올렸다. 다섯 문장 작문 첨삭받은 글을 고쳐서 새벽 글쓰기 카톡에 업로드했다. 내 글에 대해 한 분이 정성스레 답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했고 다시 내 글을 읽고 어색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다른 사람이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면 다시 글을 읽고 이상한 부분을 고치게 된다. 퇴고의 효과가 있다. 처음부터 잘 고치면 되는데 혼자 자신의 글을 읽는 건 한계가 있다. 그래서 글쓰기 메이트가 중요한 것 같다. 많은 작가나 작가 지망생들은 대부분 합평하는 그룹에 속해 있고 격조 있는 피드백을 받으며 글의 실력을 높이고 있다. 그런 모임에 들어가려면 어느 정도 글을 좀 써야 한다. 나는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몇몇 공간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어서 지금은 괜찮다. 언젠가는 조금 더 강도 높은 합평 그룹이나 글벗을 갖고 싶다.
바깥 온도가 -2 였다. 옷을 챙겨 입고 나갔더니 어제보다 훨씬 추웠다. 늘 하던 대로 앱을 켜고 걷기를 측정했다. 공원에 오자마자 어제 보다 한 바퀴 더 뛰기로 각오하며 천천히 뛰었다. 겨우 평균 페이스 내로 4분 33초 세 바퀴 돌았다. 오늘 목표 달성이다. 이어폰에서는 제이어스 CCM 노래가 웅장하게 울린다. 스스로 자축하며 다시 걷기 모드로 바뀌어서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갔다.
어제보다 조금 더 빨리 정신 차리고 조금 더 집중하여 책 읽고 글 썼다. 어제 보다 조금 더 달렸다. 겨우 한 바퀴이지만 할 만큼 했다. 유산소운동팀 중에 달리기 1시간 12분 기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달리기 하기 전에는 그 시간에 대한 감각이 없었다.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이 얼마나 길고 괴로운 순간인지 이제 안다. 얼마나 노력하고 인내한 결과인지 잘 알기 때문에 그 분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나는 어느 세월에 저 정도로 하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따라왔지만 '어제보다 조금 더 달렸으면 됐지 뭘' 하며 비교의식을 떨쳐냈다.